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3분 코트 두고 포천이 웬 말" 韓 배드민턴 공식 후원사 대표의 하소연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배드민턴클럽 동호인들이 운동을 즐기는 모습. 오남클럽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공식 후원사 대표이자 수준급 동호인이 거주지에서 운동이 금지돼 30km가 넘는 다른 도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배드민턴 대표팀을 후원하는 샤워플러스 오교선 대표다.

오 대표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고 있지만 2022년 8월부터 경기도 포천시까지 왕복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해 운동을 하고 있다. 남양주배드민턴협회로부터 자격 정지 2년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포천시청 차윤숙 감독의 도움으로 그래도 좋아하는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2년 자격 정지는 엘리트 체육계에서도 음주 운전이나 성폭력 연루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받는 중징계다. 하물며 2012년부터 남양주시에서 배드민턴을 즐기며 전국 최상위 클래스까지 진출한 실력자인 오 대표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 대표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오남읍 자택 인근의 배드민턴 동호회 오남클럽에 정식 가입을 수 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양주배드민턴협회 박병삼 회장의 교묘한 방해 때문이었다는 주장이다.

8년 전 상황에 대해 오 대표는 "다른 클럽 소속이었지만 집에서 도보로 불과 3분 거리의 체육관을 쓰는 오남클럽에 가입하려 했다"면서 "그러나 전 클럽의 이적 동의서가 없이는 가입을 불허한다는 이유로 무산됐다"고 전했다. 당시 오남클럽 회장이 박 회장이었다.

이후 오 대표는 자동차로 30여 분 거리의 다른 클럽에서 활동하다 이동 거리와 시간 등에 불편함을 느껴 2022년 5월 오남클럽 가입을 다시 신청했지만 또 불가 통보를 받았다. 오 대표는 "당시 오남클럽 윤상희 회장과는 호형호제하던 사이였는데 '형님, 가입은 안 되고 운동은 가능하겠네요'라고 하더라"면서 "내 아내는 가입할 수 있는데 나는 안 된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오 대표는 가입 불가와 관련한 명확한 이유를 공식적으로 윤 회장에 문의했다. "개인적 친분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거라 기대하지 말아달라"는 표현도 썼다. 이에 윤 회장도 "사적 모임에서 가입이 안 된다고 한 게 무엇이 잘못이냐"며 "형님은 이제 운동도 오지 말라"고 답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클럽이 사용하는 배드민턴장. 오남클럽

지난해 6월 오남클럽 월례 회의록을 보면 '오 대표가 클럽 이적이 잦고 남양주장애인체육회 부회장의 공적 자리에 있으면서도 이번(가입) 사항과 관련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입장을 표해 클럽의 친목 도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이에 오 대표는 "당시 윤 회장에게 '가입이 왜 되지 않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이렇게 일 처리를 한다는 데 대해 그냥은 넘길 순 없을 것 같네'라고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오 대표가 예전 다른 클럽 회장을 맡았는데 그 클럽이 해체됐다"면서 "회장인 만큼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등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이어 "또 인근 클럽에 가입이 돼 있는 상황인데 회장까지 하셨던 분이 굳이 오남클럽에 가입한다는 데 대해 클럽 내부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오 대표의 박 회장 개입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박 회장은 클럽 회장이 아니라 영향력을 미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후 오 대표는 오남클럽의 제소로 남양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됐고, 지난해 4월 3년 중징계를 받았다. 오 대표가 클럽 가입 불허와 관련해 남양주체육회 등 상급 기관에 민원을 제기해 오남클럽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오 대표는 남양주체육회 스포츠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해 지난해 6월 협회의 처분이 무효로 결정됐다. 2개월 뒤 협회는 재심의에 대한 2차 공정위를 열기로 하고 출석을 통보했지만 오 대표는 불참했다. 이와 관련해 오 대표는 "상위 기관인 체육회 처분에 협회가 무슨 근거로 재심의를 하겠다는 건지 공정위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오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협회 공정위는 2년 징계를 의결했다.

오 대표는 다시 남양주체육회에 이의를 신청했지만 이번에는 공정위가 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0월 결정에 오 대표는 "동일한 사안에 젼혀 다른 결론이 나온 것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하위 단체인 협회가 재심의를 하는 것은 절차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오 대표 징계에 대한 남양주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의결문. 오교선 대표


여기에 오 대표는 공문서 위조 의혹도 제기했다. 최초 체육회 공정위원회 위원장의 사인이 4개월 만에 달라졌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육안으로도 확연하게 다른 사인인데 공정위가 제대로 사안을 검토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남양주체육회 윤성현 회장은 "공정위는 외부 위원들로 꾸려져 회장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첫 협회 공정위에는 오 대표가 참석하지 않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있어 무효 처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2차 공정위는 절차를 갖춘 터라 인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는 공문서 위조 의혹과 관련해 당시 체육회 공정위원회 위원장에게 확인하려 체육회 사무국에 문의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오 대표는 이 모든 과정을 박병삼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 대표는 "동호인 등 주위 사람들이 '오 대표가 오남클럽에 정식 가입하면 박 회장이 자신의 입지가 흔들릴 것으로 우려해 막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면서 "박 회장을 직접 만나 풀어보려 했지만 3번이나 만나자는 약속을 먼저 깨면서 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남양주에서 오 대표는 지역 유지로 꼽힌다. 2022년 남양주 복지 재단과 장애인체육회에 현금과 현물 등 1억 원이 넘게 지원했다. 특히 장애인체육회에서는 부회장을 맡아 8년 넘게 1억 원 가까운 후원을 해왔다. 이밖에 구리시장애인복지관, 빛누리장애인보호작업장에도 도움을 전했다.

한국 배드민턴에도 지원하고 있다. 오 대표는 대표팀에 2022년부터 3년 동안 2억5000만 원 가까운 후원을 했고, 한국대학연맹과 한국체대 등 대학 배드민턴에도 수천만 원을 지원했다. 열악한 지방 대학교 선수들을 위해 운동용품을 지급하기도 했다.

2022년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샤워플러스의 후원 협약 모습. 협회 김택규 회장(왼쪽)과 오교선 대표. 협회

결국 오 대표는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남양주협회와 체육회에 대해 소송(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2024가합50180 징계 무효 확인)을 제기했다. 오 대표는 "동호회 가입이야 클럽 결정 사안인 만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자격 정지 징계는 너무 어이가 없고, 이를 승인한 체육회도 마찬가지"라면서 "설상가상으로 장애인체육회 부회장까지 해임됐는데 실추된 명예를 찾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입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개인적인 오해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오 대표와 윤성희 회장 사이에 감정적인 부분이 얽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오 대표가 성공했다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윤 회장이 많이 속상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대표의 가입을 막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박 회장은 "오남클럽 회장에서 물러난 지도 오래됐고, 당시 윤 회장도 주관이 뚜렷한데 내가 애기한다고 들을 인물이 아니다"면서 "오 대표와는 친한 사이인데 자존심 대결을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나도 중간에서 풀어보려고 애를 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면서 "이제 오남클럽 회장도 바뀐 만큼 오 대표가 내년에는 가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의 판결은 수 차례 연기돼 내년 2월 이뤄질 예정이다. 오 대표는 "손해배상, 형사 소송 등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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