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주> '질문하는 기자' CBS 이정주입니다. 계엄 사태 이후 탄핵 후폭풍 등 혼돈의 연속입니다. 오늘은 특별 게스트 한 분 모시고 현안 토크 진행해 보겠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처음으로 공개 오디션 대변인으로 선발됐던 박민영 박민영 전 대통령실 행정관 모셨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 박민영> 제가 한 2년 4개월 정도 행정관으로 일하고 지난 10월쯤에 대통령 비서실을 나오게 됐는데 잘 지냈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이죠.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나와서도 어마어마한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다 보니까 솔직히 하루하루 정말 쉽지 않습니다.
◇ 이정주>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당일, 12월 3일 밤 10시쯤엔 어디서 뭐 하고 계셨어요?
◆ 박민영> 아마 비상계엄 선포 당일 저녁 9시 반 정도에 공지가 올라왔어요.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할 것이다라고요. 저는 처음에 이게 뭐 뭔 소리냐고 생각했죠. 이게 뭘까. 여사님이랑 뭘 하시나, 뭐 유학을 가시나 혹은 중대 결심을 하신 건가 궁금해하며 지켜봤는데 비상계엄 선포를 한다고 해서 저도 귀를 의심했죠. 그날은 다들 그러셨겠지만 밤잠을 못 이루고.
◇ 이정주> 나름 대통령실 기획비서관실 등 핵심 부서에서 꽤 오래 일했잖아요. 행정관님이 보기엔 어떤가요. 대통령이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나요.
◆ 박민영> 사실 이게 좀 총체적인 문제라고 봐야겠죠. 왜냐하면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그걸 계획에 옮기는 건 완전히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지 않습니까. 제가 2022년 8월에 이관섭 비서실장 들어오셨을 때 같이 소방수로 투입됐습니다. 기획실은 정책을 주로 담당하는 부서거든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주 69시간제, 수능 폐지 등등 부처에서 사고가 났을 때 저희가 정책적으로 다듬고 수습하는 역할을 했었어요. 올해 초에는 민생 토론회를 저희가 초기까지는 다 기획을 했었거든요. 단통법 폐지, 도서정가제 개정, 자영업자 행정처분 면제 등등 정책들을 많이 발굴했죠. 표현이 좀 그렇지만 정진석 비서실장 체제로 좀 바뀌면서, 정확히는 총선 패배 그 직후 비서실장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저는 좀 불행이 시작됐지 않나 싶습니다.
◇ 이정주> 정진석 전 의원이 총선 낙마 후 비서실장으로 오면서?
◆ 박민영> 왜냐하면 저도 그 총선 패배 직후부터 사실 대통령실을 나가겠다고 의사 표현을 했었고요. 근데 결국에 이거죠. 총선에 패배하자마자 특검을 막기 위한 정무 리스크 관리 쪽으로 대통령 비서실이 완벽하게 개편이 되면서 정책 기능은 상실됐다고 봐야죠.
◇ 이정주> 그저 김건희 특검을 막기 위한 조직?
◆ 박민영> 그러니까 8표 이탈표를 관리하는 게 사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의 주요 업무가 돼버린 거죠. 그러다 보니까 그 외 현안이나 국정 과제 그리고 저희 정책들에 대해서는 솔직히 도외시한 측면이 크죠. 그러니까 저도 이제 그 지점에서는 내가 여기 남아서 무슨 일을 더 할 수 있겠는가 그런 게 컸고요. 종합적으로는 조직 자체가 좀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보고 그러니까 제가 나올 시점에는 뭐…
◇ 이정주> 조직이 망가지기 시작한 건 어떤 의미인가요.
◆ 박민영> 사실 저를 비롯한 젊은 행정관들이 어찌 보면 대통령께서 어떤 판단을 할 때 나름대로 좋은 조언도 많이 드리고 억제기 역할을 했던 게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윤 대통령이 그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청년들은 기득권의 포로가 되지 않는다'고. 그래서 젊은 사람들 의사는 레거시 미디어에 묘사된 것과는 다르게 좀 많이 포용을 해 주신 측면이 있거든요. 막판에는 사실 한동훈 대표 중심으로 행정관들이 이제 비선이라는 이 말 같지도 않은 그런 프레임으로 공격이 들어왔죠. 대통령실에 젊은 참모들 역할도 완벽하게 사라지고 조직 붕괴, 의사결정 과정이 침체되는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이제 그것에 덧붙여서 사실 여당도 전혀 기능을 못 했죠.(중략)
◇ 이정주> 그럼에도 대통령이 이처럼 계엄을 선포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 박민영> 이런 걸 실행에 옮겼다는 것은 사실상 정치적으로는 패배 선언을 한 것이죠.
◇ 이정주> 정치적 패배 선언?
◆ 박민영> 그렇죠 정치로 풀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어려운 국면이 있고 현안이 나쁘더라도 그거를 정치적으로 부당함을 호소해야 되는 게 저희 정치의 역할인데 이것을 법적인 무언가로 풀어보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 이제 저희 정치권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고요. 그래서 이런 사태가 도래하지 않았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정주> 그럼에도 윤석열의 2차, 3차 담화문을 보면 꺾이지 않거든요. '나는 법에 따른 정당한 개헌을 했고, 국회가 정당하게 법에 따라 풀지 않았냐'며 그러니까 이거를 우리가 한번 따져보자는 이런 느낌인데요?
