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세계지도…콩고, 광란의 코발트 쟁탈전

[신간]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코발트 레드

갈매나무 제공

전작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에서 지리학자 특유의 시선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조망한 이동민 진주교대 교수가 '지리 문해력'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역사를 살피는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를 출간했다.

대항해시대에는 세상 거의 모든 부(富)가 에스파냐로 향했지만, 곧 네덜란드로 이동해 갔고 한 세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변방의 섬나라였던 영국이 새로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다. 하지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리며 전 세계에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리던 대영제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그 지위를 미국에 넘겨준다. 한번 종주국이 영원한 종주국은 아닌 셈이다.

냉전시대 초강대국 지위에 오른 오늘날의 미국은 탈냉전시대를 지나며 중국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유럽 강국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냉전시대에 비해 지리적 축소 과정을 거친 러이사 역시 천연가스와 식량자원을 무기로 유럽 사회를 압박하며 지정학적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역사가 상업자본주의에서 산업자본주의로, 또 수정자본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변신을 거듭해 온 행보와 맞물려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신자유주의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외형상으로만 성장을 이어갈 뿐 다중스케일적 불평등을 계속해서 확대·재생산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선진국 스케일의 경제와 환경마저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들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책은 세계경제의 중심이 어디에서 어디로, 왜 이동했는지 파악함으로써 자연스레 경제 패권의 다음 향방을 짚어본다.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88쪽

에코리브르 제공

영국 학사원(British Academy) 글로벌 교수이자 노팅엄 대학교 부교수인 싯다르트 카라의 '코발트 레드'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광산 노예농장을 고발한 르포르타주다. 전 세계 산업의 핵심 자원인 코발트에 서린 핏빛 쟁탈전을 파헤치며 2024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저자는 콩고의 코발트 채굴 실태를 파헤치기 위해 콩고 광산 지역의 두 중심지인 오카탕가주와 루알라바주를 찾아갔지만 거대한 난관에 부딪힌다. 과격한 보안대, 강도 높은 감시, 고립된 지역에 있는 많은 광산, 외부인에 대한 불신, 중세 수준의 근로 조건에서 수십만 명이 미친 듯 코발트 채굴에 몰두하는 엄청난 규모 등 악조건을 마주해야 했다.

1482년 콩고강 어귀, 21세기 카탕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바로 이 장소와 시간에서 비롯된 끊임없는 연속적 사건들의 결과다. 디에구 캉이 콩고 왕국에 유럽인을 소개한 순간부터 아프리카 심장부는 전 세계의 식민지가 되었다. 독립과 식민을 반복하며 열강과 탐욕을 노린 이권 세력의 모든 욕망은 광산에 집중돼 있다. 시대와 상관 없이 광산 채굴 노동자들은 노예의 삶과 가난을 반복한다.

전 세계 테크 산업의 핵심 광물자원인 코발트 추출을 위한 광란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노예와 다름 없는 노동환경과 처우, 가난과 고된 노동의 대물림, 어린 소녀들은 성매매에 몰리고 욕망은 광산으로 향한다.

이 책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채굴 과정에 대한 여러 현장 조사와 직접 증언을 바탕으로 싯다르트 카라는 현장의 삶과 채굴의 진정한 인적 비용뿐만 아니라 이 산업을 뒷받침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과 사업 모델에 내재한 엄청난 불평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싯다르트 카라 지음 | 조미현 옮김 | 에코리브르 |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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