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에 따른 민생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경기도와 도내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 이끄는 지자체들이 '지역화폐' 확대를 통한 긴급처방에 나서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시장인 지자체들은 지역화폐 운용을 유지하면서도,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책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중앙당 기조에 따라 관련 홍보나 정책 우선순위에 두는 데 미온적이다.
지역화폐에 기본사회까지…李 정책 앞세운 '민주당 시장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도내 대부분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신년 시정 구상에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중점 대책으로 '지역화폐 활성화' 정책을 담아내고 있다.
먼저 도는 각 시·군과 함께 지역화폐 인센티브 할인율을 6%에서 10%로 올리기로 했다. 1만 원으로 지역화폐를 사면 1만 1천 원을 충전해주는 방식이다.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민간 배달앱 사업자 두 곳에 지역화폐 결제 시스템 적용도 추진한다.
전국 최대 기초지자체인 수원특례시는 올해 지역화폐 예산을 411억 원으로 두 배 넘게 늘렸다.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먹사니즘'과 연계해 민생탐방에서 지역화폐 위력을 치켜세웠던 이재준 수원시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해 지역화폐 200억 원으로 1천억 원의 효과를 냈다는 게 시의 분석이다.
도내 지역화폐 최대 발행 지자체인 화성특례시가 올해 발행하는 액수는 5천억 원에 달한다. 화성시는 지역화폐 보편화를 기반으로 이 대표의 정책적 지향점인 '기본사회' 구현까지 꾀하고 있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지역화폐로 소득과 주거, 의료, 교육의 보편적 서비스가 보장되는 기본사회의 토대를 마련해 시민 삶에 빛을 비추겠다"고 했다.
이재명의 경기도와 지역 역점사업들을 협업해 온 임병택 시흥시장도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시흥화폐 시루 10% 특별할인 적용과 함께, 시 전체 재정의 60%를 지역화폐에 대해 조기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역화폐 확대 발행뿐만 아니다. 모든 시민에게 지역화폐로 직접 지원금을 나눠주는 지자체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민생안전지원금'을 강조한 박승원 광명시장은 시민 28만여 명 모두에게 1인당 10만 원씩 광명사랑화폐를 지급하기로 시의회와 최종 확정했다. 김경일 파주시장도 민생안정 특별대책으로 시민 1인당 10만 원의 지역화폐 지급을 결정했다.
이처럼 지역화폐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민주당 차원의 민생정책 의지가 깔려 있다. 민주당 측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폐기됐던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등 10대 민생 입법 과제를 선정해 정부여당의 대승적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지자체장들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감안, 친이재명계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이 대표의 시그니처 정책 흐름을 적극 따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필요성은 있지만"…국민의힘 시장들, 당 눈치 때문?
반면 국민의힘 지자체장인 지역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역화폐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소속 시장이 있는 지자체들도 대체로 인정하고 실제 확대 운영도 하고 있으나, 정책을 알리거나 우선순위에 두는 데에는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국민의힘 이동환 시장의 고양시는 올해 들어 도내에서 유일하게 지역화폐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을 중단해 반발에 부딪혔다. 시는 국비 예산 부족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고양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와 민원창구에는 불만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의회 민주당에서는 "도비 지원 신청을 하지 않는 등 의지가 없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또한 여느 국민의힘에 속한 지자체장들은 신년 맞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지역화폐에 관한 언급을 후순위에 간단히 담거나, 아예 내용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같은 당의 일부 도내 시장들이 골목경제에 대한 긴급처방으로 지역화폐를 수혈하려는 것과도 대비된다. 지난달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1~3월 지역화폐 충전 한도를 기존보다 20만 원 늘린 50만 원으로 상향하는 민생 대책을 발표했고, 신상진 성남시장도 기자회견에서 "경제 한파로 돌파구가 필요하다"며 지역화폐 5천억 원 특별발행(1분기) 방침을 내세운 바 있다.
도내 국민의힘 시장인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화폐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야당 대표와의 연계성 때문에 홍보에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신년 기자회견 시나리오 초안에 지역화폐 내용은 모두 빠져 있다"며 "그렇다고 지역화폐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지역화폐의 효능 자체는 공감하지만, 정치적 판단으로 사업을 전면에 앞세우진 못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역화폐 등 이재명 대선용 추경은 절대 못 받는다"고 거부하는가 하면,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미래세대 수탈법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비난하는 등 국민의힘이 이재명표 정책에 빗장을 걸어 잠근 맥락과 맞닿아 있다.
상인들·전문가 "정치적 계산보다, 민생부터 챙겨야"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은 지역 안에서 전통시장과 상가 가맹점 모두 사용 가능해 특히 소상공인 입장에서 선호도가 높다"며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떠나 지역 내 경기활성화 측면에서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죽어 가는 지역경기를 살려달라고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치고 있는데 '추경도 안 되고, 지역화폐도 싫다'며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지역화폐 발행할 때는 생색내기도 했으면서 이럴 땐 당 눈치만 살피는 건 집권당 소속 지자체장으로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