◆ 박민영> 제가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어쨌거나 우리가 산업화를 비롯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건립하고 그 다음에 경부고속도로나 어떤 의료보험 하다못해 반값 등록금 같은 우리 사회 인프라를 만든 게 보수 정권이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나랏일의 관점에서 보수 정권이 이제 집권 여당이 되는 것이 저는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했던 건데요. 그런 관점에서 사실 말씀하신 판단은 참 저의 그런 세계관이 많이 무너지는 솔직히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이 탄핵 국면이 길어지는 게 법적으로 다툰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대외 신인도나 어떤 경제적인 리스크는 지속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지점에서 좀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 제가 대학생이었는데 저는 그때도 반대했었습니다. 그 이유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저는 작용과 반작용을 굉장히 중시하거든요. 모든 걸 판단을 할 때요.
◇ 이정주> 반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
◆ 박민영> 이게 물리적으로 대통령제에서 임기가 보장된 이유는 대통령이 자신의 소신껏 국정을 운영해 가고 이제 야당의 견제 구도로서 합리적으로 절충을 하기 위해서 임기라는 게 보장이 되는 겁니다. 물리적으로 끌어내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반작용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적폐청산 TF라는 것을 부처에까지 만들기 시작하면서 관료들한테 정파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시작했어요. 제가 대통령 비서실에서 정부를 바라봤을 때 굉장히 관료들이 위축되어 있고 이제 정권에서 디렉션을 줘도 업무를 거부한다든 녹음을 한다든지 이런 일들이 지금 공공연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다 일종의 말씀하신 백래시인 것이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트리거가 돼서 결국에 문재인 정권이 정책적으로 인정 못 받고 실각하면서 윤석열 현재 정권까지 들어서게 된 과정 아니겠습니까.
◇ 이정주> 탄핵의 후폭풍이 크다는 지적인가요.
◆ 박민영> 그런 입장에서 탄핵이라는 것이 무조건적인 해결책이냐에 대해서 여전한 의구심이 있습니다. 여전히 의구심이 있고 그래서 이 뭔가를 탄핵이나 이런 여러 절차를 판단할 때는 앞으로 벌어질 여러 가능성과 시나리오 그리고 190석 민주당의 이재명 정권이 바로 들어서는 이 상황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할 것이냐 등 여러 고려 사항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정주> 그럼 탄핵이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 박 전 행정관님이 선택권은 없지만 어쨌든 뭐가 최선이었다고 보십니까?
◆ 박민영> 질서 있는 퇴진이 사실 저도 사용했던 워딩이고요. 조언을 구하시는 분들게 결론적으로 거국 내각이라는 것이 여야가 함께 재정비를 하고 그리고 이제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해서 그 역시 물리적으로 임기를 단축시키는 것이지만, 그래도 조금 질서 있는 방향으로 정리되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어요. 사실 계속해서 보도와 내부 폭로들이 나오게 되면서 좀 정치적으로 버티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 이정주> 이런 얘기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질서 있는 퇴진', 그 질서의 여러 가지 정의 중에 시기가 중요하더라고요. 당장 퇴진하라 그러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해야 되니까 오늘 안에 하면 모레 하자 뭐 이 정도까지는 아니어도요. 적어도 그 시기를 한동훈 당시 대표 그리고 여당이 잡아서는 안 된다. 한동훈 대표가 약간 그런 것도 있었잖아요. 우리가 보기에는 4월 퇴진하면 6월에 선거한다? 내가 이렇게 준비할 시간이 있고 이재명 대표의 2심 선고 나오면 여기 떨구고 나는 간다 뭐 이런 셈법요. 어떻게 보면 이게 읽힌 것 같기도 해요.
◆ 박민영> 그렇죠. 사실 저는 정치적인 계산을 오히려 하지 않았고 말 그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 때 관점과 마찬가지로 국가 운영의 관점에서 뭐가 바람직한가에 집중을 했던 것이고요. 이를테면 저는 5년 단임제 자체가 굉장히 불행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안에서 일을 해보니 아무래도 이제 재집권의 유인이 전혀 없는 대통령은 어떤 자신의 독선적인 판단을 고수하게 되는 측면이 있고요. 그리고 야당은 나라가 망해야만 집권하는 유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민주당처럼 정치하는 게 정말 국익을 위해서는 저해되지만 야당의 입장에서는 잘하는 것이다. 이건 굉장히 왜곡된 유인 구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이정주> 누가 야당이 되든 하향 평준화의 우려가 있죠.
◆ 박민영> 이 상황에서 사실 이재명 대표가 5년 단임제의 190석의 집권 여당이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서 그러니까 개헌에 대해서도 저희가 진지하게 논의해 볼 수 있는 기회죠. 그리고 임기 단축 개헌도 역시 그런 좀 타임라인에 맞춰서 이루어졌을 때 저희가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좀 더 성숙한 논의 권력 구조를 가지게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이제 그런 얘기를 저는 했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근데 이제 와서는 이재명 대표는 본인의 이제 2심 재판이 도래하기 전에 결론을 맺고 싶어서 계속 이게 좀 시간을 앞당기는 분위기에요. 이게 결국에는 어떤 결과가 될 것이냐, 나라를 위해서 좋은 결론이 나올 것이냐, 이제 이런 거에 대해서 저는 여전히 의구심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