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반도체 토론서 "52시간 예외 검토 필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특별법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고소득 연구직에 한해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을 예외로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예외 허용의 길을 열어줌으로써 '우클릭' 행보를 강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3일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의 핵심 쟁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호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 이른바 반도체특별법안에 담긴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이다.
 
노사가 예외를 합의하면 필요시 이를 넘어선 연장근로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경영계는 현재 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그 속도 또한 빠른 만큼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예외 허용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지금 반도체 산업이 쉽지 않다. 50년 역사에 가장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며 "시간을 기준으로 연구개발을 할 때 성과가 나기 쉽지 않다. 연구자들한테는 시간 기준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딥시크 사태를 생각해보면 미국 AI 업체들은 72시간에서 100시간 범위 내에서 자사 엔진과 (딥시크를) 비교해서 분석했다. 100시간 동안 '크런치 모드'에 있었다는 얘기"라며 우리 기업들이 "52시간제와 같은 경직성에 따르게 되면 그대로 손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는 단순히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고 늘리는 것만으로는 온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은 "반도체 특별법에 담긴 주 52시간 예외 법안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주 40시간 이내에 일하는 노동자보다 주 52시간 이상을 일한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발생 확률이 4배 이상 높고, 장시간 노동자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자살률, 뇌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높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잘 나갔던 2010년부터 2017년 시기에는 '하드워크'가 아닌 '스마트워크'를 강조했다. 임원의 퇴근시간도 오후 6시로 제한했었다"며 "재량근로제를 도입하게 되면 보상에 비해 많은 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토론회를 직접 주재하며 이들의 토론을 경청한 이재명 대표는 양측이 "서로 오해와 의심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야간과 주말 근무 시 수당 할증 여부 등을 질문하며 예외가 일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당내에서는 1억 3천만 원 이상 정도 되는 전문직 연구자들에 대해서만, 본인이 동의하는 조건에서,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었다"며 "저도 많이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노동시간 제도에 대해서는 예외를 가급적이면 안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시간은 장기적으로 계속 줄여가야 되고, 주 4일제도 하자는 판"이라고 했다.

또 "한편으로 보면 '특정 중요 산업의, 특정 연구개발 분야 중에서도, 고소득의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에만 예외로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주자. 이걸 왜 안 해주느냐'라고 하니까 할 말이 없더라. '꼭 허용해 달라'는 말을 제가 거절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저는 사실 노동계에 좀 가깝다. 그러나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살지 않느냐"며 "일반 국민들께서도 이런 생각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총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것인가. 아니면 어느 한 시기에 압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인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는데, 이는 곧 총 노동시간 연장 논란으로 이어졌다.
 
경영계 내에서도 김태정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는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을 깨는 것"이라고 우려한 반면, 안기현 전무는 "늘릴 수 있다"고 말해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그러자 민주당 경제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태년 의원은 "총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얘기는 아예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김원이 의원도 "총 노동시간 문제는 건들지 않고 반도체를 개발하는 시기에 집중된 연구 인력과 집중된 시기에 운영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요구사항"이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격론에도 이날 토론에서 뚜렷한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반도체 산업 지원은 사실 민주당에서 지원하자고 시작한 것인데, 뜬금없이 (국민의힘이) 근로시간 예왜 문제를 엮었다"며 "논의가 지지부진해서 진척이 되지 않으면 (근로시간 부분에 대한) 논의는 계속하되 분리해서 특별법을 처리하는 것도 고민해 보면 좋겠다"고 분리처리를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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