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참사 유족 지원 조례 무산…"초등 선거 만도 못해"

전체 35명 중 찬성 16명, 반대 2명, 기권 17명 부결
'셀프 부결'이어 '초유의 무더기 기권'까지 촌극
국힘 장악 도의회에도 김영환.엄태영도 체면 구겨
재발의 등 더욱 불투명…7년 넘는 갈등 계속

충북도의회 제공

충북 제천화재 참사 유족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이 충청북도의회 다수 의원의 표결 기권으로 끝내 무산됐다.

충북도의회는 24일 열린 423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5명 가운데 찬성 16명, 반대 2명, 기권 17명으로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지원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이 조례안은 지난해 9월 의원 22명이 공동발의하고도 상임위가 부결하면서 이날 전체의원 21명의 동의를 다시 얻어 본회의에 상정했으나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전체 의원 35명 중 22명, 상임위 위원 7명 중 6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고도 상임위에서 '셀프 부결' 처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초유의 무더기 기권'으로 비슷한 촌극을 반복한 셈이다. 

이번 대해 유족들은 '도의회가 두 번이나 유가족을 울렸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유가족은 "전체 의원 2/3 이상이 두 번이나 동의 의사를 표시하고도 부결되는 상황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는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부결로 지난해 2월 유족 지원을 약속하고 국정감사에서 연말 해결을 장담했던 국민의힘 소속의 김영환 충청북도지사나 최근 도의회에 조례 제정을 요청하는 서한문까지 보낸 엄태영 국회의원(제천.단양)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12대 도의회는 이양섭 의장을 비롯한 전체 의원 35석 가운데 절대 다수인 26석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도의회 표결 끝에 조례안이 폐기되면서 7년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던 유족 지원 방안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수정안을 재발의 하거나 집행부나 주민 발의를 통해 제정이 가능하지만 도의회의 부정적인 기류를 감안할 때 당분간은 논의조차 어려운 분위기이다. 

2017년 12월 21일 제천시 하소동 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지만 유가족들이 충북도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위로금 지급 등을 두고 7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도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송참사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인도주의적 배려는 기대도 안 했지만 일말의 약속에 대한 책임도, 대안도 없는 도의회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난 앞에 전례가 필요하고 재난 피해자에게 어떤 형평성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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