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사실상 '방어' 해온 대통령 권한대행들이 윤 대통령 체포를 기점으로 '선 긋기'에 나선 양상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보좌 업무를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15일 12·3내란사태에 대해 "헌법, 법률에 비춰볼 때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진명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에 기관 보고에서 "부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대외신인도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막중할 것임을 지적하고 반대 의사를 수차례 표명한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총리는 회의장에서 가장 먼저 나왔고 출석 거명도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또 "(최 권한대행은) 이어 진행된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이 참여하는 일명 F4 회의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한은 총재가 시장 안정과 경제를 위해 만류한 바 있다"며 "이후 진행된 기재부 1급 회의에서 부총리는 계엄 관련 어떤 지시도 따르지 않고 계엄하의 회의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예비비 확보 관련 쪽지를 무시했으며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총리는 이후 새벽 목적 적시 없는 쪽지 통보를 받았으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계엄 하의 소집이라 생각해 불참을 통보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의 자못 단호한 입장은 최 권한대행의 이날 새벽 입장과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새벽만 해도 "국가기관 간의 물리적 충돌은 국민의 신뢰와 국제사회 평가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것이기에 그 어떤 이유로도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더.
이어 "물리적 충돌 방지를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이에 심각한 위반이 있어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경호처는 모두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 수호, 국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관계 기관 간에 폭력적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는 일만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해왔다. 체포영장 집행에 사실상 '뒷짐'을 지고 윤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당일 체포 직전까지 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전임 권한대행이었다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된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윤 대통령의 '불법 수사 무효' 주장을 두고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며 입장을 달리 했다.
이날 국회 내란 국조특위에 나온 한 총리에게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체포 직전 윤 대통령의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됐다" 메시지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도 자신의 결정에 대해서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한 만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 총리는 권한대행 재임 동안 내란·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미루고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대통령실을 방관하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는 등 사실상 '내란 방탄'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윤 대통령 체포를 기점으로 권한대행들의 입장 기류가 달라진 가운데, 대통령실은 아직 '정중동'인 상태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정 실장은 윤 대통령 체포와 관련해 "어려운 때일수록 흔들림 없이 각자 자리에서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