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강경파'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결사 항전 태세를 갖추는 양상이다.
그러나 경호처 내부는 동요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김 차장이 일선 직원들을 '방패막이'로 떠미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무죄 판결처럼 위법한 명령은 복종할 의무가 없다는 판례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은 이번 경호처 대응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강경파' 김성훈, 내부 단속부터…일선 '동요'는 계속
13일 경호처 등에 따르면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사직하고 경찰 조사에 응하는 등 사실상 '백기투항'한 가운데, 전면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나서는 상황이다.
김 차장은 경호처 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되며 일각에선 윤 대통령 부부의 핵심 측근이자,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보기도 한다.
경호처 내부에선 1인자였던 박 전 처장과 2인자인 김 차장, 3인자인 이광우 경호본부장 간의 의견차가 있었다는 전언도 나온다.
내부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박 전 처장과 김 차장, 이 본부장 간의 시각차가 계속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합리적 온건파였던 박 전 처장과 강경파이자 정통 경호공무원 출신인 김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간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대응을 두고 온도차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박 전 처장은 유혈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확재정부 장관에게 여러 차례 중재를 건의했다고 한다.
이제 직무 대행으로 1인자 자리에 나선 김 차장은 내부 단속 및 결집부터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경호처 내부망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것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 관계자가 올린 이 게시물에는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에 대한 협조가 필요하다", "정당한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을 폭행한 경우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고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인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해당 글은 삭제됐었는데 김 차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시를 받은 소속 간부가 이에 불응하자, 전산 담당자를 통해 삭제토록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이 게시글은 다시 복원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차장은 경호처 간부들을 소집해 이른바 '정신교육'을 실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차장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호처는 김 차장의 발언 부분에 대해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차장이 내부 기강을 다잡아도 일선 직원들 중심으로 분위기는 심상치 않은 양상이다. 수뇌부의 강경 대응 지시를 따를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는 건 대통령 경호법에 규정된 경호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 활동 범위에 벗어난 근거가 없는 행위라는 우려도 흐른다.
김 차장은 경호처 간부회의에서 자신을 향해 "윤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해 경호처 조직과 직원들을 볼모 삼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한 한 부장급 간부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박정훈 무죄가 준 '메시지'…"위법 명령 불복종 정당" 판례 다수
무엇보다 위법성이 명백한 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는 다수의 판례들이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큰 상황이다.
최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1심 무죄 선고가 대표적 사례다. 박 대령은 재작년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채상병 사건'의 초동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해 항명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에 재판부는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사건 이첩 당일 '중단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정당하지 않은 명령이라고 보고, 이에 따르지 않은 박 대령의 결정이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과거 대법원 판례들은 좀 더 명확하게 이 부분을 규정하고 있다.
1999년 대법원은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 부장의 비서실장이 대선을 앞두고 허위 사실로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책자를 발간·배포·기사 게재 등을 한 행위와 관련, 상관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정당 행위의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은 하관에 대해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다"며 "하관은 소속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015년 국정원 내 허위 공문서 작성 지시 명령 사건에 대해서도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은 하관에 대해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 것"이라며 "하관은 소속 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고 되풀이했다.
판사 출신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NS에서 "법원이 발부한 체포·수색영장 집행의 저지처럼 위법함이 명백한 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며 "이번에 나온 채 상병 사건의 박정훈 대령 무죄 판결은 물론 그 전에도 다수의 판결에서 확인된 확고한 법리"라고 강조했다.
경호처 내부 동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거듭된 경찰 소환 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버티기'에 나서는 상황이다.
경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공수처와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을 이번 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