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주도적으로 방해한 혐의를 받는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사표를 내고 경찰에 출석하면서 대통령 관저 앞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는 모양새다.
1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박 전 처장의 경찰 출석 소식에 신경을 곤두세운 모습이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롱패딩과 장갑으로 중무장한 채 루터교회 앞과 한남초등학교 근처에 모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선 "경찰이 윤 대통령을 지켜야지, 배신을 하면 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반면 볼보빌딩 앞 인도에 집결한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민중의 지팡이에게 혼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는 관저 정문을 기준으로 양옆에서 열렸다. 경찰은 오후 3시부터 한남동 중부기술원 앞 인도를 통제했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 고성이 오가면서 충돌 우려가 커지자 벌어진 조치다. 경찰 저지선 사이로 탄핵 찬성 측 참가자가 "내란수괴 지지자들"이라고 말하자 태극기·성조기를 든 대통령 지지자가 "김정은의 하수인이냐. 이재명이나 체포하라"고 답해 기동대원들이 중간에서 이들을 저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현장을 지킬 예정이다. 오전 7시부터 루터교회 앞 집회 현장을 챙겼다는 김모(72)씨는 "자진 출두한 경호처장을 보내주지 않는다면 기름에 불을 붙이는 것"이라며 "경찰이 천 명 와도 우리가 막을 거다. 그들이 (체포에) 성공한다면 쿠테타·내란"이라고 주장했다.
30대 최모씨는 "부정적인 것에 신경쓰고 감정적인 것에 반응하기보다 끝까지 관저 앞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것"이라며 "2차 체포영장 집행하지 못하도록 몸을 던져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 체포 저지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박 전 처장은 이날 오전 10시에 출석했다. 경찰의 세 차례 요구 끝에 이뤄진 출석으로, 1차와 2차 불응 때엔 각각 경호 업무와 관련해 자리를 비울 수 없고, 변호인 선임이 안 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박 전 처장은 경찰 출석과 맞물려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이를 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