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부푼꿈 '대왕고래 프로젝트'…무산 우려

[포항CBS연말기획③]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 최대 140억 배럴 매장 발표
이후 국내외서 경제성 관련한 각종 논란과 의혹 확산
국회 관련 예산 삭감에다 12.3 내란사태로 사업 '휘청'

대왕고래 시추선.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APEC 정상회의 유치 경주 '세계적 관광도시 도약'
②주력산업 침체 불황 늪…"세계 정세 읽어야"
③산유국 부푼꿈 '대왕고래 프로젝트'…무산 우려
(계속)

지난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 브리핑을 열었다. 포항시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탐사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이다.
 
최대 매장량을 기준으로 한 추산 가치는 2260조원으로 당시 삼성전자 시가 총액의 5배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추 성공률이 20%로 예상된다고 발표하며 국민들의 기대는 한껏 높아졌다. 5번의 시추공을 파면 1곳은 성공한다는 뜻으로 지하자원 개발로는 높은 확률에 속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하지만 곧바로 각종 의혹과 논란이 제기되며 사업은 휘청이기 시작했다.
 
세계 양대 신용평가사인 S&P가 이 탐사가 상업적 생산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게다가 호주 최대 석유 개발 회사이자 8광구와 6-1광구를 2007년부터 2023년 8월까지 탐사했던 회사 '우드사이드(Woodside Energy)'가 영일만 일대 심해 탐사 사업에 대해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다(no longer considered prospective)"라는 결론을 내렸던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우드사이드는 우리 정부가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7곳 중 3곳을 이미 조사했고, 그나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곳도 채산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해당 유전을 검증했다는 미국 회사인 액트지오(ACT-GEO)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이 업체는 사실상 대표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의 1인 기업으로 사무실도 일반 가정집으로 되어 있는데다 영업세도 납부하지 않아 2023년 3월까지 법인 자격이 박탈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엑트지오가 개인이 절세를 위해 만든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이달 초 부산 남외항에 입항한 웨스트 카펠라호. 시추 작업을 준비하며 부산항을 중심으로 장비와 자재를 선적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하지만 각종 논란에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석유공사는 사업을 계속 추진했고,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추진할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 17일 포항 영일만항에서 남동쪽으로 약 40㎞ 가량 떨어진 지점에 도착한 뒤 사흘 후인 20일 탐사시추를 시작했다.
 
시추선은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의 대륙붕까지 시추공을 뚫은 뒤 암석 시료를 확보해 석유와 가스 존재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물리 탐사로 추정했던 지질 구조를 실제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시추는 약 40~50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석유공사는 드릴 작업을 통해 시료를 확보하는 데만 2개월가량 걸리고 채취와 분석 시간까지 더하면 빨라도 내년 3~4월은 돼야 첫 탐사시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1차 탐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면 2차 탐사 추진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회가 내년도 시추 관련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석유공사가 한차례 당 1천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모두 충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12.3 내란 사태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결정타를 입혔다.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잃은 현 정부와 여당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는 힘들어진 것이다.
 
포항영일만항. 포항시 제공

이런 상황에서 경상북도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재원 확보를 위해 '에너지 투자 펀드'를 추진하고 있다.
 
민간이 추진하는 에너지 개발사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모두 1천억원 정도를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이 성공한다 해도 실질적인 혜택은 정유공장이 있는 울산과 프로젝트 거점항만인 부산항이 있는 부산이 대부분 가져갈 것으로 예상돼 경북도가 다른 지역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포함한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안보를 생각해 정파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심해 유전개발 사업은 낮은 성공률과 큰 비용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더 중앙과 지방정부가 중심을 잡고 민간과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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