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새해를 맞아 '기회의 사다리가 되는 공정한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중 교육개혁의 핵심인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체계 일원화)'과 최근 뜨거운 감자인 '인공지능(AI) 교과서 개시' 등 격차 해소와 맞춤형 교육에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다.
다만, 지난해 실행계획 구체안(案)을 내기로 했던 유보통합은 현장 반발에 대통령 탄핵 국면까지 겹치면서 올해도 법제화 예상 시점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또 AI교과서도 지위 격하 법안 관련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나, 현장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어린이집 통합기준 마련"…법제화 시점 '미정'
교육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 분야 부처 합동 업무보고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교육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올해 교육당국이 내세운 정책 목표는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으로 교육격차 해소'다. 세부 5대 방향으로는 △출발선 평등 △사교육·입시 부담 완화 △맞춤형 지원 강화 △지역격차 해소 △청년 성장 지원 등을 내걸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진행된 사전브리핑에서 "교육부는 저출생과 지역소멸, 디지털 대전환 등 우리가 직면한 환경에 대응해 교육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지난 2년여 간 교육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도 '늘봄학교'와 유보통합, 지역대학 혁신 등 굵직한 정책들의 실행 기반을 차근차근 조성해 왔다고도 자평했다. 이 부총리는 "올해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계속해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개혁 핵심 과제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며 국민이 더욱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도록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먼저 정부는 지난해 6월 공개된 '유보통합 실행계획'의 연장선상에서 유치원·어린이집의 통합기준을 마련한다. 지방 단위 관리체계 일원화를 위한 법률(영유아보육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개정 추진 등 실질적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또 기존에는 5세 대상으로 지원돼온 유아교육비·보육료 추가지원금(월 5만원)을 4세까지 확대한다. 관련 예산은 1735억여 원에서 3271억여 원으로 늘어난다. 유아교육 등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차원에서 2027년까지 3~5세의 단계적 무상교육·보육을 실현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또한 시간제 보육제서비스(2315개반)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고, 거점형 돌봄기관 약 50개소 지정·운영을 통해 돌봄공백을 해소한다.
초등학교 정규수업 외 학교·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해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 지원 대상은 초등 1학년에서 2학년으로 확대된다. 올해 참여를 원하는 초 1·2학년생은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늘봄학교를 이용한 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80%를 넘겼다는 점을 들어, 올해도 필요한 인력·공간 및 프로그램을 충분히 확보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다양화와 더불어 늘봄 지원실장·실무인력도 늘린다.
하지만 올해 전면시행 계획까지 거론됐던 유보통합은 언제쯤 세부실행안을 내고 시동을 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달 예정됐던 공청회도 무산됐다. 향후 어린이집 등 현장 이견을 조율하며 다시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난맥상이 예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한을 정해놓고 (추진)하기엔 조금 무리라 업무보고에 시기를 명시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비수도권 '자기주도학습' 지원…AI교과서 '강행' 방침 재확인
지역 간 격차가 심한 사교육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카드로는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가칭)를 꺼냈다. 교육 기반시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 소도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 공공시설을 '관리형 독서실'로 운영해 '단계별 학습'을 돕겠다는 게 골자다.
EBS와의 협업 아래 학습관리 인력이 학생의 출결을 점검하고 '코칭'을 제공해 학생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최근 교육발전특구사업 등과 연계해 만들고 있는 정책이다. 내달쯤 공청회를 열어 시도교육청·지자체와 협의할 것"이라며 "3월쯤 (최종안을) 공표하고 하반기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실시하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입정보포털 '어디가(http://www.adiga.kr)'를 통해 정확한 입시정보를 한 번에 안내하고, 전문성을 갖춘 현직 교사들(대입상담교사단)의 현장 밀착형 무료상담을 계속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디지털 기반 맞춤교육' 구현 수단으로서의 AI 디지털교과서도 거듭 강조했다. AI기술을 접목한 교실환경 조성으로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교실 안에서 실질적 '수준별 학습'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초1부터 고2까지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 및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결과 등을 AI교과서 학습분석 데이터와 결합하면 학생별 수준을 보다 면밀히 분석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교사들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대규모 교원 연수와 '찾아가는 학교 자문'(컨설팅)도 추진한다. 연구대회 등을 통해 AI교과서 활용 우수 수업사례를 발굴·확산하는 한편, 해당 교원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다만, 지난해 말 AI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국 시·도 교육청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학교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면서도 교육효과 검증이 우선이란 입장을 밝힌 반면, 대구·경북 등 보수 교육감들은 예정대로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이에 대해 "AI 디지털교과서는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가 꾸준히, 열심히 준비를 해왔고 검·인정 통과한 교과서들에 대한 반응도 좋은 것으로 안다. 차질 없이 진행토록 할 것"이라며 "(개정안 관련) 고위 당정(협의)을 통해 재의요구는 이미 하기로 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렇지 않은(정부안대로 실행되지 않을) 경우, 많은 부작용과 심지어 행정소송 부담까지도 정부가 져야 된다"며 "이를 피해야 되기에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교학점제로 '스스로 진로 설계' 지원…내신, 9→5등급 개편
아울러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는' 책임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고교 내신 체제는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개편해 과잉경쟁을 해소하고, 창의력과 사고력을 기르는 서술·논술형 평가를 확대한다.
학생의 학습 참여를 저해하는 요소를 조기 발견해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 등이 맞춤형 지원을 적시에 제공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올해 관련 선도학교는 252개교에서 350개교로, 시범교육지원청은 57개에서 84개로 각각 늘린다.
이주배경학생과 장애학생, 저소득층 학생 등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이주학생에 대해서는 한국어역량과 체류자격을 고려한 조기적응·진로·취업 등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초등교육에 집중돼 있던 교육 지원도 영유아 및 학부모로 넓힌다.
또한 장애아동이 집에서 가까운 전담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아 전문·통합 어린이집'을 연 80개씩 확충한다. 장애인의 교직 진출 제고를 위해 임용시험 장애구분모집 총원제를 홍보하고 임용 후에도 지원한다.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저소득층 유아에 대해서는 월 최대 20만원의 학비를 추가 지원한다. 저소득 가정에는 교육급여도 전년 대비 약 5% 인상한다.
부처內 '의대 교육' 전담조직 신설…"3월前 휴학생들 돌아와야"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도 전국 17개 시·도에서 본격 가동된다.
각 지역과 대학이 국비 약 2조 원에 관련 지방비를 근거로 '동반 혁신'을 도모하도록 하고, 타 부처의 대학 정책들도 연계 추진해 인재 양성부터 취·창업, 정주 생태계를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청년 지원과 관련해선 국가장학금 지원확대(약 100만 명→150만 명) 등을 내세웠다. 근로장학금 수혜인원도 약 14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늘린다. 또 저소득 대학생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장학금을 신설해 연 최대 24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대학에서 바로 연결해줄 수 있도록 '인재 파이프라인'(가칭)도 구축한다.
한편, 지난해 최대 이슈였던 의·정 갈등 대응 일환으로는 의대 교육 전담조직인 '의대교육지원관'을 설치·운영해 우수 의료인력 양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재차 밝혔다. 의대생단체는 올해도 '휴학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3월 (학기) 전에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동맹휴학이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라는 일관된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며 "25학번은 당연히 올해 수업에 정상적으로 임해야 하고, 24학번 학생들도 돌아와 학사 일정이 정상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