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축물 외관 디자인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우수한 가시성과 시인성을 바탕으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는 등 지역 가치를 높이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서다. 이에, 지자체 차원에서도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 디자인을 적용한 건축물 건립에 힘을 쏟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9월 해운대구 마린시티 내 옛 홈플러스 부지에 건립을 추진 중인 연면적 약 33만3499㎡에 지하 8층~지상 최고 51층 2개 동 규모의 업무시설에 대한 건축허가를 승인했다.
이 단지는 장방형 입면 디자인을 도입하는 것을 비롯해 커튼월룩(통유리 외벽 마감) 등 차별화한 외관 디자인을 다수 적용한다. 여기에 내부 평면 역시 프라임 오피스에 최적화한 센터코어 방식을 적용, 전용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등 비즈니스 편의를 더했다.
이는 초고층이 밀접한 서울 여의도, 도쿄 마루노우치, 뉴욕 허드슨야드 등 금융 집적지에서 볼 수 있는 하이엔드(최고급) 업무시설의 전형적인 디자인 방식이다. 건립을 완료하면 해운대 일대 스카이라인을 새로 쓸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에는 민간 주도의 혁신적 건축 디자인 제안 제도인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 대상지로 남포동 하버타운을 비롯해 영도 콜렉티브 힐스, 남천2구역 재건축정비사업 등 3곳을 선정했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된 곳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설계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건축규제 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시는 지난 2023년 시민이 행복하고 세계인이 찾는 유니크 디자인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으로 '2030 부산 건축·도시디자인 혁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으로 △혁신적 건축디자인 제안제도 운영 △엑스포 대응 도시공간 혁신 프로젝트 추진 △도시공간의 입체적 기획·재구성 △자연생태 환경적 공공디자인 강화 △건축·도시디자인 활성화 기반 구축 등을 담았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는 "혁신 디자인을 적용한 건물은 그 자체로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는 만큼,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전국적으로 랜드마크 건축물이 들어선 이후 지역 가치가 크게 뛴 사례가 다수 확인된 만큼,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도 기대감을 적극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혁신 디자인을 적용한 건축물 건립을 발판 삼아 지역 가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사례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부동산 R114 자료를 보면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준공된 이듬해인 2018년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26.32%로 이 기간 서울 평균 상승률(23.07%)을 웃돌았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지하 7층~지상 22층 규모로, 'ㄷ'자 모형의 큐브를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한 독특한 외관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21년 2월 완공된 '네이버 1784' 소재지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역시 20%를 웃도는 연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분당구 전체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네이버가 본사로 쓰고 있는 '네이버 1784'는 지하 9층~지상 28층 규모의 프라임 오피스다. '2023년 IF 디자인 어워드' 건축 분야에서 본상을 수상하는 등 디자인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