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것에 이어 이번엔 경찰과의 수사 협력 체계에 균열까지 일으켰다.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사문화된 조항을 들고 와서는 경찰에게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겠다'고 주장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한 것이다.
논란은 경찰의 교통정리로 몇 시간 만에 수습됐지만, 공수처가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며 촌각을 다투는 윤 대통령 내란 수사에 차질을 일으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경찰에 일임하려고 했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계획을 철회했다.
앞서 5일 밤 10시, 공수처는 경찰에게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 지휘'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첫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공수처가 사건 이첩도 없이 경찰에게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만 요구한 것이다. 경찰과 협의되지 않은 일방적 내용의 공문 발송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2020년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사라졌고, 영장 집행 지휘 역시 사문화 된 상황에서 공수처가 '지휘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검사의 영장집행 지휘권이 사라졌고, 검사와 사법경찰의 관계도 '지휘 관계'에서 '협력 관계'로 바뀌었다.
수사권 독립을 조직의 최대 과업으로 삼는 경찰 입장에서 '지휘'라는 단어는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공수처가 어떤 맥락에서 저런 공문을 보낸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역시 "수사는 공수처가 할테니 경찰은 체포나 해오라는 것 아닌가"라며 강한 불만을 보였다.
야밤에 공수처로부터 기습적으로 공문을 받은 경찰은 5일 즉각 공수처와 협의해 해당 공문을 철회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와 통화도 하고, 협의도 했다"며 기존과 똑같은 공조수사본부 체제에서 수사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공수처 역시 "중대한 사건의 수사에 작은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아니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경찰과 의견을 같이 한다"며 "향후 공조수사본부 체제 하에 잘 협의해 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물러섰다.
일단 논란은 수습됐지만 공수처 스스로 체포영장 집행에 차질은 물론 수사에도 혼선을 줬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논란을 일으킨 이날은 체포영장 유효기간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특히 법원이 공수처의 체포·수색영장에는 법적 하자가 없다는 점을 재차 밝힌 지 하루 만에 공수처 스스로 수사에 흠집을 냈다. (관련기사: [단독]법원, 尹 이의신청 기각… "형사소송법 110조 제외 타당")
이날 논란이 불거진 직후 윤 대통령 측은 다시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법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수처법에 포함돼 있는 범죄이고 이와 관련이 있는 내란죄를 혐의사실에 포함시켰다고 해서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며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문제가 없다고 재차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