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정상화에 끝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회가 26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동의안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안을 제출할 때까지 임명을 보류하겠다'며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는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초유의 내란 사태를 신속히 수습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자 한 대행 스스로 내란 공조세력임을 자인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27일 표결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애당초 한 대행은 내란 방조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어 권한대행 자리를 맡기에 부적절했으나 사태수습을 위해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긴 공직생활의 마지막 소임이라 믿고 전력을 다하겠다"던 노회한 공직자의 말을 너무 믿었던 걸까? 그는 10여 일만에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내란특검과 헌법재판관 임명 등 최소한의 소임 마저 거부했다.
탄핵은 자초한 일이다. 지금은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을 걱정할 계제가 아니라 오히려 초유의 현직대통령 내란사태가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점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내란피의자 윤석열과 한덕수 대행, 국민의힘이 3각편대처럼 똘똘 뭉쳐 내란수사와 탄핵심리에 방어막을 치고 있다.
한 대행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여야가 합의하여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겉만 번지르르한 궤변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안에 대해 여야 합의를 다시 하라는 것은 입법부를 무시하는 태도이자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미 적극적 권리행사인 법안 거부권을 행사했으면서 국회 추천몫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요식행위를 하지 못하겠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내란피의자 윤석열측은 수사와 헌재 심판 절차를 거부한 채 버티기에 들어갔다. 압수수색과 소환조사에 불응하더니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우선'이라는 말로 수사를 건너뛰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비쳤다. 그런데 정작 헌재가 요구한 포고령 1호와 국무회의록 등 서류와 대리인 선임계는 내지 않고 있다. 27일 헌재 변론기일에도 불출석하겠단다. 내란피의자가 마음껏 국가기관을 농락하는 이런 환경 자체가 내란이 진행형이라는 불안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국민의힘은 임명동의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강행하면 탄핵심판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정족수도 새롭게 문제삼으며 쟁점화했다. 마치 잘 짜여진 각본처럼 버티기와 방탄이 결합해 팀워크를 이루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심지어 국민의힘이 추천한 후보자도 헌법에 부합한다는 취재의 의견서를 냈음에도 이들이 임명권한과 탄핵정족수 등 온갖 논란을 동원하는 건 탄핵심판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6인체제에선 1명만 생각이 달라고 심리가 중단되고 내년 4월 2명의 헌법재판관이 퇴임하게 되면 4인체제로 전락하는 것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윤석열 구속수사 필요…'얼굴 두껍게' 오만함, 국민이 심판할 것
사태의 장기화는 내란 상황의 연장일 뿐이다.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내란피의자 윤석열의 파면을 막아서거나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내란에 동조하는 행위다. 따라서 내란을 수습해야 할 자리에서 국민을 배신한 한덕수 총리를 탄핵하는 건 다소의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당연한 수순이다.
국회에 무장병력이 난입한 지 24일이 지나도록 내란의 우두머리에 대한 직접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도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내란세력이 여론전에 나선 적반하장을 국민들이 곱게 볼 리 없다. 공수처는 더 이상 소환통보에 의존하기 보다 내란죄 우두머리에 걸맞는 구속 수사로 사태의 전모를 밝히는데 집중해야 한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끝까지 싸우겠다"는 윤석열의 자신감이나 "얼굴 두껍게 하고 다니라"는 여당 중진의 오만함은 모두 민심과 맞서겠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국민을 만만하게 본 결과가 이 지경까지 끌고 왔는데 과연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