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누리 (중앙대 교수)
어제도 말씀드렸습니다마는 지금 대한민국은 21세기 초유의 상황을 현재 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아무리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했던 과거에도 없었던 법원에 대한 습격, 이것까지 우리가 목격하면서 충격 받은 분들 많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우리 사회를 좀 크게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학자의 눈으로 짚어봅니다.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 나오셨어요. 어서 오세요, 교수님.
◆ 김누리> 안녕하세요.
◇ 김현정> 참 지난 12월부터 우리가 영화 속에서나 보던 장면들을 매일 보면서 우리 청취자들이 뭐라고 그러셨냐면 '하루하루가 영화 같아서 잠시도 이 방송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데 보고 있다 보면 너무 괴롭습니다.' 그러십니다. 이 일련의 상황들 교수님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 김누리> 마찬가지죠. 제가 오늘 마침 제 칼럼이 나왔는데요. 제가 문학 선생으로서 언어의 한계에 대해서 아주 절망감을 느낀다고 그래서요. 표현할 수가 없어요.
◇ 김현정> 언어의 한계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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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누리> 그렇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도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고요. 특히 지금 이 윤석열이라고 하는 도저히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인간형에 대해서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제가 그렇게 썼는데 도저히 어떻게 이런 류의 인간이 가능한지 사실 그런 생각까지 좀 들고요. 개인적으로는 사실 저와 대학 동기예요.
◇ 김현정> 그렇습니까?
◆ 김누리>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녔어요. 입학 시기가 같았고 저로 봐서는 누가 제 동기인 한 친구가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뭐라고요?
◆ 김누리> 우리는 계엄으로 시작해서 계엄으로 끝나는구나.
◇ 김현정> 그때도 겪었고 지금도 겪었고 자주적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군요.
◆ 김누리> 79년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그때 계엄이었고요. 올해 제가 정년을 하는데 또 지금 계엄 상황 유사한 상황에 지금 와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착잡함을 느끼고 계세요.
◆ 김누리> 맞습니다.
◇ 김현정> 이런 상황들을 마치 예언이라도 하셨다는 듯이 뭐라고 글을 쓰셨었냐면 '대한민국은 거대한 퇴행의 시대를 맞았다. 생태적 파국, 정치적 파국, 사회적 파국, 교육적 파국을 맞이했고 민주주의가 급격히 후퇴하고 있다', 이런 진단을 하신 적이 있었어요. 계엄 사태 전에.
◆ 김누리>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한국 상황에 점수를 주신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교수님으로서 점수를 주신다면.
◆ 김누리> 점수를 준다는 건 하여간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하는 것을 사실은 이전에는 이렇게 심각하게까지는 생각을 안 했죠. 저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 자체가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또 우리의 현재 자체가 끊임없이 이렇게 과거의 습격을 당하고 있구나. 우리가 넘어섰다고 생각한, 지나갔다고 생각한 그 과거가 다시 돌아와서 우리를 이렇게 공격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이 이 계엄에 대한 인식이에요. 계엄을 정확하게 인식을 못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계엄 우리 다 아는 거 아니에요?
◆ 김누리> 물론 알지만 이것이 가지고 있는 그 무게가 얼마나 큰 건지 이게 독일어로는 굉장히 분명해요.
◇ 김현정> 독일 문학을 전공하신 분이기 때문에 뭐라고 하는데요? 독일어로는.
◆ 김누리> 독일어로는 크릭스레이트라고 하는데요. 크릭이 전쟁이에요, 전쟁. 그러니까 전쟁을 선포한 거예요. 그러니까 헌법 질서를 정지시키고 군인들이 와 가지고 군인 통치를 하겠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얼마나 끔찍한 거예요. 사실은 12월 3일날 또 그다음 날 새벽에 우리 시민들이 이걸 저지해서 그렇지 그것이 지금 윤석열의 원래 계획대로 이루어졌다면 제가 보기에는 5.18 광주보다도 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으리라고 봐요.
◇ 김현정> 그 포고령을 아까도 제가 잠깐 다시 펴봤는데 마지막에 보면 전공의들 48시간 내에 복귀하라, 불응하면 처단하라.
◆ 김누리> 그렇죠.
◇ 김현정> 이런 용어들도 있었던 게 기억이 나거든요. 그 계엄에 대한 상황을 사실 대부분의 세대가 교과서로만 또 봤기 때문에 이게 그리고 2시간 만에 사실 끝났기 때문에 얼마나 무거운 건지를 지금 못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가 좀 걱정스럽다?
