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이 지난해 혼잡도 개선을 위해 국제선 터미널 증축을 완료했지만, 최근 출국장에 극심한 혼잡이 빚어져 여객기 지연이 속출하는 등 승객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당시에도 출국장은 확충되지 않아 혼잡도 개선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만큼, 예견된 혼잡 상황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구에 사는 김현지(27·여)씨는 지난 16일 이른 오전 홍콩행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해국제공항을 찾았다가 펼쳐진 광경에 아연실색했다.
오전 6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각에도 출국심사장 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져 있는 등 국제선 터미널이 크게 붐볐기 때문이다.
김씨는 "살면서 공항 출국장 대기 줄이 이렇게 긴 것은 처음 봐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줄이 거의 공항 끝에서 끝까지 굽이굽이 이어진데다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다"며 "5시 40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7시 10분까지 출국 신분확인대도 통과하지 못해서 비행기를 놓칠까봐 무서웠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 일행은 비행기 탑승 마감 전 탑승자들을 다급하게 찾는 항공사 직원이 와서야 출국심사대를 통과하고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김씨는 "항공사 직원이 탑승자를 찾으러 왔을 때 우리 말고도 10명이나 같이 우르르 들어갔다. 모두 긴 대기 줄에 있었던 것"이라며 "줄을 기다릴 때 다른 항공사에서도 계속 직원들이 와서 돌아다니며 탑승자들을 찾았고,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고 말했다.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은 지난달 신규 노선이 일주일에 80편 넘게 늘어나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공항은 출국장 혼잡도가 높아지자 최근 보안·검색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부랴부랴 신분확인대 5곳과 보안검색대 9곳을 모두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가시적인 개선 효과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김해공항은 국제선 터미널 면적을 기존의 25%가량 확장하는 확충 공사를 마치고, 혼잡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와 면세품 인도장, 입국장 등이 확장된 것에 비해 출국심사장은 기존 공간을 재배치했을 뿐 크게 확충되지 않았다. 이에 당시에도 정작 공항에서 가장 큰 혼잡도를 보이는 출국심사장이 확충되지 않아 혼잡도 개선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일각에서는 수개월 전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과 함께 극심한 혼잡으로 여객기 지연이 속출하는 등 이용객 불편이 커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 동안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의 정오 이전 국제 항공편 27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편이 출국장 혼잡으로 지연됐다. 에어부산의 경우 지난달 29일 6편, 지난 7일 4편이 같은 이유로 지연 출발했다.
출국장 혼잡문제가 이어지자 18개 항공사로 구성된 항공사운영위원회(AOC) 측은 지난달 김해공항에 국제선 보안검색장 혼잡 개선 및 대책 마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김해공항과 AOC 측은 16일 대책을 논의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 직원들이 직접 비행기에 타지 못한 승객들을 찾아 출국장 줄을 돌아다녀야 해 인력 문제도 크고 지연으로 항공기 운항에도 차질이 생긴다"며 "또 승객 불만은 항공사로 집중돼 항공사들이 모두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여행객이 몰리는 설 연휴에는 얼마나 더 혼잡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