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 잘못해서, 이렇게 나를 악마화하나."
대한체육회 이기흥(69) 회장이 3선 도전을 선언했다. 그런데 선거를 위한 공약 설명보다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 회장은 2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올림픽파크텔 4층 아테네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대한민국 체육의 변화, 체육인과 완성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과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썼다. 처음부터 이 회장은 "그동안 많은 논란과 억측이 있었다"며 입을 뗐다.
이 회장은 "재임으로 끝을 내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체육회가 굉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도외시하기에는 너무나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며 3선 도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감사를 하고, 국회에서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받았다"며 "국조실에서도 조사를 받았고, 검찰과 경찰 수사를 받았다. 또 감사원 조사도 있었다. 어제까지도 문체부가 감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 사유화 논란과 관련해 문체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어 왔다. 정부는 체육계 부조리의 정점에 이 회장이 있다고 지목했다.
정부는 지난달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 복무 점검단을 통해 이 회장을 포함한 8명을 업무 방해와 금품 등 수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문체부도 이 회장의 직무 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밖에 경찰과 검찰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체육회, 이 회장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한국 모든 권력 기관이 체육회 조사에 나섰다. 건국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제가 편안하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떠난다는 건 무책임하다"며 "제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도대체 뭘 잘못을 해서, 이렇게 나를 악마화하나' 이런 생각을 했다. 옆집 사람에게도 창피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똑 부러지게 뭐 나오는 게 없지 않냐"며 "속이 터지고 답답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출마 선언 말미가 돼서야 자신의 공약 3가지를 설명했다. 핵심 비전으로는 △재정 자립 △학교 체육 정상화 △신뢰받는 거버넌스 확립 등을 밝혔다. 이 회장은 "스포츠를 통해 대한민국 체육의 변화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또 "대한민국 체육 변화는 궁극적으로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에 있다"고 첨언했다.
체육계 변화를 이끌 3가지 축으로는 △Independence(독립) △Optimization(최적화) △ Collaboration(협력)을 소개했다. 이 회장은 "재정 자립과 자율성 확보, 균형 잡힌 체육 시스템 구축, 독립적이며 신뢰받는 거버넌스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이번 선거 출마 심사를 승인받아 3선 도전의 길이 열렸다.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도 냈다.
다만 이 회장의 3선 도전을 막기 위해 다른 후보들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지난주 회동을 열어 '반이기흥' 위한 단일화 추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