◆ 김누리> 맞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비현실적이다라고 진단해 주셨는데요. 오늘 특별히 우리가 주목할 장면은 주말에 있었던 법원 습격 사건입니다. 광장에서 좌우가 충돌하고 경찰과 충돌하고 이런 일이야 과거부터 있었지만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할 선, 넘지 않아왔던 선이 있다면 법원이에요.
◆ 김누리> 그렇죠.
◇ 김현정> 최후의 보루. 아니, 어떻게 법원을, 어떻게 법원의 담을 넘고 창문을 깨부수고 판사를 죽여라. 이 선이 무너진 겁니다. 일단 이거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세요?
◆ 김누리>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1945년에 광복 해방이 된 거죠. 그 이후에 우리처럼 정치적인 혼란을 이렇게 심하게 겪은 이런 나라가 많지 않아요. 엄청나게 많은 정치적인 굴곡이 있었던 나라죠.
◇ 김현정> 그렇죠.
◆ 김누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성시된 영역이 딱 한 군데예요. 법원입니다. 법원에 대한 공격은 한 번도 없었어요.
◇ 김현정> 아니, 50년, 60년대에도 법원 공격은 없었어요. 별 난리가 다 나도.
◆ 김누리> 맞습니다. 그런데 법원을 지금 공격했다. 이것은 굉장히 심각한 일이고요. 법원을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지금 우리의 경우는 국가정보원이라고 돼 있죠.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기관인데 이 기구가 독일에서는 헌법 수호청이라고 불러요.
◇ 김현정> 국정원을 헌법 수호청, 이렇게 불러요?
◆ 김누리> 그렇죠. 헌법수호청.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헌법을 지키는 거라는 거예요. 헌법을 지키는 거. 법을 지키는 거. 이것이 국가를 지키는 핵심이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 김누리> 그러니까 법에 대한 공격이다 하는 것은 특히 민주공화국 안에서는 이건 국가에 대한 공격이라고 봐야 되는 거죠. 그리고 판사를 공격했다. 판사는 개인이 아니거든요. 국회의원이 개별적인 입법기관이듯이 판사 또한 개별적인 사법기관이에요. 사법기관에 대한 공격이죠.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 김현정> 지금 그 어떤 분이 그런데 그 판사가, 사법부가 신뢰를 잃은 건 아닙니까라는 질문을 주셨는데 혹 판사의 판결이 마음에 안 들고 내가 볼 때 잘못됐다고 생각하더라도 그조차도 법치주의의 절차 안에서 해결하게 돼 있는 게 법치주의이고 민주주의 아닙니까?
◆ 김누리> 맞습니다. 저 또한 지금 한국 사법부가 아주 절대적인 신뢰를 할 만한 조직이다, 이렇게 생각 안 해요. 많은 문제가 또 있고 저도 비판을 하지만 그것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비판이고 그것이 해소되는 방식 또한 합법적인 틀 내에서 가능한 것이죠.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그런데 어떤 분들은 또 그러세요. 아니, 민주노총도 쇠파이프 들고 각목 들고 폭력시위하지 않느냐. 그리고 과거에도 경찰서에 돌 던지는 사람도 있었고 국회에 들어가서 난동 부린 사람들도 있지 않았느냐. 비슷한 거 아니냐, 이런 반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누리> 그것과는 다른 차원이죠.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법원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 존립의 최후의 보루예요.
◇ 김현정> 그렇죠.
◆ 김누리> 이게 무너지면 국가가 무너지는 거예요.
◇ 김현정> 경찰서에 돌 던진 걸 잘했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도 잘못했지만 이건 완전히 국가의 시스템 자체를 공격하는 거다.
◆ 김누리> 맞습니다.
◇ 김현정> 최후의 보루에 대한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었다. 진단은 했습니다. 그렇다면 좌냐 우냐 여당 지지자냐 야당 지지자냐를 떠나서 누구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그 선이 왜 지금 무너졌느냐, 원인으로 가보죠. 왜라고 생각하십니까?
◆ 김누리> 그것은 저는 근본적으로 보면 교육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처럼 민주시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그러한 선진국은 많지 않아요.
◇ 김현정> 우리 초중고등학교, 유치원까지 해서 다 역사 교육도 배우고 사회, 윤리 과목 다 있거든요.
