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직 전공의의 '수련 특례'를 약속하며 의료계에 대화 손짓을 건넨 가운데 최근 새로운 수장을 선출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료기사 등 의사 외 다양한 의료계 직역이 모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 '개악(改惡)'이라는 의협 김택우 신임회장의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지역·필수의료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전문의 배출 절벽'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가 의협 새 집행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치권에 의·정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보건노조는 13일 '의협 새 지도부 출범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보건노조는 '대한민국 의료를 망치는 폭주기관차를 멈추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란 김 회장의 일성에 적극 동감한다"며 "폭주기관사(윤석열 대통령)가 주도하고 있는 의정갈등 장기화와 땜질식 의료개혁을 더는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개혁의 열차까지 모두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개혁은 윤석열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라 어느 정권이라도 추진해야 할 시대적 요구였다"며 "의대 증원 역시 2000년 의약분업 시행으로 중단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과제였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의 초고령사회 진입과 더불어 예견된 의료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의료체계 개혁 없이는 필수의료·지역의료의 붕괴가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도, 대형병원은 여전히 경쟁적으로 병상을 늘리며 환자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고,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는 비(非)필수 진료과 의원만 우후죽순 증가하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의사인력 부족에 따른 '구인난'이 심화되며, 지금은 지역 중소병원에서도 '진료지원(PA) 인력을 붙여줘야 채용에 응하겠다'는 조건을 거는 의사가 많아지고 있다는 현장 전언도 전했다.
특히 '2026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정책 이전의 정원(3058명)보다 더 감축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의협을 겨냥해 "2025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했으니 올해 증원분을 모두 원점으로 되돌리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는 뜻"이라며 "윤 정권이 퇴진해도 의협은 바뀌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필수 인기진료과와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에 건강보험료 수가를 올려주고 의료기관과 국민 간 자유로운 실손보험을 확대하면 폭주기관차가 멈춰지겠나"라며 "의사 등 보건의료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올바른 의료개혁 열차를 멈춰 세워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보건노조는 '김택우 집행부'가 출범 즉시 '전공의 복귀'와 '진료 정상화'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극단적 의·정 대치 국면의 한쪽 당사자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협이 계속 진료공백 사태를 끌고 가서는 안 된다"며 "김 회장은 국민이 요구하는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지금은 윤석열 정권의 개혁 역주행을 되돌려 올바른 사회개혁을 밀고 나가야 할 역사적 시기"라며 "국회와 정부는 붕괴로 치닫는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의 올바른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원탁테이블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파행'의 한 축인 의협도 합리적 의료개혁을 위한 대화에 응당 참여해야 하며, "김 회장이 임기를 시작하는 지금이 적기"라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는 "지금까지 의협은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국민들까지 외면했다"며 "(이제는)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른 의료개혁을 힘차게 이끌어가는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은 오는 14일 김 회장의 취임식을, 16일에는 기자간담회를 각각 계획 중이다. 이번 '김택우 집행부'에서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해 전공의 참여도를 직전 '임현택 집행부'보다 2배 가량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지난 8일 제43대 의협 회장으로 당선된 직후 "투쟁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건 아니다"라며 대화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2025학년도 (신입생이 증원된 의대의) 교육이 가능한가에 대한 부분부터 정부가 '교육 마스터플랜'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