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시도가 이르면 이번 주 중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을 철통 사수하고 있는 대통령경호처(경호처)의 지휘부 무력화가 두 번째 체포 시도의 성패를 가를 주요 요소로 거론돼 왔는데, 그에 대한 준비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호처 수장은 지난 10일 직을 내려놓고 스스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며, 2인자인 차장은 경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 위기에 놓인 상태다. 경호처 내부에선 공조본의 체포 영장 집행을 막아서는 강경 행위에 대한 법적 우려도 큰 것으로 알려져 공조본은 이 같은 균열을 파고들며 조만간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호처 수장은 사퇴하고, 2인자는 체포 위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경찰 특수단)은 지난 3일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경호처의 적극적인 방해로 불발된 후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 4인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출석 요구를 계속해왔다.경호처의 철통 방어를 무너뜨리기 위한 이들 지휘부 4인 무력화 전략은 지난주 후반부터 본궤도에 올랐다. 법원에서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행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된 상황에서 박 전 처장은 세 차례에 걸친 경찰의 출석 요구 끝에 지난 10일 직을 내려놓고 스스로 조사를 받으러 나왔고, 이틀 연속 12시간 넘게 조사를 받으며 휴대전화도 임의제출했다. 경찰은 이처럼 '무장해제' 한 박 전 처장을 구속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박 전 처장에 이어 이진하 본부장도 11일 경찰의 두 번째 출석 요구에는 응해 9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그는 조사 후 기자들과 만나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강경파로 꼽히는 나머지 2인은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며 체포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김성훈 차장은 11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경찰의 세 번째 요구에도 불응했다. '3회 불응 시 체포'라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경찰도 김 차장 체포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체포영장 신청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미 두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이광우 본부장에 대해선 13일 오전 10시까지 나와 조사를 받으라는 '최후통첩'을 해둔 상태다. 이 본부장이 3차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 김 차장과 마찬가지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공조본의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호처 지휘부 4인 중 절반은 경찰에 제 발로 걸어 나왔고, 나머지 절반은 체포 명분이 충분히 쌓이면서 무력화 작전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경호처가 공조본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1차 집행을 막아설 때는 대통령과 그 가족이 경호 대상이라는 '대통령경호법'을 방패로 내세웠는데, 이번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경호처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가 먼저 이뤄질 경우 경호처는 해당 법을 방해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경호처 내부도 균열 기류…尹 체포영장 재집행 임박 관측
이처럼 절차적인 준비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경호처 내부 분열 기류가 표면화되고 있다는 점도 공조본의 체포영장 집행 임박 관측에 힘을 싣는 요소다.
경찰 출석에 응하느냐, 불응하느냐를 두고 경호처 지휘부의 선택이 이미 엇갈린 가운데 박 처장 사퇴 후 자리 잡은 '김성훈 차장의 처장 직무대행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도 감지된다.
특히 경호처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공개 내용을 보면, 해당 글에는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에 대한 협조가 필요하다",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은 경호대상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에 응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글은 김 차장 지시로 삭제됐다가 내부반발이 터져 나오자 원상복구 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의원은 "12일 경호처 과·부장단 회의에서 김 차장과 경호본부장에 대해 사퇴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며 "김 차장은 직원들로부터 나온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도 이런 경호처 균열 기류를 보다 강하게 파고드는 모양새다. 경찰 특수단은 김 차장, 이광우 본부장과 함께 강경파로 지목된 김신 경호처 가족부장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오는 14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의 요구서를 발송했다고 12일 밝혔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9일에는 형사기동대장, 마약범죄수사대장 등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광역수사단 지휘관들을 소집해 2차 체포영장 집행 관련 방침을 공유했다. 그보다 하루 전에는 수도권 광역·안보 수사 부서에 영장 집행 시 투입될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는데, 공문 대상 부서 수사관과 경찰 특수단 인력을 합치면 1천명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