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5% 넘게 하락하면서 러시아에 이어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약세를 보였다.
계엄 이후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물가 안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임광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은 지난해 11월 말 1,394.7원에서 12월 말 1,472.5원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5.3%로 계산됐는데, 이는 20개 주요국 통화 가운데 러시아 루블화에 이어 가장 큰 폭의 가치 하락이다.
같은 기간 루블/달러 환율은 가치 절하율이 -6.4%로 원화보다 1.1%포인트(p) 컸다.
그러나 달러화 지수(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6개 통화인 유럽연합(EU) 유로화 -2.1%, 일본 엔화 -4.7%, 영국 파운드화 -1.7%, 캐나다 달러화 -2.6%, 스웨덴 크로나화 -1.6%, 스위스 프랑화 -2.9%는 원화보다 모두 크게 양호했다.
지난달 3일 주간 거래를 1,402.9원으로 마친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직후 야간 거래에서 장중 1,441.0원까지 급등했다.
환율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로 정치적 혼란이 커진 지난달 27일 장중 1,486.7원까지 급등했고, 30일 1,472.5원으로 한 해 거래를 마감했다.
연말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997년 말 1,695.0원 이후 27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한국은행은 최근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환율 급등이 이미 소비자물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최근 환율 변동성이 물가에 미친 영향'에 대한 임 의원 질의에 "모형 추정 결과를 고려하면,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의 환율 상승은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0.05~0.1%p 정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환율 상승이 이후에도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고환율 등으로 조금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은이 비상계엄 사태 전후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영향을 수치를 들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한은은 다만 "낮은 수요 압력과 유가 등을 고려할 때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밑도는 수준에서 안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