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그렇게 생각해요. 운도 따라줘야죠. 역주행이란 큰 선물을 받았고 활동하면서 또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힘들고 지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무대 서는 게 감사하고 저희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있고 해서 그런 것 때문에 힘을 얻어서 무대 했던 것도 있고요. 가장 큰 건 저희 팬분들이 힘이 많이 됐던 거 같아요. 진짜 저희는 생각했을 때 '제가 나는 뭘 했을 때 가장 행복하지?' (하면) 무대에 섰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느껴서 그 행복감에 지금까지 잘 버티지 않았나 싶어요. 우여곡절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은지)
브브걸(BBGIRLS)이 돌아왔다. 2017년 발표한 '롤린'(Rollin')이 코로나 시기였던 2021년 역주행하면서 새롭게 활력을 받아 전성기를 맞았으나, 지나고 나니 우연한 행운에 가까웠다. 오랫동안 머물렀던 소속사를 떠나 새출발했지만 예전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 와중에 멤버 유정이 팀을 떠나 3인조가 됐다. 소인원이다 보니 한 명의 부재가 더 크게 다가왔다.
동고동락한 멤버가 떠나 속상해도,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에 매달릴 수만은 없었다. 지난해 공연을 많이 하면서 "무대 위에서 더 편해지고 자유로워졌다"(유나)라는 브브걸은 "차갑게 얼어붙었던 마음"(민영)을 녹일 따뜻한 곡으로 겨울에 컴백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한 브브걸을 만났다.
지난해 4월, 유정이 공식 탈퇴했다. 브브걸은 신인 그룹 하이키(H1-KEY)가 있는 연예 기획사 GLG와 전속계약을 맺고 '브브걸 3인 체제'를 진행하고 있다. 민영은 "한 명만 빠져도 그 빈자리가 정말 많이 보인다. 특히 다인원이면 모르겠지만 4인조면 1명이 크다. 그게 무대에서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댄서분들로 자리 많이 채워서 비어보이지 않게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표곡 '롤린'이 여름에 어울리는 청량한 곡이어서 '서머퀸' 이미지가 강한 브브걸. 겨울에 컴백한 이유를 묻자, 은지는 "공백기가 길었다. '원 모어 타임'(ONE MORE TIME) 끝나고 여름 앨범 준비하고 있었는데 전 멤버 빠지는 문제도 있고 해서 못 냈다. 하루빨리 팬들을 만나고 싶어서 준비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민영은 "저희가 차갑게 얼어붙었던 마음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유나는 "마음을 전달하는 노래, 좋은 노래로 찾아뵙게 되니까 응어리가 풀린다"라고 부연했다.
'원 모어 타임' 이후 1년 6개월 만에 나온 새 싱글 '러브 투'(LOVE 2)는 카라(KARA), 인피니트(INFINITE) 등 많은 히트곡을 만든 스윗튠이 프로듀싱을 맡은 곡이다. 아기자기한 사운드 장치가 곳곳에 배치됐고, 브브걸의 따뜻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애틋한 감성의 댄스 팝 트랙이다.
유나는 "(곡) 수급 과정에서 노래가 많았다"라며 "한 번쯤은 따뜻한 느낌을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영은 "(저희가) 비트가 되게 강하고 신나고 자극적인 노래를 많이 했었다"라며 "('러브 투'는) 오히려 처음에 딱 들었을 때 막 꽂히거나 '아, 이거야!'는 아니었다. 듣기 너무 편안하고 더 들어보고 싶고, 가사에 내 마음을 자극하는 구절이 있었다"라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노래를 듣고 제가 노래 부를 걸 생각하는데, 스키장에서 따뜻하게 옷 입고 스키 타면서 듣는 상상도 하고, 추운 겨울에 이 노래가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결정하게 된 것 같다. 회사도 동의했고, 대표님이 아티스트 출신이신데 저는 대표님 감각에 좀 놀랐다. 곡 수급해서 저희한테도 들려주시고 했는데 (긍정적 의미로) 좀 놀랐다. 그래서 믿음이 갔다, 회사에"라고 밝혔다.
은지는 "생각보다 저희 노래에 이별 가사가 많다. 되게 슬프고 딥한 느낌의 가사. 이번 노래는 가사도 굉장히 예쁘고 애틋하면서도 사랑이 담긴 행복한 느낌의 노래여서 그런 부분이 변화했다"라고 소개했다.
"시도해 보지 않았던 장르"를 통해 "몽글몽글한" 곡을 들려주고 싶었다는 게 민영의 설명이다. 이어 "브레이브걸스가 되게 강하고 센 이미지를 많이 추구했다면, 이번 앨범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멤버들은 앨범 발매 전 공개한 일문일답에서도 신곡 '러브 투'의 가사가 마음에 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억에 남는 가사는 무엇일까. 유나는 "처음에는 사실 멜로디가 (귀에) 들어왔다. 이 노래가 우리 목소리로 겨울에 나오면 되게 좋겠다 싶었다. 겨울 느낌이 낭낭했다"라며 "가사를 쭉 읽어보니까 사랑 이야기지만 인간관계에서의 얘기도 된다고 생각했다. 저희 멤버들과의 이야기도 되고, 멤버들과 팬분들 관계 같기도 하다"라고 바라봤다. "함께하자고 손 내미는 느낌"이 특히 좋았다고.
