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착륙 참사 발생 한 달째로 접어든 28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예비보고서 제출을 마친 상태다.
다만 통상 항공기 사고 시 핵심 단서를 제공하는 블랙박스가 기체에 뭔가 이상이 분명해졌을 시점부터 먹통이 된 탓에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수개월 이상 더 소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유족들로선 가족과 함께 즐거워야 할 설 명절에 사랑하는 이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광주전남 지역을 찾아 유가족 대표를 면담하고 위로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우 장관, 유족 위로…국회특위 연휴 직후 본격 개시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박상우 장관은 이날 오후 4시쯤 광주 서구 소재 LH(한국토지주택공사)광주전남지역본부에서 박한신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등 유가족 대표단을 만난다.
참사 한 달째와 명절이 교차하는 설 명절을 하루 앞두고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유가족에게 온정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알려졌다. 이 자리엔 지난 20일 출범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피해자 지원단을 이끄는 박정수 단장도 배석한다.
국토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 15개 공항과 추진 중인 8개 신공항 모두 ①활주로 인근 시설의 '부러지기 쉬운 재질'과 '지면 형태'를 보장하고 ②안전구역을 권고 수준인 240m 이상 확보토록 하는 개선방안을 마련, 이른 곳은 다음 달 초부터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다음 달엔 조류충돌예방 개선 계획을, 4월엔 항공안전 혁신방안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이날 면담엔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진상 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합류한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도 자리한다.
앞서 전남도 발표에 따르면 이번 참사 승객 희생자 175명 중 광주시민이 81명, 전남 76명으로 광주전남지역민이 대부분이다. 이밖에 전북, 경기, 서울, 제주, 경남, 충남 등에서 피해자가 나왔다.
국회 특위는 이번 명절 연휴가 끝나는 직후인 다음 달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부와 행정안전부 등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실시한다.
이번 사고 초기 원인일 가능성이 큰 '조류' 영향과, 참사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관련해 주무부처의 관리 소홀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특위는 앞서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장에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을, 여야 간사에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을 선임한 데 이어 본격 활동을 개시하는 것이다.
특위 내에는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소위원회와 피해자와 유가족 지원 및 추모사업 지원 소위원회도 꾸려진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사고 원인 조사, 경찰의 국토부와 그 산하기관 및 제주항공 등 관련자 수사와 더불어 이번 참사 원인 및 책임자와 책임 범위를 다각도로 분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보고서 "활주로 끝 2km·4분 7초 전부터 블랙박스 중단"
참사 발생 한 달째로 접어들면서 국제민간항공협약상 참사 발생 30일 이내 제출해야 하는 예비보고서(Preliminary Report)도 발간됐다.사조위는 전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예비보고서에서 사고기의 블랙박스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기록 저장이 방위각 시설과 충돌하기 4분 7초 전, 활주로 끝 2km 지점에서부터 중단됐다고 보고했다.
예비보고서는 항공기 정보와 인적·물적 피해 현황, 현장에서 확인된 정보 등 조사 초기 확보한 사실을 신속히 전파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으로, 사고 발생 30일째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와 관계국에 전파하도록 국제민간항공협약 제13부속서는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 관계국은 항공기 제작국인 미국(제작사 보잉), 엔진 제작국인 미국과 프랑스(CFMI, GE와 사프란 합작사), 항공기 출발지인 태국 등이다. 이에 사고 원인 조사에는 미 NTSB(교통안전위원회), FAA(연방항공청)도 참여해온 가운데 프랑스 사고조사당국(BEA)도 지난 14일부터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조위에 따르면 사고기는 활주로19로 착륙기어 장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해 달리다 활주로를 넘어가 방위각 시설물(로컬라이저와 그 지지대)과 충돌, 화재와 일부 폭발이 발생하며 전파(全破)됐다.
둔덕과의 충돌로 두 개의 엔진은 둔덕 흙더미에 파묻혔고, 기체 전방 부위는 둔덕으로부터 약 30~200m까지 흩어졌다. 후방 동체의 꼬리 부분은 둔덕 바로 너머에서 일부 전소된 상태였다고 사조위는 전했다.
사조위가 보고한 정확한 충돌 시각은 9시 2분 57초, 블랙박스 FDR과 CVR 기록이 동시에 중단된 시각은 8시 58분 50초다. FDR 기록이 중단되기 직전 항공기 속도는 161kts, 고도는 498ft(기압고도)였으며, 당시 항공기는 활주로 끝까지 약 2km만을 남겨두고 있던 걸로 파악됐다.
기체 이력으로는 유럽 최대 LCC(저비용항공사) 라이언에어가 2009년 9월 미국 보잉사로부터 최초 인도받았다고 보고됐다. 제주항공은 2017년 2월부터 리스로 도입해 운영해 왔으며, 기장의 B737 비행시간은 6096시간(전체 6823시간), 부기장 1339시간(1650시간)이다.
사조위는 예비보고서 발간에 앞서 지난 25일 무안공항에서 유가족을 만나 사고조사 진행 현황과 향후 계획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선 8시 57분 50초 관제탑이 항공기에 조류 활동 주의 정보를 발부한 뒤 8시 58분 11초쯤 조종사들이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고 대화한 사실, 사고기가 복행하던 중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이 공항CCTV에 포착된 사실, 양쪽 엔진에서 발견된 깃털과 혈흔은 가창오리의 것으로 파악된 사실도 새롭게 공개했다.
사조위는 당시 운항상황과 외부영향, 기체·엔진 이상 유무 등을 파악하기 위해 FDR·CVR 및 관제교신 분석을 진행 중이지만, "수개월의 세부 분석과 검증이 필요할 걸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초기 원인일 가능성이 큰 조류 영향과,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둔덕과 관련해선 "전문적인 조사 및 분석이 필요해 별도의 용역을 통해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객 175명, 승무원 6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179명 전원은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장례 절차를 마쳤으며, 구조된 생존자 2명(남성 승무원 1명, 여성 승무원 1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