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충암파 우정?…尹·김용현, 계엄포고령 책임공방

비상계엄 당시 작성된 계엄포고령 놓고 양측 공방
김용현 측 "포고령, 당연히 尹대통령이 검토"
尹대통령 측 "헌재 증인신문서 밝히겠다"
민감한 계엄포고령 1호 내용 놓고 서로 네 탓 공방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당시 작성·선포된 계엄포고령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 측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주장이 엇갈리며 책임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 측은 '김 전 장관이 포고령 예문을 잘못 베낀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김 전 장관 측은 '착오 없이 작성됐고 윤 대통령이 검토했다'고 반박했다.
 

김용현 측 "포고령, 당연히 尹대통령이 검토"

김용현 전 장관의 변호인 이하상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의 공판준비기일인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계엄포고령에 대해 "국회의 권능을 무력화하고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활동 금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던 것"이라며 작성 과정에서 "어떤 착오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최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2차 답변서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작성된 포고령은 김 전 장관이 군사정권 시절 예문을 잘못 베낀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포고령 1호에는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겨 계엄 사태의 위헌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꼽히는데, 이는 김 전 장관의 착오로 작성된 것이지 윤 대통령의 뜻은 아니었다는 취지다.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포고령이었냐'는 질문에 "김 전 장관이 직접 초안을 작성했고, 전체적인 검토는 당연히 윤 대통령이 했다"며 "저희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답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인 유승수 변호사(왼쪽)가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혐의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첫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뒤 나와 김 전 장관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김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와 관련된 세력이 정치활동을 매개로 국회를 장악하는 현상이 발생해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취지로 작성했고, 이는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尹대통령 측 "헌재 증인신문서 밝히겠다"

사태가 책임공방 양상으로 치닫자 윤 대통령 측은 곧바로 법정에서 진위여부를 가리자고 맞섰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서 김용현 전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포고령과 관련한 논란은 김 전 장관 증인신문을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헌재는 이날 김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대선후보 시절 국방·안보 분야 보좌를 담당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경호처장에 임명됐고, 지난해 국방부 장관으로 영전하는 등 윤 대통령의 '충암파' 최측근으로 승승장구했다. 당연히 이번 비상계엄 선포에도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이 민감한 계엄포고령 1호 내용을 언급하며 이를 김 전 장관의 착오로 돌리면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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