이전보다 콘셉트가 영(young, 어린)해진 것 같다는 말에 멤버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민영은 "정말요? 그렇게 느끼신 거냐?"라고 되물었고, 은지도 "성공이다. 최고의 칭찬"이라고 말했다. 유나는 "'옷이 왜 저래?' 이런 소리 안 듣고 싶지 않나. 앨범 준비하기 전에 공연 많이 했다. 그때도 이미지 시도를 계속하려고 다양한 옷도 입고, 헤어와 메이크업도 해 봤다"라고 거들었다.
"예뻐 보인다는 말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이 굉장히 위안이 된다"라고 운을 뗀 민영은 "현역 활동하는 그룹 중 나이가 제가 제일 많더라. 올드해 보이고 싶지 않고 잘 어울려져서 활동하고 싶어서, 비주얼적인 요소도 고민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스스로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고 한 브브걸은 최근 멤버 탈퇴, 오랜 공백기 등 녹록지 않은 시기를 보냈다. 어떻게 이겨냈는지 질문에 유나는 "어렸을 때보다는 놓아주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고민이나 걱정을) 멤버들한테 말하는 게 가장 좋았던 방법"이라고 돌아봤다.
민영은 "저는 지극히 현실주의자가 된 것 같다. 집에서 장녀고 연습생 때부터 늘 리더 역할을 해 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걱정되는 일이 생기면 일단 저는 해결해야 하더라"라고 말했다. 유나가 "언니가 되게 현실적이어서 바로잡아준다. (저희끼리) 다 융화가 잘되는 것 같다"라고 하자, 민영은 "정말 부정적인 생각은 정말 쓸모가 없고 오히려 분위기만 안 좋게 하더라. 시간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더라. 부정적인 생각은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큰 사랑을 받은, 팀을 대표할 만한 곡이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일이다. '롤린'의 성공으로 브브걸은 어쩌면 '정답이 무엇인지'를 찾은 그룹이 아닐까. '롤린' 느낌의 곡을 그대로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유나는 "저희한테 되게 소중한 곡이다. 여러 가지 앨범을 해 봤지만 되게 쉽지 않더라. 히트곡이 나오는 것도 다 때가 있고 운이 있다. 제2의 '롤린'이 얼른 저희에게 왔으면 좋겠지만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물론 브브걸만의 "청량하고 시원한 보컬"(유나)을 여름에 무조건 가져갈 계획은 있다. 민영은 "팬이나 대중이 저희에게 원하는 게 뭔지는 안다. 충족할 만한 걸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동안) 수급되는 곡들이 조금 부족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고. 저희가 보여드릴 장점이 뭐가 있을까, 여름에 그런 모습을 한 번 더 보여드리는 게 2025년의 목표"라고 말했다.
신곡 '러브 투'는 멤버들이 설명했듯이 아련하면서도 몽글몽글하고 듣기 편한 곡이다. 이 같은 방향성으로 계속 나아갈 것인지 묻자, 민영은 "확고하게 정한 건 없다"라며 "바로 다음 곡은 여름(발매)을 생각하는 건 맞다"라고 전했다.
이어 "노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곡 수급에 심혈을 기울이게 될 것 같다. 다음 걸 벌써 준비 중인데 더 좋은 모습으로, 좋은 퀄리티로 나오려면 이번 앨범이 잘돼야 한다. 안 된다고 해서 (다음 활동을) 안 하진 않는다. 시간이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비를 털어서라도 할 건데, (이번 앨범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져주시느냐에 따라 멤버들의 자신감이 달라지니까"라고 설명했다.
올여름 컴백이 상당히 구체화된 것 같다고 하니, 민영은 "정말 의지만 있으면, 여건만 되면 계속하고 싶다. 안 되면 만들어봐야 한다, 어떻게든. 크게 고민하진 않는 것 같다. 다음이 무조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감사하게도 (회사가) 저희를 되게 지원 많이 해 주신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다음 앨범으로 기분 좋게 컴백하기 위해 필요한, '이번 앨범 성공의 척도'는 무엇일까. 유나는 "높은 순위를 받으면 좋겠지만, 사실 저희가 '원 모어 타임' 나왔을 때 많은 분들이 재데뷔한지 몰랐다. '브브걸이 돌아왔구나' '노래 나왔구나' 하는 정도여도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영은 "다시 활동할 때 기사가 많이 나지 않아서 활동하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았다. '새 앨범 나왔어?' '괜찮네!' '세 명이네' 이런 간단한 거라도 관심받고 그런 한 마디만 주셔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굳이 욕심을 낸다면 (음원 차트) '톱 100' 정도는 들었으면 좋겠다. 큰 욕심은 없다. 관심을 좀 많이 가져주시고, (저희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함께해 온 시간이 쌓여 이제 '팀'이라는 말로 부족한 사이가 됐다는 브브걸은 결혼과 임신, 출산 시기도 비슷한 시기에 맞춰보자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민영은 "팬들한테 우리 인생을 보여주면서 그렇게 장수돌이 하고 싶다. 재밌을 것 같다. 막 연예인으로서, 걸그룹으로서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가기보단, 많은 분들이 저희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시고 편안해하신다면 같이 인생을 사는 (동료) 의미로서 오래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브레이브걸스에서 브브걸로 재작년에 재데뷔했기에 "3세대인 것 같지만 5세대"(민영)라는 브브걸은 이번 활동에서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귀띔했다. 브브걸로 활동한 지는 아직 1년 반뿐이라는 은지는 "더 신인 같은 마음으로 무대 할 때마다 더 신중하고 더 연습 많이 하고 더 열심히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민영은 "10년, 20년, 30년 열심히 활동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브브걸의 신곡 '러브 투'는 어제(15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