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와 남동생 전태삼씨가 4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인정 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강민호 부장판사)는 지난 6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이 여사의 재심에서 당초 1980년 계엄포고가 위헌·무효였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이 여사는 전국연합노동조합 청계피복지부(청계피복노조)에서 활동하며 1981년 1월 6일 서울시장의 해산 명령을 어기고 1월 18일 노조 사무실 등에서 대책을 논의한 혐의로 같은 해 7월 13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번에 재판부는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이 사건 계엄 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헌법 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이 사건 계엄 포고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미 유신헌법과 구 계엄법에 위배돼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엄 포고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이상, 이 사건 계엄 포고 제2항 가호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서 정한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여사와 함께 계엄법 위반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태일 열사의 남동생 전태삼씨 등 3명도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면소 판결이 내려졌다. 해당 재심은 전씨 등이 2021년 11월 5일 서울동부지법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