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 국민 '20명 중 1명'은 현재 암 투병 중이거나 진단 후 완치 판정을 받은 유병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암 발생자는 28만여 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전 증가속도를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인과 비교해 암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상대생존율)은 약 73%였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는 암 등록 통계사업을 통해 수집된 우리나라의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를 26일 이같이 발표했다. 국가암등록통계는 암관리법 제14조에 근거해 매년 의료기관의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암환자의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다.
정부는 중앙암등록본부·지역암등록본부(11곳) 및 등록병원 194곳을 기반으로 2년 전 암 발생률과 암 생존율, 암 유병률을 등을 매해 산출한다. 이는 국가 암관리 정책 수립 및 국제 비교의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신규 발생한 암환자 수는 28만 2047명으로, 전년 대비 0.05%(154명) 감소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14만 7468명, 여성이 각각 13만 4579명이다.
전체인구 10만 명당 연령표준화발생률은 522.7명으로, 1년 전보다 12.8명(2.4%) 감소했다.
다만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암 발생자 수는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증가추세로 돌아갔다는 게 국립암센터의 분석이다. 감염병 발생 이전(2019년)과 비교하면 8.8%(2만 2696명) 늘었다.
국내 암환자 수는 2019년 25만 9351명→2020년 25만 2251명→2021년 28만 2201명→2022년 28만 2047명 등 팬데믹 기간 다소 주춤했다가 의료이용이 회복되면서 재차 증가했다. 특히 국가암검진 수검자가 연 1300만 명대에서 1100만 명대로 줄었다가 반등한 2021년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졌다.
기대수명(남자 79.9세·여자 85.6세)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할 때 암에 걸릴 확률은 남성이 5명 중 2명(37.7%), 여성은 3명 중 1명(34.8%) 꼴로 추정됐다.
세계표준인구(암 발생률 국제 비교 시 활용)로 보정한 한국의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87.0명으로 미국(367.0명)이나 영국(307.8명)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웃한 일본(267.1명)과 중국(201.6명)보다는 높았다.
다만, 암 사망률은 10만 명당 77.0명으로 주요 비교 국가들 중 가장 낮았다.
2022년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12.0%)이었고, 이어 △대장암(11.8%) △폐암(11.5%) △유방암(10.5%) △위암(10.5%) △전립선암(7.4%) △간암(5.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립선암, 췌장암, 유방암, 폐암 등 노년층에서 주로 나타나는 암 발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달을 기점으로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해당 암들의 증가세는 더 가속화될 거란 전망이다.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은 "연령 보정이 되지 않은 실제 발생 수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암은 전체적으로 증가해 왔고 이는 고령화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또 "(연령별) 표준화를 했음에도 증가하는 암은 3가지로 갑상선(암)과 여성에서의 유방암, 남성의 전립선암"이라고 부연했다.
성별 암 발생순위를 보면, 남성은 폐암(14.7%), 전립선암(14.1%), 대장암(13.3%), 위암(13.3%) 등의 순이었다. 여성은 유방암(21.8%)과 갑상선암(18.8%)이 전체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10.0%)과 폐암(7.9%), 위암(7.4%)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의 경우엔 전립선암, 여성의 유방암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갑상선암은 2016년 이후 재증가하는 추세다. 2000년대 전 여성 암발생 3순위였던 자궁경부암은 급감해 2021년 이후 11위로 내려앉았다.
2018~2022년 진단받은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2.9%다. 암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생존한다는 의미로 2001~2005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상대생존율(54.2%) 대비 18.7%p가 올랐다.
5년 생존율은 여자(78.8%)가 남자(67.2%)보다 높았는데,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높은 갑상선암·유방암이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종류별 생존율은 갑상선암(100.1%)과 전립선암(96.4%), 유방암(94.3%)이 높게 나타났다. 폐암(40.6%)과 간암(39.4%), 담낭 및 기타 담도암(29.4%), 췌장암(16.5%)은 낮은 편이다. '상대생존율 100%'가 일반인과 생존율이 같다는 의미임을 고려하면, 갑상선암은 일반인과 대등하거나 그보다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생존율은 암 진단 시 얼마나 전이가 진행됐느냐에 따라 갈렸다.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Localized)' 병기에서 진단된 암환자의 생존율은 92.1%를 기록했지만, 멀리 떨어진 부위로 암이 번진 '원격전이(Distant)' 단계에서 진단받은 환자는 30%를 넘기지 못했다(27.1%).
단, 국한 병기의 경우에도 간암(62.3%)과 췌장암(46.6%) 등은 생존율이 저조했다.
한편, 2022년 암 유병자(1999년 이후 암 확진을 받아 2023년 1월 1일 기준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자)는 258만 8079명으로 전년(243만 4089명)보다 15만 3990명 증가했다. 전체 유병자 중 과반(50.3%)은 65세 이상(130만 2668명)이었다.
유병자 최다 보유 암은 갑상선암(21.4%·55만 4693명)이었고 위암(13.8%), 유방암(12.8%)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진단 후 5년을 넘겨 생존한 암환자는 전체 유병자의 61.3%인 158만 7013명 정도다. 전년도보다 10만 7천여 명이 증가한 수치다.
양 원장은 "위암과 대장암 등은 높은 검진수검률에 힘입어 매우 높은 수준의 생존율을 보인다"면서도 "20여 년 동안 국내 암환자의 20%는 여전히 원격전이에 해당하는 '4기' 등의 상황에서 발견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립암센터는 암의 조기발견과 난치암 치료 성적 개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