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견마저 연기를 잘하던데요.(웃음)"
작품에 거듭 만족감을 표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명가게'에서 정원영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의 솔직한 소감이다.
그는 배우 선배이자 첫 연출을 맡은 김희원 감독에 대해 "연출의 정석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주지훈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모두가 이렇게 해야 된다"며 "프리 프로덕션을 충실히 하다 보니 서로 얘기한 그대로 현장에서 찍기만 하면 됐다. 감동적인 현장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실제 김 감독의 작품 프리 프로덕션 기간은 6개월 정도에 달했다. 여기에 개인 시간까지 합하면 총 9개월 동안 공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강풀 작가 앞에서 모든 신을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주지훈은 "이번에 작업하면서 결과물을 봤다. 형(김희원)이 또 작품 하자고 하면 대본도 안 보고 한다고 대놓고 말했다"며 "그 정도의 신뢰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에 있는 조명가게에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펼쳐지는 내용을 다룬다. 주지훈은 극 중 조명가게 사장 정원영 역으로 등장해 가게를 찾는 다양한 손님들과 마주한다.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해서 정원영 했죠" 웃음
주지훈은 당초 김 감독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웃었다.
"워낙 서로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니까 무슨 역할 위주로 보면 되냐고 물어봤죠. (김희원이) 너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해서 장난으로 정원영을 얘기했더니 네가 그거 할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어 "각 인물마다 굉장한 감정들이 나오는데 가운데 앉아서 관망하는 정원영의 모습이 재미있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또 정원영을 표현하는 부분에선 "언어가 문어체여서 접속사가 거의 없었다"며 "굉장히 기계적인 인물이어서 의도적으로 호흡을 배제했다"고 강조했다.
주지훈은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정원영이 딸을 알아보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아무래도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다가 딸이란 걸 알아야 하는 신이었는데 선글라스를 쓰다 보니 눈을 보여 줄 수 없었다"며 "전조 없이 한순간에 딱 느낌이 전달되도록 노력했던 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을 주고 감정이 오르는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억나는 대사도 있다. 그는 "'어디나 사람 사는 세상 아니겠느냐'라는 말이 참 좋은 말인 거 같더라"며 "잔잔하지만 꽤 위로되는 말인 거 같다"고 말했다.
"첫 아빠 역할 걱정하기도…강풀 작가는 천재"
주지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아버지 역할을 처음 맡았다고 한다. 그는 "대본을 보고 나중에 깨달았다"며 "너무 큰 무기를 던진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내 안에 없는 감정이니까 걱정하면서 무섭기도 했다"며 "(다행히) 희원형이 감독이어서 내면에 있는 두려움을 함께 나누면서 연기를 했던거 같다"고 덧붙였다.
또 "그동안 어떤 상황을 겪어서 내가 슬픈 것만 표현했는데 작품에는 나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존재가 있으니 아이가 안쓰러워지더라"며 "너무 슬펐다.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수분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5시간 동안 분장했다"며 "우리 아빠랑 닮은 정도가 아니라 똑같이 생겼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작품을 집필한 강풀 작가에 대해서도 거듭 극찬했다.
"조연이라는 개념이 없이 한 사람 한 사람 다 서사가 있었어요. 그들의 시간대별로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서로 겹쳐 있더라고요. 이런 구조는 기본적으로 미드(미국 드라마) 구조인데 미국에선 꽤 많은 작가들이 함께 작업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강풀 작가 혼자서 충분히 해내고 있더라고요."
이어 "단순히 그림이 아닌 상황적으로 맞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강풀 작가가 천재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대미를 장식한 '조명가게'는 공개 후 12일간 지난해 디즈니+에서 선보인 한국 시리즈 콘텐츠 중 최다 시청 기록을 거뒀다. 이는 디즈니+ 론칭 이후 공개된 한국 작품 중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