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후보 박탈' 배드민턴 김택규 회장, 선거 나온다…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 후보 자격이 박탈됐다가 법원 판결로 자격이 회복된 김택규 현 회장. 윤창원 기자

한국 체육 초유의 단체장 선거 후보 박탈 사태가 벌어진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게 될 전망이다. 회장 선거운영위원회가 결정한 현 김택규 회장의 후보 등록 불허 결정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판사 김정민·강석규·김승현)는 15일 "김택규 현 회장에 대하여 한 협회의 제32대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무효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이 제32대 회장 선거에서 회장 후보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이 지난 9일 법원에 신청한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이 인용된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 8일 회장 선거위가 오재길 위원장 명의로 "선거 관련 규정 제15조(후보자 등록) 규정에 따라 김택규 후보의 후보자 결격 사유를 심사한 바 회장 후보 결격자임을 공고한다"고 밝히면서 후보로 등록하지 못했다. "공금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입건되었고, 보조금법 위반으로 협회에 환수금 처분을 받게 하고, 문체부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사법적인 처벌 등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사무 검사 및 해임 건의 결정에 대해서도 협회가 이의 신청을 제기해 의견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대한체육회 실무진도 후보 등록 불허는 선거위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렸고, 다수의 선거위원들도 반대했다. 그러나 오 위원장은 "변호사인 자신이 책임지겠다"면서 후보 등록 불허를 공고했다.

오 위원장은 그러나 본인부터 위원 자격이 없는 인사였다. 협회 조사 결과 2011년 12월부터 지난 9일까지 모 정당의 당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확인됐다. 협회장 선거 관리 규정 제4조 2항은 정당의 당원은 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원 결격자가 무리한 결정을 내려 후보 결격 공고를 한 꼴이다.

협회는 오 위원장에게 정당 활동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이에 협회는 14일 오 위원장에게 위원 해촉을 통보했다. 또 같은 정당원이 확인된 A 위원 역시 입장 표명이 없어 해촉됐다. 정당인과 다른 단체 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이 확인돼 사퇴서를 제출한 B, C 위원과는 다른 대응이다.



지난 8일 선거위 공고는 애초부터 효력이 없었던 셈이다. 후보 자격 블허에 대한 규정 적용도 잘못된 데다 결정을 밀어붙인 위원장부터 무자격자였다. 전체 7명 위원 중 이런저런 이유로 사퇴하거나 해촉된 위원이 무려 5명이 되는 선거위 자체부터 문제였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법원은 "오 위원장과 A, B 위원 등은 선거위가 구성된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정당원이었으므로 선거위원으로 될 수 없는 사람이 포함돼 구성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그(선거위 공고)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규정 적용 자체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 법원은 "이번 소송 비용을 협회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협회로서는 선거위의 무리한 결정으로 적잖은 소송 비용을 물어야 할 처지가 됐다. 현재 회장 직무 대행을 맡고 있는 김영복 부회장의 지시로 1500만 원을 들여 대형 로펌 변호사들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사실상 패소한 모양새다.

다만 법원은 "2025년 1월 16일 개최 예정인 회장 선거에서 김택규 회장을 후보자에서 제외하고 선거 절차를 진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선거위 구성의 하자가 인정되는 이상 선거의 제반 절차가 모두 효력이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나 채권자(김택규)의 신청 취지로 주장하는 한도에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제출한 '후보자등록무효결정 효력정지등 가처분 신청서'는 "1. 제32대 회장 선거 관련 후보자 등록 무효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 2. 제32대 회장 선거에서 회장 후보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 3. 2025년 1월 16일 개최 예정인 회장 선거에서 김택규 회장을 후보자에서 제외하고 선거 절차를 진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다. 선거 절차 전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아니었기에 법원의 판단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법원 판결문 캡처


만약 추가 소송이 제기된다면 선거 자체가 원점부터 출발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재판부가 적시한 대로 선거위 구성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 만큼 제반 절차도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일정대로라면 배드민턴협회장 선거는 오는 16일 대전 선샤인호텔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법원 판결에 따라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지는 미지수다.

김 회장은 후보 자격을 회복했지만 기호도 없는 데다 다른 후보들처럼 선거 운동 기간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보로 등록한 대구배드민턴협회 최승탁 전 회장과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전경훈 전 회장,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원광대 김동문 교수(이상 기호 순) 등은 9일부터 이날까지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 회장 측은 "협회 선거위의 파행으로 피해를 본 만큼 공평하게 후보 기호 추첨에도 참여하고, 선거 운동 기간도 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협회 선거위는 정족수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 김 회장 측은 "오 위원장과 A, B 위원 등 3명에 대한 충원을 해야 하는데 협회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협회장 선거 규정 제20조에는 선거위는 중립적 인사로 7명 이상 11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되 학계, 언론계, 법조계 등 외부 위원이 전체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협회는 선거 일정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예정대로 내일 선거를 치를지 여부는 선거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현재 선거위가 정족수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충원 등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나온 안세영(삼성생명)의 비판 발언으로 큰 격랑을 겪은 한국 배드민턴. 문체부의 권고에 따라 협회가 운영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으며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차기 회장 선거를 놓고 더욱 큰 혼란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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