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뤄진 공조수사본부가 12·3 내란사태 발생 후 43일 만에 내란 수괴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습니다.
경찰 1100여 명을 투입한 공조본의 인해전술과 대통령경호처 지휘부 무력화 전략이 적중하면서 빠르게 대통령 관저에 진입할 수 있었는데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에 성공한 수사팀의 긴박했던 6시간을 현장에 나간 사회부 양형욱 기자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양 기자!
[기자]
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이번 2차 체포영장 집행이 2박 3일간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6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잖아요. 그 과정 차근차근 짚어주시죠.
[기자]
네, 공조수사본부는 지난 영장 집행 때보다 약 2시간 이른 새벽 4시 20분쯤 관저 앞에 도착해 체포영장 집행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영장 집행에는 서울과 인천, 경기 남북부 경찰청 소속 수사관 1100명,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40명 등이 동원돼 지난 1차 집행 때보다 인원이 8배 늘었습니다.
그야말로 대규모 작전이었습니다. 집행 초반에는 수사팀이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국민의힘 의원들에 막혀 관저 경내 진입도 하지 못했고, 약 2시간 동안 대치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조본은 새벽 5시 27분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고지했는데요. 영장에는 "윤 대통령이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정치활동까지 금지하는 불법 포고령을 포고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대치 상황이 길어지자 경찰은 현장 방송을 해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으면 적법한 공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간주해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며 변호인단을 압박했습니다.
[앵커]
그렇게 대치상황이 이어지다가 수사팀이 관저 경내 진입에 성공한 이후부터는 상당히 신속하게 체포 작전이 진행됐지요?
[기자]
네, 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찰은 윤 대통령 체포조와 경호처 체포조로 구분하고 영장 집행 방해 행위를 적극 채증하는 압박 전략도 준비했습니다.
또 경찰은 수도권 광역수사단 지휘관 회의를 세 차례 개최하는 등 영장 집행 방식 등을 철두철미하게 점검해왔는데요.
수사팀은 관저 앞에서 대치를 지속하다가 관저 정문 인근 울타리를 개방하고 매봉산 등산로를 통해 우회 진입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수의 인력들을 관저 경내에 진입시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아침 7시 34분쯤 관저 경내로 한꺼번에 진입한 수사팀은 미리 준비한 사다리를 이용해 관저 앞을 막은 경호처의 차벽을 넘어간 후 차량을 이동시켜 1차 저지선을 돌파했습니다.
이후 다시 2차 저지선인 차벽에 가로막혔지만, 7시 46분쯤 우회해 통과했고, 8시 8분쯤 일부 인력이 마지막 3차 저지선까지 돌파했습니다. 경내에 진입한 뒤 관저 건물 근처에 도착하기까지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은 겁니다.
이후 공수처 검사는 관저동에 들어가 윤 대통령 측과 영장 집행 관련 협의를 이어갔고, 윤 대통령 측은 자진 출석을 제안했지만 공수처는 거부했습니다.
오전 10시 33분쯤 수사팀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경호처의 요청에 따라 윤 대통령은 경호 차량을 타고 경기 과천에 있는 공수처로 이동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저지선 돌파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호처는 어제까지 "기존 경호업무 매뉴얼 대로 대응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는데 현장 상황은 달랐나보군요.
[기자]
네, 수사팀이 빠른 속도로 저지선을 통과한 이유는 이달 초 실패로 끝난 1차 영장 집행 때와 달리 경호처 직원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1차 집행 때는 관저 건물 앞에 경호처 직원 200여 명이 스크럼을 짜고 '인간 벽'까지 만들어 영장 집행을 저지하자 공조본은 결국 철수했었는데요.
어제까지도 경호처는 "기존 경호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하겠다"며 강경파로 꼽히는 김성훈 경호차장을 중심으로 영장 집행 저지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최근 사퇴한 뒤 경찰에 스스로 출석했고, 김성훈 차장은 1차 영장 집행 저지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이어서 직원들의 동요가 컸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실제로 이번에 각 저지선마다 경호처 인력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는데요. 경찰의 경호처 지휘부 무력화 전략과 적법한 영장 집행 저지 시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가 결과적으로 통했다는 평가가 다수 입니다.
[앵커]
윤 대통령이 체포된 후 탄핵 찬반 집회에서는 어떤 분위기가 감지됐나요?
[기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공수처는 나가라", "탄핵 무효" 등 구호를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박스팝]
"그래도 지켜줄 줄 알았지. 지킬줄 알았지"
"아이고 마음이 울컥하지 이놈들 정말로 피바람이 불거야. 지금 여기 계속 다녀가고 지지율 많이 높여가지고 탄핵 기각되도록 해야지"
반면 탄핵 찬성 집회에서는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양형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