◆ 김누리> 당연히 있죠. 당연히 있지만 지금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 이런 거예요. 한국 교실에서 12년 동안 교육을 받으면 과연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될까, 잠재적 파시스트가 될까, 이 물음이에요. 이것은 좀 깊은 생각이 필요해요. 우리의 경우는 32년 동안 육군 소장들이 지배하는 끔찍한 군사 독재를 경험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이것을 극복할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이 있었느냐, 이렇게 물으면 거의 없었어요. 교육의 변화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이어져 온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파쇼 교육이에요.
◇ 김현정>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 김누리> 그러니까 말하자면 파시즘이 만들어 놓은 교육시스템인 거죠. 그러니까 저희 세대는 완전히 파쇼 교육으로 성장한 세대예요. 제가 60년생이니까요. 박정희가 18년 동안 지배를 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 우리가 받은 교육은 완전한 파쇼 교육이죠. 그런데 그 이후에 과연 이러한 교육이 민주주의 교육으로 전환이 됐느냐는 물음이죠.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이거 짧게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그래도 좀 시도를 해볼게요. 우선 한국의 교실 자체가 민주주의자를 길러내기가 어려워요. 그것은 이렇습니다. 한국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 교육이 심한 나라예요.
◇ 김현정> 그렇죠.
◆ 김누리> 그런데 지금 독일의 사례를 제가 좀 들면 독일이 민주주의와 관련해서는 최근에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인다,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1970년에 교육 개혁을 합니다.
◇ 김현정> 교육 개혁을 어떤 식으로 했습니까?
◆ 김누리> 그 교육 개혁의 핵심적인 모토가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였어요. 이때부터 경쟁 교육을 안 시켰어요.
◇ 김현정> 아니, 교육하고 결국 대학을 입학하고 거기도 그런 게 있을 텐데 경쟁 없이 어떻게 했을까요?
◆ 김누리> 그렇죠. 우리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되죠.
◇ 김현정> 그렇죠. 우리에게 경쟁이라는 것은 교육의 영혼이잖아요. 아니,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니까요.
◆ 김누리> 우리는 경쟁 없는 교육은 상상을 못 하잖아요. 그러니까 바로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등수 석차 없고요. 일체의 우열을 나누는 행위를 금하고 있어요. 학교 간의 경쟁도 없고요. 대학 입학시험도 없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시험만 보고요.
◇ 김현정> 그럼 원하는 사람 다 아무 데나 들어가요?
◆ 김누리> 이걸 아비투어라고 하는데 90% 이상이 붙어요. 다 붙는 거예요.
◇ 김현정> 거기는 대학 서열 같은 건 없어요. 우리나라처럼?
◆ 김누리> 없어요. 대학 서열 자체가 없고요. 그래서 이거에 붙으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원하는 때에 갈 수 있어요. 세 가지 권리를 갖게 돼요.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거죠.
◇ 김현정> 그렇네요.
◆ 김누리> 그것이 오늘날 독일 사회를 상당히 성숙한 민주 사회로 만든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거예요. 그게 잘 이해가 안 가죠. 경쟁과 민주주의가 무슨 상관이 있지, 이렇게 되는 거예요. 왜 그럴까요?
◇ 김현정> 아니, 공부 열심히 하고 독서실에서 하루에 18시간씩 공부하면 민주주의자가 안 된다는 얘기인가, 이게 무슨 얘기야? 이런 분도 계실 거예요.
◆ 김누리> 당연히 그런 거고요. 왜 독일에서는 교육 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경쟁 교육을 없애는 그러한 방향을 취했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 거죠.
◇ 김현정> 그렇죠.
◆ 김누리> 누구 때문일까요?
◇ 김현정> 히틀러?
◆ 김누리> 그렇습니다. 히틀러 때문이에요. 독일은 68년부터 본격적인 과거 청산, 히틀러 과거에 대한 청산이 68년부터 시작되고요. 그 정점이 교육 개혁이에요. 다시 말하면 히틀러를 가능하게 했던 인적 제도적 청산도 해야 되지만 근본적인 청산은 히틀러를 가능하게 한 정신적 뿌리를 뽑는 것이죠. 그것이 없이는 또다시 아우슈비츠가 반복될 수 있다, 이런 생각이었어요. 독일 교육의 목표는 더 이상 아우슈비츠를 반복해선 안 된다. 이거였어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하는 문제죠. 히틀러 한번 보세요. 히틀러의 세계관이 뭐예요? 히틀러는 이 세계를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정글로 봤고요. 그 안에서는 다윈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봤어요.
◇ 김현정> 우월한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이 가려지는 거죠. 자기들은 우월하다는 거 아니에요? 유대인은 죽어야 하고.
