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초기와는 달리) 우리 국민이 이제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 상황을 (보고있는 것 같다)…"
19일 윤석열 대통령을 대리해 기자들과 만난 석동현 변호사가 최근 국민 여론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적 절차에 신속히 대응하지 않는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필터버블'(선택적 정보노출에 의한 편향)을 걷어내지 못한 시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자 40년 지기인 석 변호사는 아직 다 꾸려지지 않은 변호인단을 대신해 이날 "국민의 궁금증에 답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자리를 마련했다. 석 변호사가 윤 대통령에게 건의해 오전엔 외신기자 간담회를, 오후엔 국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석 변호사는 "대통령이 일일이 제가 (언론과) 문답 소통할 내용을 지시·요청한 건 아니"라며 "다만 대통령의 입장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넓히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가 건의를 해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소통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분들도 보시다시피 초반에 국민께서 많이 놀라고 혼란스러웠지만 조금씩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왜 이렇게 하게 됐나' 하는 부분에 대해 균형 있게 보는 시각도 나타나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여론의 변화도 감지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론의 변화를 느꼈다는 석 변호사의 발언이 대통령의 입장 또는 사전에 교감을 통해 나온 발언인지 묻는 질문엔 "일단은 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여론의 변화를 느꼈다는 근거에 대해선 "(대통령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 외에도 인터넷 청년 사이트 등에서 많은 논쟁이 있고 기자들 외에도 이 사태를 염려하는 많은 시민과 지인들이 이런저런 상황들을 말씀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가 하나하나 서치하고(찾아보고) 종합할 여유는 되지 않지만 그분들(이야기를 전해준 사람들)의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론이 바뀌었다는 석 변호사의 느낌과는 달리 이날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선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과 수사를 회피하고 지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날선 질문이 쏟아졌다. 스스로 '법치주의자'를 표방하면서도 수사기관의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서류 수취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변호인단 구성도 아직 마무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석 변호사는 대부분의 질문에 "제가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 변호인단 구성이 마무리 되면 적절히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탄핵심판·수사 지연 전략을 꼬집는 질문이 이어지자 "변호인들도 이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당장 사무실에서 나와야 하는 경우도 있고 기존 고객과의 관계에서 송무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고, 그런 정리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16%, '부정' 평가는 79%로 나타났다. 국회 탄핵 표결 결과에 대해선 '잘 된 결정'이라는 응답이 78%로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18%)을 압도했다.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 전망에서도 대통령 파면을 예상하는 응답이 73%, 기각 후 직무복귀가 21% 수준으로 나타났다. 탄핵 심판 기간에 대해서도 '가급적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68%에 달했다. (조사기관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