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 군인의 신원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외신에 의해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정보원의 도움을 받아 심문을 진행하는 한편,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하는데 이들을 활용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과 키이우포스트 등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쿠르스크에서 2005년생, 1999년생 등 병사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각 2021년, 2016년부터 북한군에서 복무했다.
이들은 심문을 위해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로 이송됐는데, 영어,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모두를 구사할 수 없어 국정원과 협력 중인 한국인 통역사를 통해 조사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북한 군인을 생포한 후 신상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북한군 1명을 생포했지만, 해당 병사는 부상 악화로 사망했다.
SBU에 의하면 2005년생, 20세인 병사는 소총병으로, 생포 당시 시베리아 남부의 투바 공화국 출신인 1994년생 남성 안톤 아리우킨으로 기록된 러시아 군인 신분증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병사는 지난해 북한군이 러시아로 이송돼 러시아 군과 함께 훈련 받았을 당시 해당 신분증을 제공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닌 군사훈련을 위해 파견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1999년생, 26세인 병사는 자신을 저격수로 소개했으며, 턱을 다쳐 말을 하기 어려운 탓에 종이에 글씨를 적는 방식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들이 특수작전군 84전술그룹과 공수부대를 통해 생포됐다고 설명했다.
SBU가 공개한 영상에 의하면 20세 병사는 손에, 26세 병사는 턱에 붕대를 감은 채 병원으로 추정되는 시설 내 침대에 누워있었다.
영상 속의 의사는 안면에 상처가 있는 병사에게는 치과 치료가 이뤄질 예정이며, 다른 병사는 다리가 골절됐다고 말했다.
SBU는 이들이 "국제법상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적절한 조건 아래 구금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들의 구금상태 뿐 아니라 생포하는 군사작전 영상 등도 공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국제사회 여론전에도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상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군과 북한군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지우기 위해 대개 부상자를 처형한다. (생포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기자들이 이 수감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SBU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SBU도 이들이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에 참여한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9일 독일 람슈타인 미국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파병과 사상자 규모 등 북한군의 상황을 설명하며 서방국에 파병을 요청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쟁 포로의 신상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전쟁 포로는 항상 보호돼야 하며, 특히 폭력이나 위협 행위, 모욕 및 공공의 호기심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규정한 제네바 협약 13조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개념은 때때로 포로를 공공에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