◆ 김누리> 그렇죠. 그렇죠. 맞습니다. 그래서 이 다윈의 법칙을 인간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한 게 허버트 스펜서라고 하는 사회학자인데요. 소위 소셜 다위니즘이라고 하는 거죠. 그래서 여기서는 지금 말씀하신 대로 적자생존, 약육강식, 자연도태, 이런 것들이 인간 사회에 그대로 적용돼 이런 주장이에요. 이것을 가장 열렬히 추종한 게 히틀러예요.
◇ 김현정> 맞네요.
◆ 김누리> 스펜서를. 그래서 지금 말씀하신 대로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게 자연의 이치고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게 자연의 순리다. 그러니 우월한 우리 게르만족이 저 열등한 유태인을 지배하고 학대하고 더러 학살 했기로서니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냐, 이렇게 주장한 거죠.
◇ 김현정> 그렇죠.
◆ 김누리> 지금 잘 보세요. 여기에 그 파시즘의 핵심적인 세 가지 원리가 들어 있어요. 첫째, 이 세계를 경쟁의 세계로 본다는 거죠. 무한 경쟁의 세계로 본다. 둘째, 끊임없이 우열을 나눈다. 셋째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지배와 복종 관계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관계다. 이렇게 보고 있어요. 이 세 가지가 파시즘의 핵심 논리예요. 경쟁, 우열, 지배입니다. 민주주의자는 어떻게 볼까요? 이 세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함께 사는 곳이고요. 거기서는 우열이 지배하는 게 아니라 다양성이 존재하는.
◇ 김현정> 다양성 바로 그거죠.
◆ 김누리> 그렇죠. 그리고 지배와 복종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평등한 관계 속에 있다, 이렇게 보는 게 민주주의자예요.
◇ 김현정> 완전히 이해했어요.
◆ 김누리> 12년 동안 한국 교육을 받으면 파시스트가 될까요? 민주주의자가 될까요?
◇ 김현정> 파시스트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커 보이기는 하네요.
◆ 김누리> 그렇죠. 그래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그러한 심성을 내재화하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너 파시스트야? 물으면 저는 파시스트 아니에요. 파시즘 싫어요. 그런데 우리는 내재적으로 그런 교육 환경 속에서 자라오면서 뿌리에 그런 것을 받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김누리> 그래서 제가 오늘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도르노라고 하는 독일의 중요한 사상가가 있는데요. 이런 말을 했어요.
◇ 김현정> 뭐라고 했습니까?
◆ 김누리>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파시즘보다 민주주의 안에서의 파시즘이 더 위험하다.
◇ 김현정> 더 무섭다.
◆ 김누리> 민주주의 안에서의 파시즘, 이제 이해하셨죠?
◇ 김현정> 이해했어요.
◆ 김누리> 지금 한국 사회가 그런 상황에 있는 거예요. 그래서 교실에서부터 민주주의를 이루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요. 한마디만 더 할게요. 두 번째 문제는 교사의 문제예요.
◇ 김현정> 교사. 왜 교사 분들 열심히 하시잖아요.
◆ 김누리> 한국의 교사들은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정치적 시민권을 완전히 박탈당하고 있는 교사예요.
◇ 김현정> 그런 발언 못 하죠.
◆ 김누리> 이런 나라는 없어요. 어느 나라나 OECD 국가의 평균이 교사들이 약 10% 정도 의회에 진출해 있어요. 독일은 대체로 한 15% 정도입니다. 국회의원의 15%가 교사예요. 우린 지금 제로죠. 여의도에 있을 수가 없어요.
◇ 김현정> 없죠.
◆ 김누리> 교사를 정치 못 하게 하니까. 이건 야만 중에 야만이에요.
◇ 김현정> 그렇습니까?
◆ 김누리> 그래서 저는 이 부분도 부분적으로 민주당에 큰 책임이 있다고 봐요. 제가 여러 번 민주당에 가서 강연을 했어요.
◇ 김현정> 뭐라고 했어요?
