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들이 디지털 환경에 과의존하고 있고 다양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에는 독서·인문 교육 강화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천창수 울산광역시교육감은 20일 을사년 신년을 맞아 CBS노컷뉴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해 울산교육청은 10년 연속 전국 최저 학업중단율, '꿈키움멘토단'을 통한 학업 중단 위기 학생들의 학업 복귀율 90% 달성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천 교육감은 "'올해에는 책읽은 소리, 학교를 채우다'라는 구호 아래 독서 바람을 일으켜 학생들의 독서와 글쓰기 능력, 문해력을 높이겠다"면서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수업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천 교육감과 일문일답.
항공기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울산시교육청내 분향소를 마련했다. 나라 전체가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새해를 맞게 되었는데, 교육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갑작스러운 참사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울산교육청에서는 이번 참사 희생자들을 울산 지역의 학생, 학부모, 교직원 및 시민들이 함께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추모하기 위해 교육청 1층 책마루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온 국민의 추모 속에 장례를 무사히 치렀고 지금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어 유족들에게 작으나마 위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참사를 통해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학교 현장에서도 안전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시설물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하여 안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슬픔과 어려움이 많은 속에서 맞는 새해이지만 모두 함께 지혜를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취임 이후,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울산교육청은 10년 연속 전국 최저 학업중단율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교사와 시민으로 구성된'꿈키움멘토단'의 노력으로 학업 중단 위기 학생들의 학업 복귀율이 90%에 이르는 성과를 내었다. 학업 중단 위기 학생들에게 1대1 맞춤형 상담은 물론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정서적 회복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동기와 힘을 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울산시와 협력해'교육발전특구 시범 지역'에 선정되어 3년간 30~100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받게 되었다. 유아부터 초·중·고, 대학교육까지 연계·지원이 가능해져 안정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학생들이 지역 내에서 취업을 하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교육 도시 울산으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선생님들의 안정적인 교육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활동보호센터를 개관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기존 교육청 내에 있던 센터를 선생님들이 마음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혁신도시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확대 이전했다. 상담, 치유 프로그램 제공과 함께 법률 지원 등 선생님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을 확대해 안심하고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전국 최초로 직업교육복합센터를 설립했다. 공모를 통해 정부 지원금 100억 원을 받았고 자체 예산 80억 원도 투입되었다.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 코딩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실습 환경을 구축하여 학생들의 직무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지원 대상을 4세까지 확대해 유치원 학부모 부담금을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줄여 교육비 부담을 경감시켰다. 올해에는 3세까지 확대해 지원할 예정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울산특수교육연구원 설립이 다소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애 학생들의 진로·직업 교육은 물론 비장애 교사와 학생들에게도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다. 장애학생들의 복지 증진과 특수교육정책 연구를 위해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주민 동의 절차를 거쳤고 시의회의 공유재산 심의도 통과했다. 1월에 중앙투자심사 앞두고 있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울산시교육감 취임과 동시에 교육감 직속 교폭력근절추진단을 출범하고 '평화롭고 따뜻한 학교 조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학폭 대책과 관련된 성과는? 아울러 딥페이크 등 학폭이 다양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방안이 있다면?
"학교폭력 문제 해결이 단 시간의 노력으로 일거에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속적인 노력과 예방과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학교 문화를 바꾸어 가는 지난한 과정이다. 취임과 함께 교육감 직속으로 학교폭력근절추진단을 구성했고, 매월 학교 폭력 현황과 대책을 보고받고 있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학교폭력신속대응팀운영, 학교폭력전담조사관, 화해분쟁조정지원단, 피해회복지원단, 법률지원단 등을 운영해 학교폭력 초기대응부터 사안처리까지 전단계에 걸쳐 지원을 하고 있다. 학교폭력사안 건수는 소폭 증가하고 있으나 증가 추세의 폭은 이고 있다. 작년 제1차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 전국 상승률 0.2%보다 적은 0.1% 증가를 보이고 있다. 직접적인 신체폭력은 줄어드는 추세에 있지만 언어폭력과 사이버 폭력이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학교폭력 사안이 많이 발생하였거나 감소한 학교 35개교를 '관계회복지구'로 지정해서 찾아가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집중 지원하여 관계 회복을 도왔다. 전체 학교의 10% 정도가 회복적 생활교육에 참여를 했고 만족도는 아주 높은 편이다. 참여 학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갈 것이다. 관계 회복지구에 속한 학교들은 다른 학교에 비해 학교폭력이 감소하는 성과도 있었다.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갈등 조정을 위한 화해분쟁조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회복적 생활교육과 갈등 조정 지원 역할을 통합하여 '교육공동체 회복지원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회복적 학교'도 당초 10개교를 계획했으나 희망학교가 많아 20개교로 늘려서 운영을 한다. 회복적 학교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 등 사이버 성폭력 예방을 위해 올해 초5, 중1 학생을 대상으로 건전한 성 가치관 형성을 돕기 위한 성교육 집중학년제를 운영한다. 학생들의 올바른 성가치관 확립과 발달단계에 맞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게 된다. 다행히 올해는 예산을 많이 확보를 해 성교육 부분에 집중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어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학교폭력 유형별로 맞춤형 자료를 제공하고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집중 예방 기간 운영 등과 함께 작년에 발생한 학교폭력 유형별 특성을 분석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CBS노컷뉴스가 단독보도한 '울산교육 종단 연구'가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을 시작으로 10년간 추진된다. 앞으로 종단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기대 효과는?
