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라면, 가장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대표 공약' 하나쯤은 들고나오기 마련이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4선 도전 의사를 밝힌 정몽규 현 대한축구협회 회장. 자신이 당선돼야 하는, 오직 정 회장만이 해낼 수 있는 공약이 있을까.
정 회장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니정재단빌딩에서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면서도 "지난 12년간 많은 분들과 고민하며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전했다.
공약 설명도 이어졌다. △과감한 개혁을 통한 축구협회의 신뢰 회복 △한국 축구의 국제 경쟁력 증진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를 통한 축구 산업 발전 △디비전 승강제 완성 등 4가지 약속을 설명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은 천안에 지어지는 축구종합센터와 관련한 공약이었다. 정 회장은 "단순히 경기장과 건물을 건설하는 일이 아니다. 유소년, 성인 국가대표까지 각급 경기부터 전국 대회, 리그까지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자 축구 산업 전반의 확장 인프라"라고 했다.
"차질 없이 모든 건설을 마무리하겠다"고도 말했다. 이어 "센터 법인화, 수익화, 자립화의 3단계 완성을 통해 스포츠 산업을 키우고 축구인들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천안 축구종합센터는 지난 2022년 4월 29일 착공식을 시작으로 건립 중인 대규모 축구 타운이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가산리 120번지 일대에 위치하며 부지 전체 규모는 45만 1693㎡로, 파주NFC보다 약 4배 더 넓다. 예정대로라면 메인 스타디움, 실내 축구장 등 총 12면의 축구장을 비롯해 체육관, 숙소, 축구 박물관 등이 들어선다.
당초 공사비는 기반 조성비를 포함해 총 3천억 원으로 책정됐다. 축구협회가 19일 밝힌 2025년 종합센터 건립 예산만 941억 원이나 잡혀있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결정되는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차기 축구협회장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들은 모두 이와 관련한 공약을 내놓았다.
관건은 정 회장만이 완수할 수 있는 사업이냐는 것이다. 또 그럴 자격이 있는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 비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탓에 문체부는 축구협회에 해임까지 가능한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자신의 '자금 동원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정 회장은 "세상일이 누구만 해야 한다는 건 없다. 천안 축구종합센터에 1700억 원을 투자했고, 앞으로 1천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며 "현재 중계권 협상도 마쳤고, 자금적으로 준비가 잘 돼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은행에서 절대로 충분한 자신이 없으면 돈을 안 빌려준다.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것 자체로 협회는 검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출마를 선언한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전 이사장은 축구종합센터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정말 필요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추진 과정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표팀 훈련장으로 쓰이고 있는 파주 NFC와 함께 '투트랙'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후보인 신문선 명지대학교 초빙교수는 "축구협회 메인 오피스를 천안 축구종합센터로 이전 결정한 것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이어 "관리파트, 기술파트, 교육 등을 제외한 본부 개념의 축구협회 사무실은 현재와 같이 축구회관에 상주를 지속하며 마케팅의 심장인 본부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서는 "재정적으로 잘 모르시고 하신 말씀"이라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파주NFC는 20년 이상 썼다. 잔디도 많이 압축됐다"며 "재투자를 해야하는데, 월세집에 투자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투트랙은 효율이 떨어진다. 집이 두 군데면 관리비가 이중으로 든다"고도 첨언했다. 이어 "항상 선거 과정에는 비판이 있다. 일리 있는 부분도 있다"며 "일리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겠다. 언제든 후보 간 공개 토론에도 나서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