◆ 김누리> 민주주의가 어디서 결판나는지 아느냐, 당신들은 민주주의를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정당인데 어디서 결판날까. 투표장? 천만에 말씀. 교실에서 결판난다. 12년 동안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르면 그 나라는 확실한 민주주의 사회가 된다. 그런데 잠재적 파시스트를 기르면 파시라도 선동가들이 등장하면 그들이 파시즘에 매혹된다. 지금 사태가 그 사태예요. 민주주의자를 기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 교사들이 정치적 금치산자인데 그들이 무슨 민주주의를 기를 수 있느냐. 그러니까 한국의 교육 원리가 반민주적이고요. 한국의 교사들이 정치적 금치산자예요. 그런 환경 속에서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길러지는 건 불가능하다. 이 부분을 생각해야 돼요. 그래서 이번에 헌법 개헌을 개정을 한다거나 할 때 법률 개정을 할 때 반드시 해야 될 게 교사들의 정치적 시민권을 복원시키는 거예요. 그들이 성숙한 민주주의자여야 아이들도 성숙한 민주주의자로 기를 수 있죠.
◇ 김현정> 그런데 그 교사 중에 파시스트가 있으면 큰일 나겠네요?
◆ 김누리> 아니에요.
◇ 김현정> 거기서 그런 발언 해버리면.
◆ 김누리>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사들이 정치적 시민권을 가지면 아이들에게 말하자면 일종의 세뇌하는 이러한 위험이 있지 않느냐, 이런 걱정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전체 교사들을 다 믿을 수는 없지 않아? 이런 거 걱정이 있잖아요.
◆ 김누리>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독일의 해법을 말씀드릴게요.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이 바로 선동과 판별 교육이에요.
◇ 김현정> 선동가를 판별한다.
◆ 김누리> 그렇죠. 데마고겐 페다고기, 이런 표현을 쓰는데요. 선동가를 판별하는 교육을 정치 교육의 가장 중요한 교육으로 시키고 있어요.
◇ 김현정> 그 선동가가 선동을 해도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교육을 시키는군요.
◆ 김누리> 그런 교육을 굉장히 중시합니다. 그러니까 교사들이 예를 들어서 선동을 하려고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가장 먼저 판단하는 거죠.
◇ 김현정> 선생님 그거 아닙니다.
◆ 김누리> 그렇죠. 그렇게 하면 되는 거예요.
◇ 김현정> 굉장히 근본적인 말씀해 주셨는데 듣고 있으니까 고개가 끄덕여지는 게 사실은 지금 이런 사태가 왜 벌어졌느냐 생각해 보면 내 생각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려. 나만 선이고 나와 다른 생각하는 사람은 다 악이야. 이게 지금 우리 사회, 우리 정치, 모든 분야에 이런 생각들이 지금 공고히 돼 있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거든요.
◆ 김누리> 맞습니다.
◇ 김현정> 왜 이렇게 됐을까, 왜 이렇게 극단적이 됐을까 생각해 보면 교실에서부터 내가 저들을 누르고 올라가야 해.
◆ 김누리> 맞습니다.
◇ 김현정> 내가 이겨야 해. 이긴 사람만 선이고 이긴 사람이 승리자야.
◆ 김누리> 맞습니다.
◇ 김현정> 이런 교육을 우리는 받아왔다.
◆ 김누리> 또 하나만 제가 말씀을 드리면 이번에 12월 3일 날 우리가 큰 충격을 받았지만 사실은 저는 그 이후, 탄핵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이 훨씬 충격적이었어요. 한국 사회를 지배한다고 하는 저 지배 엘리트들의 행태, 저들이 쓰는 용어, 저런 궤변, 저런 곡학아세의 언어들, 저런 허언들, 그걸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어요. 민주주의자가 없어요. 한국의 엘리트라고 하는 자들이. 이게 문제예요. 다시 말하면 조금 전에 이야기를 연장하면 한국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일수록 전교 1등일수록 한국 교육의 정신을 완전히 체화해서 완벽한 파시스트들이 돼 있다라는 걸 제가 느꼈어요. 그게 충격이었어요, 저로서는. 이제는 이걸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됐습니다.
◇ 김현정> 저는 사실은 이 원인 중에 지금 미디어 환경의 변화, 예를 들어서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를 통해서 알고리즘에 기반해서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보고 싶은 것만 계속 추천이 되고 확증 편향이 되는 이런 것들이 원인 아닌가요?
◆ 김누리> 그것도 중요한 원인이겠죠.
◇ 김현정> 그런데 그것도 결국 통하는 것이 그렇게 해서 선동이 되고 확증편향에 내가 들어가지 말아야지 하고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되는데 지금 우리는 그런 교육 받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은 그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정리가 되네요, 또.
◆ 김누리> 그렇죠. 맞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교육에서 그 원인을 좀 근본적으로 오늘 찾아주셨어요.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님 귀한 말씀 감사드리고요. 시간이 짧아서 좀 아쉽습니다. 다음에 또 한 번 모시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누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