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를 비선에서 설계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경기 안산에서 무속인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은 "비상계엄과 내란사태마저 무속과 연결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20일 경기 안산시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 1층에는 노 전 사령관이 함께 운영했던 곳으로 지목된 점집이 있었다. 현관문에는 빨간색 '만(卍)'자와 함께 '안산시 모범 무속인 보존위원'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몇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현관문 옆에는 굿에 쓰이는 북어가 잔뜩 쌓여 있었다. 제사상에 오르는 잡채도 바짝 마른 채로 북어 위에 놓여 있었다. 술병 여러 병도 거미줄 진 채로 함께 놓였다.
현관문 앞 창고로 쓰이는 공간에는 점집에서 사용하는 대형 초가 쌓여 있었고, 그 옆에 있는 대형 유리병에는 '소원성취'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건물 안에서는 향 냄새가 강하게 났다.
이곳은 20년 넘게 자리 잡고 있는 유명 점집으로 알려져 있었다. 노 전 사령관은 2019년 성추행 범죄로 불명예 전역한 뒤 이곳을 운영하는 무속인을 찾아와 함께 점집을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주민은 "20년 넘게 여기 살았는데 그때부터 보살님이 계셨다"라며 "(노 전 사령관을)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예전에는 유명해서 사람들이 점을 보러 많이들 찾아왔다"라며 "다들 화려하게 옷을 입고 찾아오길래 '무슨 점집에 저런 옷을 입고 오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점집 맞은편 집에 거주하는 주민은 "이사온 지 2년 정도 됐는데 주로 야간에 활동하느라 앞집에 누가 오는 건 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건물 외벽에는 '○○보살'이라는 현수막이 달려 있었지만, 노 전 사령관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철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그 군인(노상원)이 무속인으로 활동하고 내란까지 계획했다면, 결국 이번 정부는 계엄과 내란마저 무속에 기댄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노 전 사령관은 이른바 '롯데리아 계엄 모의'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지난 1일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대령 2명과 함께 안산의 한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을 설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당시 노 전 사령관이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 "계엄이 시작되면 부정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계엄 3일 전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독대한 정황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41기로 김 전 장관의 3기수 후배다. 그는 수도방위사령부 제55경비대대에서 근무할 당시 김 전 장관과 연을 맺고 각별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정보본부 산하 첩보무대인 777부대 사령관, 육군정보사령관, 육군정보학교장 등을 거친 정보통으로 알려졌다.
그는 육군정보학교장 시절인 2018년 10월 여군 교육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불명예 전역했다. 이후 이곳 안산의 점집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무속인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군 시절 쌓아놓은 관계 등으로 '노상원 라인'을 구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인 신분으로 군 인사에 개입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8일 내란 실행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