"종단연구는 긴 시간과 매우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교육감 공약으로 종단연구를 하겠다고 한 이유는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인식과 성장과정을 파악해서 좀 더 멀리 보면서 미래교육의 정책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울산교육 종단 연구 1차 연도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에 대한 분석 연구를 현재 교육정책연구소에서 수행하고 있다. 오는 5월 이후 보고서로 발간하여 1차 연도 조사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올해는 울산교육종단연구 2차 연도를 수행한다. 대상은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며, 일반설문조사와 울산 학생 역량문항 검사를 병행해 조사가 이루어진다. 학생, 보호자, 교사, 학교장으로 대상을 유형별로 나누고 대상자별로 지역수준, 학교·학급 수준, 학생 수준으로 내용을 분류하여 단계별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자료 분석을 통해 학교 교육 활동과 학생 성장, 발달의 영향 관계를 파악하고 향후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교육 활동과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교부금 축소로 지방교육재정이 걱정이다. 교육정책사업에 필요한 재정 확보 마련에 대책이 있는지 비상금격인 재정안정화기금 운용에는 문제가 없는지?
"최근 2년간 연속 정부의 세수 감소로 인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교육 재정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되고 있다. 특히 늘봄학교, 유보통합, 디지털 교육 전환 등 국가 정책 사업 추진도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건비와 물가 상승에 따른 경상비 증가, 교육 기반 시설 확충 요구 등 재정 수요 또한 증가 추세에 있다.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제한된 재원 내에서 필수적인 교육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일반 사업비를 15% 일괄 삭감하고, 경상 경비 감액, 물품 사용 기한 연장, 시급하지 않은 사업은 시행을 연기하는 등 예산 효율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만, 학생들을 위한 교육복지 예산과 교수학습 지원 예산은 우선적으로 편성해서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고, 안전을 제외한 시급하지 않은 학교 환경개선 공사나 신규 사업은 중단 또는 보류했다. 지난해 연말 고교 무상교육 예산의 정부 분담을 3년간 연장하는 지방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서 우리 교육청의 재정부담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게 되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교육재정의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 행사는 교육의 국가책임에 대한 거부권 행사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인식에 우려를 표하는 입장과 국회의 현명한 결정을 호소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재정안정화기금은 최근 2년간의 세수 결손으로 인해 지난해 상당 부분(약 1,120억 원) 사용하였고, 앞으로 경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재정안정화기금의 고갈 현실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육 재정의 심각한 위기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뜨겁다.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천 교육감의 의견이 궁금하다.
"AI 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에 대해서는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우려도 크다. 외국에서도 디지털 과의존, 문해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디지털교과서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나라에서 서책 교과서로 되돌아 가는 경우도 있었다.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보완 없이 짧은 시간에 전면도입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교육청은 시범 사업으로 도입을 하기로 했고 예산도 거기에 맞춰 편성을 했다.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AI 디지털교과서의 지위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 이어지겠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가 전면 도입에서 한발 물러서 올해는 학교의 자율에 맡기기로 방침을 정했다. 우리 교육청은 전체 학교의 3분의 1 범위 내에서 시범 운영을 할 것이고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점 등을 충분히 검증하고 일선 교사들의 의견도 수렴해서 반영할 것이다."
끝으로 새해 울산교육정책 방향과 주요 역점 사업이 있다면?
"독서·인문 교육 강화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과 디지털 교육의 확대로 많은 학생들이 디지털 환경에 과의존하고 있고 다양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책읽은 소리, 학교를 채우다'라는 구호 아래 독서 바람을 일으켜 보려고 한다. 모든 학교에서는 하루에 15분씩 다 함께 책 읽기, 학급·학교 단위의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낭송·낭독대회, 그 외 1학교 1독서 동아리 운영, 질문 중심 독서 토론 강화, 학생 저자 되기 등으로 학생들의 독서와 글쓰기 능력, 문해력을 향상시켜 갈 것이다. 올해 9월에는 북구에 숲, 놀이, 독서가 어우려진 어린이독서체험관을 개관한다. 학교 단위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독서를 이용한 다양한 놀이 활동을 개설하고, 주말에는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북캠핑 등으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독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질문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능동적인 학습자가 될 수 있도록 '질문 중심'의 수업을 확대할 것이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협력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도록 수업 방식을 변화시켜 갈 것이다. 이를 위해 중·고등학교 교사 중에 교실수업개선에 관심있는 교사들을 '씨앗교사'로 선발해 공개 수업, 수업 사례 공유 등을 통해 교내 수업 변화를 주도하고, 모든 학교에서 수업이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