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서윤> 이번에도 똑같이 두 가지 소식 준비했고요. 먼저 첫 번째 소식입니다. 끝내 무산된 국제 플라스틱 협약.
◆ 홍종호>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얼마 전에 폐막됐죠. 우리나라 부산에서 진행하면서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었는데 결과는 여기저기서 예상했듯이 무소득이었다. 말씀 전해주시죠.
◇ 최서윤> 네. '빈손 종료'라는 표현으로 기사화가 됐어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 공교롭게도 계엄 선포 전날에 폐막을 했습니다. 회의의 정식 명칭이 'UN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입니다. 그러니까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아직 존재하는 협약인 게 아니라 협약을 만들어보기 위해 무슨 문구를 넣을지, 어떤 것들을 약속할지 같은 걸 정하는 회의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UN 170여 개 회원국 간에 다 통용되는 플라스틱 규제를 한번 해보자는 거죠.
이게 어떤 한 나라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플라스틱 사용량도 규제해야 되고 플라스틱 종류도 규제해야 되기 때문에 쉽지가 않은 거예요. 각국 대표단이 머리를 짜내고 있고요. 우리나라 정부는 외교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서 대표단 꾸려서 협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구속력을 갖춘 협약을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부딪히는 쟁점들이 있어요.
◆ 홍종호> 다른 국제 협약을 위한 협상과는 달리 비교적 단기간에 다섯 차례의 협상 과정이 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부산에서 협상을 종료하고 결론을 내는 것을 목표로 2년 전에 야심차게 시작을 했는데 결국 아쉽게 끝나게 됐습니다. 협약이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를 짚어주시죠.
◇ 최서윤> 네. 2022년 11월에 지구 반대편의 나라인 남미 우르과이의 푼타 델 에스테에서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그 뒤 2023년 5월에는 유럽의 프랑스 파리에서 2차 회의를 했어요. 같은 해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3차 회의, 올해 4월에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4차 회의했고요. 원래 예정대로면 이번 5차 부산 회의에서 협약이 만들어졌어야 되는 건데 무산이 된 겁니다.
플라스틱 생산 과정을 띄워서 보여드리고 있는데요. 폴리머의 원료가 많은 분들 아시다시피 석유입니다. 석유 채굴 과정에서부터 탄소 배출이 되잖아요. 그런데 이거를 다시 석유화학 처리를 해서 가공을 해서 폴리머를 만들고 또 이걸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플라스틱은 폐기할 때도 막대한 환경오염이 초래되잖아요. 묻어도 문제, 태워도 문제. 결국 플라스틱은 뼛속까지 환경 오염을 초래하는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게 사실입니다. 편리하긴 하지만요.
그래서 플라스틱을 아예 생산부터 폐기하자는, 플라스틱의 전 생애 주기에 걸쳐서 규제하는 협약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취지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플라스틱 생애 주기에서 가장 처음에 해당하는 폴리머 생산 감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는 거니깐 협약이 갈 길이 아직 멀다라고 보시면 되겠죠. 폴리머 생산 감축을 반대하는 나라가 어떤 나라들일까요?
◆ 홍종호> 결국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들이죠. 사우디, 쿠웨이트, 러시아 같은 주요국들. 결국 2년 전 첫 회의 때부터 이 국가들이 아마 전략적으로 생각했을 거예요. 만약에 협약이 생산을 규제하게 되면 직접적으로 우리의 생산된 석유를 판매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명분으로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폐기 과정에서 재활용 제대로 하면 된다같은 얘기를 많이 했을 것 같고요. 당연히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의 로비도 굉장히 강하겠죠. 이들의 매출액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요. 결국 국제협약의 특징은 다수결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국가가 몽니 부리면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잖아요. 아마 그런 것의 결과물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봅니다.
◇ 최서윤> 그 얘기들이 생각, 추측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전해집니다. 일단 안타깝게도 177개 UN 회원국이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의사결정을 해야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협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어려운 점입니다.
◆ 홍종호> 참 힘들어요. 그렇죠? 한두 국가가 아니고 200개국 가까운 나라들이 모여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협약을 도출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또 어떻게 보면 꼭 산유국들만 탓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어요. 국제사회에서 협약을 이끌어내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려면 움직여야 되는 두 나라 있잖아요.
◆ 홍종호> 미국과 중국이 나서야죠.
◇ 최서윤> 그런 미국과 중국이 이번 협상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홍종호>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는 나라.
◇ 최서윤> 맞습니다. 미국은 아직 바이든 행정부인데도 이번 협상 시작하기 전에 이런 발표를 했어요. 폴리머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규제하는 데에는 반대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정도면 다음 달에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미국 정부 입장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하죠. 중국도 이번 협상에서 존재감이 없었다는 평가인 건 마찬가지고요.
◆ 홍종호> 석유화학이 주요 전략산업 중에 하나잖아요. 그런데 호스트 국가의 의지가 국제 협상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번 아제르바이잔의 협상 COP 회의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거기가 워낙 주요 산유국이기 때문에 그런 영향도 없지 않았는데 우리도 마찬가지죠. 결국은 많이 생산하고 게다가 우리나라 플라스틱 소비 대국이거든요. 그런 차원에서는 전략적으로 어떤 위치에 서야 할지가 상당히 애매한 거죠.
그런 상황에서 어려운 협상을 주도하려고 호스트를 했으니 시작 전부터 결과가 쉽지 않을 거다. 이런 이야기를 하긴 했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솔직히 했었고요. 어쨌든 내년에도 협상은 계속되는 건가요?
◇ 최서윤> 네 그렇습니다. 5차까지는 이미 정해진 일정대로 달려온 거잖아요. 내년에 개최할 회의는 6차 협상위원회가 아니에요. 5차 회의의 후속 협상이라는 의미로 5.2차 협상위원회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UNEP, 유엔환경계획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부산 회의가 휴정했다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 홍종호> 이게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다. 이런 의지의 표명이군요.
◆ 홍종호> 그래서 5.2차 회의는 언제 열리게 되나요?
◇ 최서윤> 내년 여름까지는 개최될 걸로 예상이 되고요. 개최지는 한 번 열긴 했지만 UNEP 본부가 소재한 아프리카 케냐나 다른 지역에서 여는 걸로 거론됩니다. 이번에 부산 협상이 타결이 되지는 못했지만 5차 회의가 끝난 게 아니라 잠깐 중단을 한 거잖아요. 그러면 우리도 더 준비할 기회가 있을 텐데,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지금 우리나라가 석유화학이라는 중요한 수출 산업이 글로벌 수요 공급 상황에 맞물려서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어려움을 타개하려면 구조 개편을 해야 돼요. 이럴 때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기술이나 제품으로 눈을 돌려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홍종호> 좋은 말씀이세요. 기후위기라는 게 산업 대전환을 촉발하는 모멘텀이 되잖아요. 그런데 플라스틱이라는 게 대표적인 석유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기 때문에요. 이미 기술적으로는 페트롤 플라스틱, 그러니까 석유 기반 플라스틱이 아닌 바이오 플라스틱 바이오에 기반한 플라스틱으로 본질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 최서윤> 천연 재료로 만든 플라스틱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