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추도사', 한때 정적 포드 전 대통령 아들이 읽었다

9일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국장으로 마무리
제39대 미국 대통령에 수여되는 최고의 영예
트럼프 당선인 포함 전·현직 대통령 5명 참석
포드 전 대통령 아들이 '카터 추모사' 대독해
극심한 분열겪는 미국에 당파 초월한 메시지
이날 '국가 애도의 날' 지정…뉴욕 증시 휴장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세상을 떠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추모행사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의 국장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이틀동안 미 의회 의사당에 안치됐던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국립대성당으로 옮겨졌으며, 추모 의식이 끝난 뒤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이동해 1년여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 옆에 안장될 예정이다.
 
안장에 앞서 카터 전 대통령은 90대까지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지냈던 플레인스의 한 교회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린다. 
 
이날 장례식은 워터게이트 스캔들과 베트남 전쟁의 상처 이후 나라를 치유하고자 1977년부터 1981년까지 격동의 시기를 보낸 제39대 대통령에게 수여되는 미국의 최고 영예를 상징한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고향인 조지아주의 한 시청에 조기가 게양돼 있다. 최철 기자

이날 추모행사에는 당파를 초월해 전·현직 미국 대통령 5명이 모두 참석했고, 첫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앉았다.
 
그 뒤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멜라니아 여사가 착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식전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과도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당선인은 뒷줄에 앉은 1기 행정부 때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 그리고 앨 고어 전 부통령과도 악수를 나눴다. 
 
이날 추도사는 카터 전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고(故)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과 카터 행정부 때 부통령이었던 고(故) 월터 몬데일이 준비했다.
 
카터는 지난 1976년 대선에서 포드 대통령을 물리치고 당선됐고, 둘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다'고도 평가했다. 
 
하지만 카터와 포드는 대통령 퇴임 이후 관계를 회복해 공익 사업을 함께 벌이며 친구가 됐고, 누가 먼저가 될 지는 모르지만 서로의 장례식에서 읽어줄 추도사를 준비했다.

이에 지난 2006년 12월 포드가 93세로 사망했을 때, 카터 전 대통령은 포드의 장례식장에서 그를 기리는 추모사를 읽었다.
 
이날 포드의 추도사는 그가 생전에 써놓은 '카터에 대한 추모사'를 그의 셋째 아들 스티븐 포드가 대신 읽은 것이다. 
 
당적이 다른 두 전직 대통령과 대를 이어 후손으로까지 이어진 우정은 최근 극심히 분열된 미국 사회에 당파를 초월한 관계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무덤에 있는 월터 몬데일 부통령도 '카터 추도사'를 미리 써놓았고, 이날 추도사도 그의 아들이 대신 읽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생전 카터 전 대통령의 부탁으로 추도사를 준비했다.
 
한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국장으로 치러지는 이날이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됨에 따라, 뉴욕 증시는 휴장했고 연방정부 관계 부처는 임시 휴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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