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최후 순간까지 승객을 살리려 조종간을 놓지 않은 '파일러트'가 있는가 하면, 사랑하는 아내와 자신만 살겠다고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채 '팬덤'을 향해 '메이데이!'를 외쳐대는 사람도 있다. 바로 이 나라의 '프레지던트'다. 우리는 전자의 '파일러트'를 '살신성인'이라 쓰고 그 행간에 '리스펙트'를 담는다. 그런데 끝까지 낯부끄러움을 모른 채 조종간을 놓지 않는 '프레지던트' 기장을 우리는, 아니 국민들의 7~80%가량은 '비루하다'고 쓰고 긴 한숨을 담는다. 한 프랑스 정치인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그런데 어쩌다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이 모양이 됐을까?
"남에게 십원짜리 피해 한장 준 적 없다"던 장모께선 왜 법정 구속이 되셨을까? 우리 프레지던트께선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단언하셨던데 왜 그랬을까? 본인이 범인임을 자인하는 것인가? 또 계엄 사태 이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면서 왜 경호처 뒤에 숨는가? (내친 김에 경호처에게도 한 마디 던진다. 계엄 사태로 인해 애먼 충암고 출신과 육군사관학교가 온당치 못한 돌팔매를 맞고 있는데, 훗날 자긍심을 가지고 대통령 경호처에서 일하게 될 그대들의 후배들에게 지금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비무장 상태였다는 대통령의 말과 달리, 무려 수만 발의 실탄이 지급됐다는 것을 비롯해 수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는 거짓말 퍼레이드는 식사로 치면 진수성찬의 '뷔페'급이다.
12.3 비상 계엄을 통한 내란에 이어 국가 법질서까지도 무력화시키는 이 나라 대통령, "끝까지 싸울테니 힘내라"며 나라가 쪼개지든 말든, 지지세력에 펌핑을 해대는 대통령을 보노라면 이런 상념에 젖어들게 된다. "나라님이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왜 국민이 나라님 때문에 걱정을 해야 하나…" 하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 출신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그가 "악법도 법이다"며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는 말은 근거가 없고, 와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했던 "너 자신을 알라"는 말과 함께, "성찰(검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어록은 나훈아의 히트송 가사와 함께 '또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곱씹어 볼만 하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이래~ 소크라테스형!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