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업 세터지만 남다른 장점으로 팀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이 그에게 조커 역할을 맡기는 이유다.
세터 이원중(30)의 이야기다. 팀이 힘든 순간마다 그가 교체 투입되면 스코어와 관계없이 선수들의 사기가 솟아오른다.
한국전력은 21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1(27-29 25-23 25-18 25-18)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 도중 한국전력에는 큰 악재가 덮쳤다. 외국인 선수 마테우스가 복근 부상을 털고 돌아오자마자 다시 쓰러진 것.
마테우스는 1세트 25-25에서 블로킹 후 착지하다가 발목을 접질려 쓰러졌다. 한동안 통증을 호소한 그는 결국 들것에 실려 코트를 빠져나왔다.
이후 팀 분위기가 처질 법하지만, 한국전력은 이원중이 교체 투입된 뒤 더 활기가 생겼다. 1세트를 내준 한국전력은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양 팀 최다인 21득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토종 에이스' 임성진은 "(이)원중이 형이 들어와서 잘 이끌어줘서 고마웠다.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형이 타이즈 무릎에 구멍이 난 걸 보여줘서 웃음이 터졌다. 그런 거 하나하나가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됐다"며 씨익 웃었다.
이에 이원중은 "타이즈에 구멍이 난 건 두 번째다. 처음엔 졌는데 이번에 또 구멍이 났더라"면서 "창피하긴 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임성진의 칭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원중은) 파이팅이 좋아서 팀을 잘 이끈다"면서 "야마토는 조용하지만 원중이 형은 활발하다. 득점이 날 때마다 신나게 해줘서 분위기가 올라온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이원중은 "성격이 활발하다 보니까 주위에서도 장난을 많이 친다"면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코트에서도 나오는 것 같다. 꿍해있으면 안 되니까 한 번 더 소리를 지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원중은 "마테우스가 복귀했는데, 1세트 도중 다쳐서 사기가 떨어졌는데, 국내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 좋은 결과를 내서 다행이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날도 팀이 힘든 상황에 교체로 나선 그는 "준비가 덜 되긴 했지만 계속 준비하고 있다. 팀이 안 좋을 때 들어가니까 분위기를 띄우려고 한다"며 책임감을 내비쳤다.
권 감독은 "야마토가 흔들릴 때 (이)원중이가 들어와서 잘해줬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살아났다"고 칭찬했다.
이에 이원중은 "감독님은 운동 외적으로 편하게 해주신다. 연패 기간에는 분위기가 안 좋을 수 있는데 장난도 많이 치시면서 분위기를 밝게 해주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계속 믿고 써주셨으면 좋겠다"며 권 감독에게 자신을 은근슬쩍 어필했다.
한국전력은 오는 24일 현대캐피탈과의 홈 경기를 치른다. 이원중의 친정팀이기도 하다. 그는 "출전하게 되면 현대캐피탈은 꼭 이기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