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15일 오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이날 오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1천명 안팎의 경찰력을 동원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공수처는 전날 대통령 경호처와 '3자 회동'을 열고 체포영장 집행에 관해 논의를 진행했지만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공수처와 경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집행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경호처는 군사보안시설인 대통령 관저에 허가 없이 진입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후 경찰과 공수처는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후속 조처를 단계별로 밟아왔다. 우선 공수처는 이달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청구해 받아내면서 약 3주의 시간을 벌었다.
이후 경찰 국수본은 광역수사단 지휘부 회의 등을 3차례에 걸쳐 열며 체포영장 집행 계획을 구체화하는 등 고삐를 고쳐잡았다. 전날 열린 3차 지휘부 회의에는 공수처 간부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수본은 서울과 인천, 경기 남부, 경기 북부 등 수도권 경찰청 4곳의 광역수사단을 상대로 동원령을 내렸다. 형사기동대는 물론 안보수사대와 마약수사대 등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형사를 사실상 전부 동원한 것으로 1천명이 넘는 규모로 알려졌다. 체포수색조와 제압조, 장애물 제거조 등 임무를 분담해 500명 안팎의 경호처를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제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찰은 경호처 내 '강경파'로 꼽히는 김성훈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까지 손에 쥐었다. 김 차장은 지난 3일 첫 체포영장 집행 당시 수사관을 물리적으로 막아서고 대통령 관저 주변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 사임 후 처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김 차장의 체포영장을 들고 이날 윤 대통령 영장을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1차 집행 때와 마찬가지로 공조본의 관저 진입을 김 처장이 막아설 경우 현장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하거나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만일 김 차장 신병을 경찰이 확보한다면 경호처 내부에서 동요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경호처는 3자 회동이 소득 없이 끝난 뒤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도 "(대통령) 관저에 사전 승인 없이 출입하는 것은 위법이다. 불법 집행에 대해 매뉴얼대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공조본은 "적법한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애초 계획대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공조본과 경호처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권력기관 간 유혈사태만큼은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신중론도 여전히 제기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 측은 2차 영장 집행 시점이 다가올수록 여러 경로를 통해 일종의 '회색지대'를 제시하며 타협을 촉구하고 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전날 새벽 '제3의 장소'에서의 대면조사를 거론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과 사전 조율은 없었다. 정 실장은 전날 "대통령에게 자유민주주의 공화국 시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며 "제3의 장소 또는 방문조사를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윤 대통령 측은 두 번에 걸쳐 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문을 두드려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고 조사 조율에 나서기도 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공수처에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공소제기 등 재판 절차를 밟아달라"며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안했다.
다만 공조본이 체포영장 집행 방침을 꺾고 윤 대통령 측의 이런 제안을 수용하고 나설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은 전날 공수처로 광수대 수사관들을 파견하는 등 영장 집행의 막바지 실무 준비 절차를 밟았다. 영장 집행 일정이 앞서 여러 차례 조정을 거친 만큼 돌발 변수 등 상황 변화에 따라 계획이 다시 변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