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파문' 韓 배드민턴, 또 평지풍파…현 회장 후보 자격 박탈 "법적 대응 불사"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윤창원 기자

지난해 파리올림픽 당시 안세영(삼성생명)의 폭탄 발언 파문을 겪은 한국 배드민턴이 차기 회장 선거를 놓고 다시 한번 풍파에 휩싸일 전망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제32대 회장 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인 8일 오재길 선거운영위원장 명의의 공고에서 "선운위가 선거 관련 규정에 따라 김택규 후보의 후보자 결격 사유를 심사한 바, 관련 규정 및 정관에 따라 후보자 등록 결정을 무효로 하고 회장 후보 결격자임을 공고한다"고 밝혔다. 제31대 회장인 김 후보는 이번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위기에 놓였다.

선운위는 "공금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입건됐고, 보조금법 위반으로 협회에 환수금 처분을 받게 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협회는 지난해 안세영의 대표팀 운영과 관련한 비판 발언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사무 검사를 받았다. 문체부는 협회가 보조금법을 위반하고 김택규 회장에 대해서는 비리와 횡령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해임을 협회에 건의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32대 회장 후보에는 3명이 등록했다. 원광대 김동문 교수와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전경훈 전 회장, 대구배드민턴협회 최승탁 전 회장 등이다.

김 회장 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 회장 측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김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도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데 후보로 등록해 선거에 나오는데 공정한 선거를 운영해야 할 협회 선운위가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 측은 법적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상위 기관인 체육회의 유권 해석을 요청할 것이지만 협회 선운위에 대한 강제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법원에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인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미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법원 결정에 연기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임해지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축구협회를 상대로 허정무 회장 후보가 낸 축구협회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협회 선운위는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논란을 빚은 일부 위원이 사퇴한 바 있다. 한 위원은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 회장의 후보 자격에 대해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한번쯤은 자격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 회장 측은 "선거운영위원이 언론 인터뷰를 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인데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발언까지 했다는 것은 심각한 중립 훼손"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체육회 정관에는 종목 단체장이 1회에 한해 스포츠공정위원회 자격 심사 없이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해당 위원의 발언은 논란이 됐다. 김 회장 측은 해당 위원의 사퇴를 촉구했고, 지난 3일 선운위에서 물러났다.

회장 선거는 오는 16일 대전 선샤인호텔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법원 결정에 따라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배드민턴은 김 회장 부임 이후 엘리트와 생활 체육인들 사이의 갈등이 커졌다. 파리올림픽 안세영 발언을 기회로 현 집행부를 반대하는 인사들의 비판이 거세졌고, 일부 시도 협회장과 생활 체육인들을 중심으로 김 회장의 재선을 추진하면서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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