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년째 '대학등록금 동결기조 유지'를 당부한 가운데 국내 대학들은 '4곳 중 3곳'이 향후 재정상태가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공립일수록 이런 전망이 두드러졌다.
고물가로 인한 운영난이 최대 이유로 꼽혔는데,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듯 '등록금 인상'을 주 현안으로 꼽은 총장들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4년제 대학들이 모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올해 정기총회를 맞아 실시한 '2025 KCUE 대학 총장 설문' 조사·분석 결과를 15일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26일까지 회원대학 192개교 총장들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140개교(국공립 33곳·사립 107곳)가 참여해 72.9%의 응답률을 보였다. 문항 특성상 육군사관학교 등 특별대 5개교는 제외됐다.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교육부로부터 학부등록금 동결 압박을 받고 있는 대학들은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 등도 더해져 '재정위기'를 가장 큰 화두로 여기고 있었다.
총장들은 '현 시점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 77.1%(108명)가 '재정지원 사업(정부·지자체 등)'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신입생 모집 및 충원 62.9%(88명)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및 교육 56.4%(79명) △등록금 인상 55.7%(78명) △재학생 등록 유지 38.6%(54명) 등이 5순위 안에 들었다.
사실 재정 지원과 신입생 모집은 예년에도 최대 관심사(1·2위)였다. 다만, 전자는 올해 본격 도입되는 라이즈(RISE·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로 인해 작년보다 주목도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71.9%→77.1%).
또 '등록금 인상'을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총장들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43.7%에서 12.0%p 오른 55.7%를 기록했다.
'재학생 등록 유지'(36.3%→38.6%)는 상위 5개에 진입한 반면, '교육과정 및 학사개편'은 16%p 넘게 급락하면서 종전 4순위에서 8순위로 밀려났다.
설립유형에 따라 일부 관심 영역이 갈리기도 했다. 국·공립 대학은 등록금 인상(5순위)보다 학생 취·창업(2순위)과 교육과정·학사 개편(3순위) 등이 앞섰고, 사립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2순위) 및 해외유학생 유치(3순위) 등이 우선이었다. '당국의 재정 지원'은 둘 다 부동의 1위였다.
또 시·도 단위 대학들에겐 신입생 모집이 가장 큰 이슈였으나, 수도권 대학은 5위였고 국공립대학의 경우 아예 순위에 들지 않았다.
총장들은 향후 5년간 대학별 재정상태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보다 악화'된다고 답한 비율이 75%(105개교)에 달했고, 이 중 '매우 악화'라는 응답도 44개교나 됐다.
'현 상태 유지'를 예상한 대학은 19.3%(27개교), 지금보다 안정적 재정이 가능할 거라 본 대학은 5.7%(8개교)였다. 비수도권 소재 광역시 대학 중 상황 호전을 기대한 곳은 전무했다.
특히 국공립 대학의 경우, 81.8%(33개교 중 27개교)가 재정 악화를 전망해 운영난을 짐작케 했다.
학교재정 악화일로가 불가피한 사유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관리운영비 증가'(86.7%·105개교 중 91개교)가 압도적 1위로 나타났다.
이밖에 △학생모집 및 유지의 어려움 62.9%(66개교) △교육을 위한 재정투자 증가 57.1%(60개교) △정부·지자체 지원금 감소 44.8%(47개교) △적립금 감소 15.2%(16개교) 등이 뒤를 이었다.
각 대학들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노력 중인 분야는 '온라인·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교수-학습 옵션 제공'(60.0%)이었다. 학생을 위한 향후 집중투자 부문으로는 컨설팅과 코칭, 현장 연계, 멘토링, 자격증 지원 등을 아우른 '취·창업 지원'이 최다(60.0%)였다.
총장들은 이러한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벽이 '교내 예산 확보의 어려움'(71.4%)이라고 봤다. 학교 유형과 지역·규모에 상관없이 같았다. 전문인력 확보나 구성원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 개발 또한 녹록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편, 대학들은 고등교육의 건강한 생태계 형성을 위해 필요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연장을 포함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지원 확대'를 첫손에 꼽았다.
이는 앞서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지난 8일 오석환 교육부 차관과 등록금 관련 간담회를 가졌을 때 제안한 사안이기도 하다. 당시 오 차관은 "이 어려운 시기에 특별히 국립대가 등록금 동결에 협력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고,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확충과 재정 지원사업의 유연성 제고 등을 검토해 달라고 제언했다.
이외 △과감한 자율성 부여(입시·등록금·기부금제 등) 및 규제 완화 △설립별·지역별·규모별 맞춤형 특성화 정책 및 지원(기초학문 관련 등) △지방정부와의 상생 협력 강화(RISE 관련 정책) 등도 희망 지원으로 거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