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원까지 삼킨 中전기버스, 서울·경기 이어 '뒷거래' 포착

또 드러난 中전기버스 수입사의 수상한 대출
이번엔 강원지역 한 운수업체에 20억원 제공
해당 운수업체는 강원서 中전기버스 첫 운영
돈으로 엮인 종속관계 속에 공정 경쟁은 희석

연합뉴스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의 자금력을 앞세운 뒷거래가 서울·경기에 이어 강원지역에서도 확인됐다. 사정이 어려운 운수업체에 돈을 빌려주면서 자사 전기버스 구매를 유도한 정황이다. 공정 경쟁을 무너뜨리는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의 부당거래가 수도권을 넘어 충청·강원지역까지 잇따라 포착되면서 전국 차원의 실태 조사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자회사 이용해 운수업체에 자금 제공

13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중국 유명 전기버스의 공식 수입사인 A사는 강원지역 한 운수업체 C사에 수년째 상당한 자금을 대출 형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해당 운수업체는 지난 2020년말 기준으로 20억원을 장기 차입했고, 현재는 그중 17억5000만원을 빚진 상태다. 전체 차입금 약 33억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금은 A사의 자회사인 E사가 일반대출 명목으로 운수업체에 제공했다. E사는 충전인프라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로, 현재 A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E사의 대표이사직도 모회사인 A사의 부사장이 맡고 있다.

돈을 지원받은 강원지역 운수업체 C사는 대출이 이뤄진 때를 기점으로 A사가 수입하는 중국 전기버스를 다량 구매했다. 이전까지는 주로 국산 버스를 운영했지만 2020년 이후부터는 중국 전기버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실제 A사가 수입하는 중국 전기버스 브랜드를 강원지역에 처음 들여온 곳 역시 C사였다. A사의 자회사가 별도로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다른 중국 전기버스 브랜드의 경우 운수업체 C사가 전국에서 최초로 구매했다고 전해진다. C사가 자금을 제공받는 대가로 A사에서 수입하는 중국 전기버스를 구매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A사의 수상한 대출은 앞서 경기지역 한 운수업체에서도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수입사인 A사가 약 26억원의 돈을 대출 형식으로 제공했고, 운수업체는 A사로부터 24억원 상당의 중국 전기버스를 구매했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수입사가 운수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돈이 없으면 빌려줄테니 그 돈으로 우리 버스를 사라는 얘기와 같다. 자본으로 얽힌 일종의 종속관계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출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운수업체를 인수한 사례도 드러났다. 충북 청주지역의 한 운수업체로, A사는 지난 2021년쯤 해당 업체를 사들였다. 현재 A사의 지분율은 100%다.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로 사실상 한몸인 구조다. 인수된 이후 운수업체는 A사와 15억원 가량의 돈을 주고받았고, 충북지역에 중국 전기버스를 처음으로 들여왔다.

"전국적 차원의 실태 조사 시급"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A사가 자금력으로 운수업체들과 엮이면서 결국 전기버스 선정·구매 과정의 투명성이 오염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구매자인 운수업체의 합리적 판단보다는 판매자인 수입사의 입김에 따라 경영상 결정이 좌지우지될 공산이 커서다. 정부·지자체의 보조금이 수입사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의 입찰 과정에서도 채권·채무나 모회사·자회사 등 특수관계는 이해상충 방지 차원에서 배제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중국 전기버스 수입사의 행태는 막대한 공공자금이 투입된 전기버스 사업을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 혈세가 특정 업체의 배만 불리는데 쓰이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최근 CBS노컷뉴스의 연속보도로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의 뒷거래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부당행위 근절에 본격 나서기로 방침을 세웠다. 특히 올해부터 적용될 보조금 지침 개정안에는 전기버스 제조·수입사와 구매자인 운수업체의 특수관계를 겨냥한 벌칙 조항도 새로 마련했다. A사 사례처럼 우회적인 자금 지원이나 회사 인수 등 운수업체와 특수관계가 드러날 경우 전기버스를 여러대 구매해도 2년 동안 1대 몫의 보조금만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도된 내용처럼 업체들이 한몸처럼 움직인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그간 내부거래를 한다거나 보조금 준수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온 만큼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당행위가 강원지역에서까지 드러났다는 건 그만큼 중국 전기버스 수입사의 뒷거래가 오랜 기간 전방위적으로 뻗어 나갔다는 방증"이라며 "전국적인 차원의 실태 조사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A사는 부당거래나 위법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운수업체를 인수한 건 시장 확장 차원에서 발판을 마련하고자 매물로 나온 회사를 사들였을 뿐"이라며 "국고 보조금 편취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C사 관계자는 "1년여 전에 회사 대표가 바뀌고 과거 직원들도 이제 없다"며 "(대출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