개헌·우클릭·세대교체…'말로만 변화' 이번엔 다를까

윤창원 기자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야 주자들이 변화의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 각자 약점을 보완, 각 진영 핵심 지지층의 틀에 더해 정치적 외연 확장을 노린다.

국민의힘 등 여권에선 주류 세력이 우편향하고 있는 추세와는 별개로,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론'이 부상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개헌' 논의를 통해 판을 바꾸려 하고 있다.

반면 여야를 통틀어 가장 대권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우클릭'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세대교체, 개헌, 우클릭 등이 구조의 변화를 동반한 개혁까지 나아갈 동력인지에 대해선 전망과 관측이 엇갈린다.

한 전 대표와 이 의원의 '세대교체론'과 이 대표의 '우클릭' 역시 단기적 선거 캠페인 이상의 의미를 갖추려면 무엇을, 왜, 어떻게 바꾸려는지 좀 더 구체화될 필요성이 있다.

단순히 젊다는 것만 내세우거나, 상대 진영의 논리도 수용한다는 정도에 그치게 되면 원론적 선언에서 그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與 개헌 군불…시간 끌기용 '꼼수' 비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개헌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안철수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과 탄핵소추로 대한민국 입법, 행정, 사법 모두 총체적 위기"라며 "87년 헌법체제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 분권형 정치체제로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오는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안 의원이 제안한 개헌안은 △권한 축소형 대통령 4년 중임제 △장관·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 절차 세분화 △국민 기본권 확장 등이 담겼다.

당 차원에서도 개헌특위를 꾸리고 당내 최다선인 6선의 주호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정하는 등 개헌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로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한 뒤, 프레임을 '개헌 찬반'으로 바꿔 개헌에 찬성하는 중도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 개헌을 꺼내드는 것은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 말기에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개헌 카드를 꺼내드는 것처럼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은 12.3 내란 사태 이후 탄핵, 특검 등에 반대하며 오로지 시간을 끄는 것에만 집중한 바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키기 위함인데, 개헌론도 마찬가지로 시간을 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민생을 가장 우선으로 챙겨야 할 여당 입장에서 내내 경제가 위기라고 강조해놓고는 국민들의 관심사와는 멀어 보이는 개헌을 띄운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중도층 확장을 위한다면 개헌이 아닌 민생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동훈과 이준석의 세대교체론…단순 젊다는 것 넘어서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각각 '70년대생' 혹은 '40대 기수론'을 내걸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조기 대선 자체를 부정하는 등 기존 질서에 고집스럽게 기대고 있는 것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이다.

반면 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은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 결집에만 여전히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강경 보수층과 이른바 TK(대구·경북) 유권자의 입맛에 맞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

세대교체론은 1969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민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내세운 '40대 기수론'이 원조격이다. 이후 '미래연대', '정풍운동', '97세대' 등 여야 정치권 모두에서 세대교체 움직임이 있었다.

이러한 세대교체론은 대선이나 총선 때 자주 등장하는 낡은 레퍼토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단순히 '젊다는 것'만 부각해서는 호소력을 갖기 힘들다. 시대정신과 세대교체의 당위성이 부합해야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기존 정치 문법을 깬 행보로 나름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지만, '세대'로 대표될 수 있는 정책이나 공약은 없었다. 오히려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 공약, 김포 서울 편입 공약 등 포퓰리즘적인 기존의 낡은 정치 문법을 답습했다.

이 의원 역시 지난 대선 국면에서 젊은 세대들을 성별로 '갈라치기' 하면서 표를 끌어모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2030 여성들을 철저히 배제했는데, 이제 와서 이들을 '세대'라는 이름으로 묶어 대변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재명식 '실용주의'…진영 분열, 신뢰 하락 우려도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Ⅲ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에서 이재명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의 예외'라는 도발적인 이슈를 꺼내들었다. R&D 중요 산업 영역의 고소득 전문가 층으로 국한했지만, 노동계는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일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 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주재하며 "중요 산업 R&D(연구·개발) 영역의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몰아서 일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하기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을 더 이상 거부만 하기 힘들기 때문에 당내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당내 여론 수렴을 거쳐 이달 중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이 다시 가동됐다는 반응이다. 최근 들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 자산 과세 유예 등에 이어 반도체특별법에서도 산업계와 정부·여당 측의 요구를 수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조기 대선을 위한 '중도 외연 확장' 전략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바로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왔다. 양대 노총은 당장 "이 대표는 반도체특별법안 노동시간 적용 제외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각을 세웠다. 

참여연대도 "중도층 포용을 명분으로 친기업·감세·규제완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집권을 고려한 정치 전략에 불과하다"며 "민주당과 이 대표는 즉각 우클릭 행보를 멈추라"고 반박했다.

토론회에 배석한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김원이·김주영 의원 등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 중에선 '주 52시간' 등 쟁점을 제외하고 반도체특별법의 합의사항 먼저 처리하자는 쪽이 다수다.

이처럼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는 진영내 분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휙휙 바뀌는 것처럼 비쳐 이 대표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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