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국 교회에서 성탄예배가 진행된 가운데, 우리 사회 소외이웃들과 성탄의 기쁨을 나눈 이들도 있습니다.
노숙인과 홀몸 어르신, 해고 노동자 등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 탄생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봤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거리의 이웃들과 함께해 온 다일공동체의 37번째 '거리 성탄예배'.
지난 1988년, 3명의 노숙인들과 함께 드린 야외 예배가 어느덧 37년 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회에서조차 받아주지 않아 추위에 떨고 있던 노숙인들의 손을 잡아 준 거리 성탄 예배는 이젠 해마다 1천 5백여 명의 취약계층 이웃들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하며 성탄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는 자리가 됐습니다.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는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짐승의 먹이통에 누이셨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 땅에 오신 참된 의미를 알 수 있다"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계속 실천해 나가겠다" 고 말했습니다.
[최일도 목사 / 다일공동체]
"성탄절마다 저 잘 지어진 예배당, 저 고급스러운 예배당 그 안에서, 화려한 불빛에서 네온사인이 빛나는 곳에서 예배하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지 갈 곳 없는 사람하고 같이 언 손을 호호 불면서라도 예배를 드리자…"
예배 참가자들은 세계인권선언문을 낭독하며 모든 인간이 존엄한 존재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예수의 성육신과 십자가 죽음, 부활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세계인권선문 낭독]
"모든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권리를 가진다!)"
다일공동체 밥퍼 이용자들은 "밥퍼는 단순히 무료 급식소가 아니라, 연약한 이웃들의 든든한 새 가족이자 사랑방"이라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임민우 79세/ 서울 종로구]
"나눔의 광장이다, 사랑방이라고 생각해요. 밤에 갈 때 십자가가 한 집 건너 하나 있거든요. 그건 종교예요. 십자가만 들고 있을 게 아니라 다일공동체처럼 배고픈 사람에게 밥도 나누고 사랑을 나눈다면 그게 하나님의 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편, 다일공동체는 "최근 건축을 둘러싼 동대문구청과의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지만, 구청이 결과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라며 밥퍼 사역이 계속될 수 있도록 기도와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화면전환]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성탄예배도 열렸습니다.
해마다 우리 사회 고난 받는 현장에서 예배를 드려온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는 올해 장기농성중인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와 함께 했습니다.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은 "조합원들이 10년에 걸쳐 진행된 구조조정과 노조 탄압, 외주화 등을 비판하자 사측이 경영 위기를 핑계로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호소하며 3년 가까이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세종호텔 정리해고 이면엔 재단의 사유화와 외주화의 확대 등 경제적 탐욕이 있다"며 "노동자들이 존중 받는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한 투쟁에 연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란희 /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싸우면서 행동하지 않는 기독교인은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종교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과거에 투쟁하기 전엔 그런 사람이었고, 투쟁하면서 힘든 사람들, 고난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사람입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이곳까지 왔고, 또 여러분들로 인해서 앞으로 더 한 걸음씩 나아갈 것입니다."
고난함께 성탄에배엔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컬 기독 단체, 지역 교회 등에 500명이 넘는 이들이 참석했습니다.
예배 참석자들은 해고 노동자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며 부당해고와 가난, 불평등,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예수님처럼 동행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김종원 장로/ 새민족교회]
"일터와 삶의 회복을 위해 피눈물 나는 순간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님의 복된 소식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노동자들과 함께 해고 당하신 주님, 노동자들과 함께 멸시당하신 주님, 우리와 함께 승리하실 주님을 우리가 오늘 만났으니, 이제 일치하고 연대하여 새날이 찾아오리라고 믿습니다."
[김희룡 목사 / 성문밖교회]
"인간성이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세종호텔 동지들과 함께 우리가 있는 이곳 역시 하늘이 열리는 곳이요, 진정한 동료, 진정한 이웃과 친구를 만나는 곳이요, 또한 형제와 자매를 얻는 곳이며, 바로 그러하기에 이곳은 하나님이 들어오시는 곳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2024년 성탄절, 교회 밖 거리에서 우리사회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한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며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평화를 함께 만들어가길 다짐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정선택, 최내호] [영상편집 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