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극우 단체의 집회 예고로 인해 '안전'을 문제 삼아 가수 이승환 콘서트를 취소한 가운데, 이승환이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공연 문의가 오고 있다고 알렸다.
이승환은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구미 공연 취소 기사 이후 여러 곳에서 공연 유치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이에 3월 말로 투어를 끝내려는 계획을 수정하여 7월까지 #HEAVEN 투어 이어가겠습니다. ( 고민 중이었습니다. 고민 해결 )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공연을 기다렸던 구미 관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 다시 전해 드리며 인근의 공연장에서 꼭 뵐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음악인들은 개최 이틀 전 공연을 일방 취소한 구미시를 강력히 비판했다.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23일 저녁 성명을 내어 "큰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라며 "이번 결정으로 구미시는 문화예술의 자유를 억압하고,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침해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도시가 되었다"라고 꼬집었다.
음악인 선언은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시민의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예술가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하게 예술 행위 자체는 보호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행정이 특정 집단의 항의에 굴복했음을 인정한 점 △예술인의 개인적 견해를 이유로 예술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문화예술계 전반에 검열과 통제를 시도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든 점 △이미 계약을 마치고 예매가 완료된 공연을 취소해 행정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한 점을 짚었다.
음악인 선언은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부끄러운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며, 문화예술 검열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사례로 길이 남을 것"이라며 '대관 취소 철회' '김장호 구미시장의 공식 사과' '문화예술 행정 독립성 및 공정성 보장 장치 마련' 등을 촉구했다.
당초 이승환은 크리스마스인 오는 25일 오후 5시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콘서트 '헤븐'을 열 예정이었다. 이승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무대에 오른 것 등을 이유로 공연 개최에 반대하는 세력의 집회가 예고됐다.
그러자 구미시는 '안전을 위한 결정'이라며 이승환 공연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이승환은 구미시가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공개했고, 여기에 날인하지 않아 대관이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승환은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라며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다. 안타깝고 비참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 성명 전문.
▶ 노래를 막지 마라! |
예술가의 문화예술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기본권이다. 그럼에도 구미시가 '안전'을 이유로 이승환 콘서트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에 음악가들은 큰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 구미시가 제시한 '안전상의 우려'는 행정이 해결해야 할 갈등을 회피하고, 공연 취소라는 손쉬운 선택으로 책임을 외면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때 구미시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었고, 첨단기술의 메카였으며, 젊은이들의 꿈이 영글어가는 도시였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구미시는 문화예술의 자유를 억압하고,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침해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도시가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시민의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예술가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하게 예술 행위 자체는 보호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했다. 더군다나 구미시는 주최 측에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반대 의견을 이유로 공연을 취소함으로써 행정이 특정 집단의 항의에 굴복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또한 예술인의 개인적 견해를 이유로 예술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문화예술계 전반에 검열과 통제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 더불어 이미 계약이 체결되고 티켓 예매가 완료된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함으로써 행정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그 결과, 이번 공연을 기다려 온 팬들의 마음에도 큰 실망과 상처를 주었다.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부끄러운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며, 문화예술 검열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사례로 길이 남을 것이다. 우리는 이 사태가 한국 문화예술계에 드리운 검열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에 음악인선언은 구미시가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김장호 구미시장은 예술인과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 당연히 구미시는 문화예술 행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하고 예술 검열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예술은 시민의 권리이며, 행정은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어떠한 이유로도 시민의 문화향유권과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오늘 음악인들은 한목소리로 외친다. 노래를 막지 마라. 2024년 12월 23일 음악인선언준비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