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코앞까지도…막바지 여론전 몰두한 尹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진입로에 펜스와 차벽이 설치되어 있다. 윤창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체포영장 재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은 막바지 여론전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서려는 수사 당국과 이를 막으려는 대통령경호처는 14일 날 선 대립을 이어가면서 체포 재시도 시점이 왔음을 방증했다.
 
국가기관간 물리적 충돌 우려를 둘러싸고 경호처와 경찰, 공수처는 이날 '3자 회동'에 나섰지만,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공조본은 이날 "경호처에 안전하고 평화적인 영장 집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이에 "영장 집행 시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도 "대통령 관저를 포함한 특정경비지구는 경호구역이자 국가보안시설, 국가중요시설,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출입을 위해선 반드시 책임자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호처는 "사전 승인 없이 강제로 (관저 등에) 출입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라며 "이후 불법적인 집행에 대해선 관련 법률에 따라 기존 경호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윤창원 기자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사퇴한 뒤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김성훈 차장은 이러한 윤 대통령 방어 방침의 최전선에 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김 차장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면서 사실상 영장 집행에 선을 긋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은 '존재감'을 과시하며, 수사와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등 막바지 여론전에 나섰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첫 변론기일인 이날 재판관 기피 신청과 기일 일괄 지정에 대한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후 "법리에 맞지 않고 공정,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는 한편 "헌재가 월권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LA 산불과 관련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며 "미국은 대한민국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우리의 손을 잡아주었던 소중한 동맹"이라고 했다. 재임 기간 성과로 꼽았던 '한미관계'를 강조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기조의 배경엔 최근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좁혀지는 추세를 보였다는 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4%, 민주당은 36%로 나타나 양당 간 격차가 오차범위 내인 2%포인트(P)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직전 정기 조사(지난해 12월 17~19일)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24%, 민주당 지지율이 48%로 양당 간 격차가 24%P에 달했던 데 비해 크게 줄어들었는데, 진영 간 대립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보수층 결집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메시지의 폭풍 속 엇박자가 표출되기도 한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대통령이 자신의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은 경찰 공수처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 대통령에 대한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또는 방문 조사 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정 실장의 이러한 언급이 윤 대통령과 상의되지 않았다면서 제3의 장소 조사나 방문 조사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입장차를 보였다.
 
윤 대통령 측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수처에서 내란죄를 수사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며 "정상적인 수사 절차를 밟으면 그에 따르겠지만, 법적인 권한이 없는 수사기관에서 무엇을 명분으로 이렇게 나서고 있는 건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인용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6.3%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