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핵심단서인 기체 블랙박스에서 사고 직전 4분간 기록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 규명에 지연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11일 "항공기가 로컬라이저에 충돌하기 직전 4분 간의 CVR(음성기록장치)과 FDR(비행기록장치) 자료 모두가 저장이 중단된 것을 파악했다"며 "앞으로의 사고조사 과정에서 자료가 저장되지 않은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9일 참사 기체가 조난신호를 낸 뒤부터 기록이 일절 남아 있지 않다는 얘기다. 참사 직전 기체와 조종사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규명할 중요 단서가 확보되지 못한 셈이다.
당시 기체는 1차 착륙 시도 중이던 오전 8시59분 '메이데이'와 '버드스트라이크'를 선언하고 다시 떠올랐다 짧게 선회한 뒤 반대방향 활주로로 9시2분 동체착륙했다. 그리고 9시3분 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했다. 이같은 상황이 4분간 벌어졌다.
사조위는 지난 4일 일찌감치 녹취록까지 작성된 CVR에서도 이미 최후 4분 분량의 누락을 확인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조위는 "CVR은 김포공항에 위치한 자체 시험분석센터에서 자료 인출 후 지난 2일 음성파일로 변환했고, 4일 녹취록을 작성한 결과 항공기가 로컬라이저에 충돌하기 약 4분 전부터 저장이 중단된 것이 파악됐다"며 "현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조위는 연결부 손상 탓에 국내 분석이 불가능했던 FDR을 미국에 보낼 때 CVR도 함께 보내 상태를 확인했다.
사조위는 "CVR 분석결과에 대한 교차 검증을 통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협의해 FDR 미국 운송시 CVR을 함께 운송해 분석했다"며 "분석 결과, 충돌 직전 4분 간의 CVR과 FDR 자료 모두가 저장이 중단된 것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체가 버드스트라이크 이후 엔진 모두가 고장났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해당 기체는 한쪽 엔진만으로 비행할 수 있지만, 두 엔진 모두 고장나면 기체 전원이 원천차단된다고 알려졌다. CVR과 FDR도 엔진 전체 손상 탓에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
앞서 국토부는 "기체가 (버드스트라이크 뒤) 선회 과정에서 관제사가 뭔가 비정상적인 상황을 알아채 가까운 방향으로 안내했고, 조종사가 동의해 착륙이 시도됐다"고 브리핑한 바 있었다.
사조위는 앞으로의 조사 과정에서 4분간의 자료가 저장되지 않은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다. 또 다른 자료들을 통해 누락된 정보를 보충하고 진상을 규명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사조위는 현재 기체잔해, 엔진, 통신 기록 등에 대한 정보 수집·분석과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조위는 "CVR과 FDR 자료는 사고조사에 중요한 자료이나, 사고조사는 다양한 자료에 대한 조사와 분석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바,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FDR과 CVR 분석차 미국으로 파견갔던 우리 측 조사관 2명은 오는 13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