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철도 선로 누비고 다닌 멧돼지…경로는 오리무중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선로에 멧돼지 나타나 3시간 동안 활보
부산교통공사, 열차 서행 등 안전조치
통제 구역 선로 난입한 경로도 확인 안 돼

12일 부산도시철도 선로에 나타난 멧돼지. 부산교통공사 제공

열차가 운행 중인 부산도시철도 선로에 멧돼지가 나타나 3시간 넘게 활보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통제 구역에 야생동물이 난입한 경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잠재적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열차를 그대로 운행한 부산교통공사의 결정에도 뒷말이 남는다.

13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부산도시철도 1호선 두실역과 구서역 사이 선로에 멧돼지가 나타난 것은 전날 오후 9시 25분쯤이다. 당시 선로에서 멧돼지를 발견한 기관사가 이를 관제센터에 알렸고, 관제센터는 해당 구간을 포함해 운행 중인 열차에 이를 전파했다.

공사는 논의 끝에 범어사역에서 구서역까지 4개 역을 지나는 열차를 시속 40㎞ 미만으로 서행하도록 조치했다. 이 구간 평소 열차 속도는 시속 70~75㎞로, 비상상황시 즉시 정지할 수 있도록 감속 운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열차 운행을 멈추거나 곧바로 포획에 나서지는 않았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당시 멧돼지 출현 사실을 확인한 뒤 내부 논의를 거쳐 열차 운행을 멈추지는 않고 해당 구간에서만 서행하도록 조치했다"며 "상하행 열차 운행이 모두 끝나는 0시 30분 이후 포획하려 했지만 자정이 조금 지난 뒤 멧돼지가 빠져나가 포획에 나서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일부 구간 서행 외에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공사의 이런 결정을 두고는 뒷말이 남는다. 선로에 잠재적 위험요소로 볼 수 있는 대형 장애물이 나타난 상황에서도 열차를 계속 운행하는 게 적절하냐는 반응이다. 멧돼지와 열차가 자칫 충돌했을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도 배제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12일 밤 부산도시철도 선로에 나타난 멧돼지. 부산교통공사 제공
통제 구역인 선로에 멧돼지가 나타난 경로도 오리무중이다. 공사에 따르면 멧돼지가 활보한 선로는 땅 위로 높이 설치한 고가 선로에서 지하 선로로 들어가는 구간으로, 외부와 단절된 통제 구역이다.

공사는 이날 곧바로 멧돼지가 난입한 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출몰 구역과 노포기지창 등에 인력을 보내 관련 경위 등 조사를 시작했다. 노포기지창과 인접한 산에서 먹이를 찾아 내려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확한 경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당시 선로에 난입했던 멧돼지는 산과 인접한 노포기지창 정문쪽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도시철도 선로에 멧돼지가 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만약 멧돼지와 열차가 충돌할 경우에도 별 피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즉시 정차할 수 있도록 서행을 지시했다"며 "열차 운행을 중단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멧돼지를 포획하기도 어려워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 시민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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