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가해자들은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자유대한을 지키려고 이런 힘든 일을 하고 있다. 나의 행동은 정당하다." -'낭패불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중에서
2024년 제18회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됐다. 한국의 대표 추리문학상인 황금펜상의 올해 수상작에 무경 작가의 '낭패불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가 선정됐다.
이 작품은 70년대 한국의 군사독재 시절, 취조 형사와 피의자 사이에 끼어들어 타락한 영혼을 거두고자 한 악마와 현재 칵테일 바에서 악마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 듣는 사내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은 '악마와의 만남'이라는 미스터리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오컬트적 요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한국전쟁과 이산가족, 유신시대라는 굵직한 현대사의 비극을 한 개인의 죄의식과 자기 정체성의 발견으로 탁월하게 형상화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현대사를 독특하게 다뤄 보려 했고, 유신 시기를 주목했다. 나는 그때를 '대통령은 유신이라는 이름으로 웅덩이 속 자신의 권력을 무한히 움켜쥐려 들었고, 그가 거느린 자들은 수면 아래 도사린 불온함을 뜰채로 건져내려 애쓰던' 시기라고 썼다. 50년이 흐른 현재, 그 표현을 방불케 하는 일이 다시 벌어졌다"며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이 후 첫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2024년 12월 7일, 대한민국 국민은 백 명이 넘는 인간이 갈림길 앞에서 타락으로 걸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저들 뒤 어딘가에 악마가 서 있었을까? 아니면 저들 스스로 걸어간 것일까? 나는 작가로서 이 모습을 쓴다."
수상작품집에는 무경 작가 외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회귀'(홍선주), '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분투'(장우석), '환상통'(박건우), '원해'(정해연), '깊은 산속 풀빌라의 기괴한 살인'(김범석)의 작품이 실렸다.
무경·홍선주·장우석 외 지음 | 나비클럽 | 300쪽
세계문학상 수상작가 이동원의 신작 '찬란한 선택'은 이번 생은 망했다고 후회하는 오랜 무명작가가,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랜 무명작가 생활로 작품 활동에 벽을 느끼고 자신감을 잃어가던 명운은, 신적 존재로부터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게 해준다'는 제안을 받는다. 명운은 두 개의 세계를 오가며 삶의 큰 갈림길 앞에 선다. 그리고 마침내 오롯이 자신의 뜻에 따라 길을 걷기 시작한다.
소설 속 인물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바로 '꿈'이다. 나이가 바뀌고 세계가 달라져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품고 있다. 연극 무대에 오를 날을 고대하는 10대 루희, 정정당당하게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20대 태권도인, 패션계 입문 후 밤낮없이 일의 세계를 가꿔가는 30대 연우와 누구보다 자신의 길을 고심하는 명운이지만, 어느 시절이든 인간은 미성숙하고 미완성된 채로 살아간다.
인생의 무수한 선택 앞에서 좌절하고, 끝내 꿈꾸기를 포기하려던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내는 행위를 통해 삶이 계속된다는 진리를 조명한다.
이동원 지음 | 라곰 | 3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