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이뤄진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임박한 가운데 대통령경호처가 집행을 저지할 경우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공수처 등은 지난 1차 집행 때와 같이 경호처가 집행에 저항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며 처벌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경호처는 공조본의 강경 대응 예고에도 대통령 관저 입구 등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버스 차벽을 두텁게 구축하며 저항 의사를 내비쳤다.
이르면 10일 집행 예상 속…넉넉한 유효기간 등 내주 관측 무게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본은 2차 체포영장 집행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해 각별히 보안을 유지하며 논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이날 집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를 넘기고 다음 주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공수처가 다시 발부받은 체포영장 유효기간도 설 연휴 직전까지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전날 국회 현안질의 일정에 참석해 청사를 비운 점도 다음 주 집행에 무게를 두는 이유 중 하나다. 오 처장이 국회 일정에 참석해 집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논의와 점검을 마치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경호처를 중심으로 한 물리적 저항에 철저히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오 처장은 '2차 영장 집행이 마지막 영장 집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차장 등 지휘부를 체포해 지휘 체계를 와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영장 집행 방해 등 처벌 사례 주목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방해하다 처벌받은 앞선 판례를 살펴보면 영장 집행에 저항한 이들은 대부분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 간혹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도 있지만, 이는 집행 과정에서 일어난 위법행위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조본이 윤 대통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집행을 막아선 경호처 관계자는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의 공무를 방해할 경우 공무집행방해혐의가 적용되지만, 단체 또는 다수가 집행을 방해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할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된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되면 7년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1500만원 이하에 처해진다. 자칫 충돌과정에서 경찰 등에 상해를 입힐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가 적용돼 가중 처벌을 받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체포영장 집행 저지로 특수공무집행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가 적용된 대표적인 사건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도피 사건'이다.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은 지난 2015년 11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한 전 위원장을 체포하려는 경찰을 막아서고, 폭력을 행사했다. 당시 한 전 위원장은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이로 인해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상고심 끝에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조합원 3명에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지난 2014년 6월에는 통합진보당 당원이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당사와 서버 관리업체를 압수수색 하던 검찰의 업무를 방해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반면 영장 집행을 막았지만,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무죄 선고의 이유는 피의자의 행위가 아닌 집행 절차에서 나타난 위법행위가 원인이었다.
지난 2013년 전국철도노동조합의 대정부 파업 당시 경찰은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부가 숨은 경향신문사로 진입했다. 통합진보당 의원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은 경찰과 대치를 벌이다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경찰은 수색영장 없이 경향신문사에 진입했는데 재판부는 "경찰의 영장 집행이 적법하지 못해 피고인을 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경호처…공무집행방해 처벌 가능성도
사례 등에 비춰봤을 때 윤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는 경호처가 무죄를 받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는 체포영장과 함께 윤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대한 수색 영장도 받았다.
경찰은 앞선 1차 집행에서 윤 대통령 체포를 방해한 박 처장과 김 차장 등 간부 4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입건했다. 또 당시 채증한 자료 등을 토대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정황이 있는 26명에 대한 신원확인을 경호처에 요구했다.
이들은 혐의가 인정되면 앞선 판례와 같이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형이 확정되면 공무원 신분을 잃거나, 퇴직급여 감액 등 연금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오 처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 "만약 영장 집행할 때 의원들이 다수로 가서 스크럼을 짜고 막으면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느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영장 집행업무를 방해할 시 공무집행방해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의원들도 현행범으로 체포가 가능하냐"는 추가 질문에 "마찬가지로 현행범 체포가 된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없다"고 말해 국회의원은 헌법에 따라 불체포특권이 있지만, 현행범인 경우에는 제외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