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컵 챔피언 밀워키, 감격의 우승에도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았다

야니스 아데토쿤보. 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사무국은 지난 시즌부터 정규리그 기간에 토너먼트 이벤트를 개최했다. 작년에는 '인-시즌 토너먼트'로 불렸고 올해는 'NBA 컵'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농구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서다(물론 컵 대회 경기 특유의 화려한 코트 배경은 종종 팬들의 눈을 아프게 했다). 결승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들은 모두 정규리그 일정에 포함된다.

반응은 좋았다. 일반 경기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승부가 자주 펼쳐졌다.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를 줬다. 바로 상금이다. 8강에 진출하면 해당 구단의 모든 선수가 최소 5만 달러를 확보한다. 4강, 결승에 오르면 그 상금은 각각 2배가 되고 결승전에서 우승하면 5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받는다.

NBA 스타급 선수들은 보통 연봉이 수백억 원에 이른다. 그들에게 7억 원 상당의 우승 상금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보너스 수령은 언제나 즐겁다. 그리고 연봉이 적은 선수들에게 NBA 컵 대회에서 나오는 상금은 매우 큰 돈이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밀워키 벅스 소속 선수들 역시 대회를 치르면서 상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야니스 아데토쿤보는 한 시즌 연봉이 5만 달러를 조금 넘는, 투-웨이 계약 신인 선수인 리암 로빈스에게 "너를 위해 꼭 우승할거야. 네가 (고향) 아이오와에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줄게"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제 로빈스는 좋은 부동산을 알아봐도 될 것이다.

동부컨퍼런스 대표 밀워키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4 NBA 컵 결승전에서 서부컨퍼런스 1위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97-81로 압도하고 제2회 컵 대회 챔피언에 등극했다.

아데토쿤보는 26득점 19리바운드 10어시스트에 블록슛 3개, 스틸 2개를 보태는 압도적인 활약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베테랑 가드 대미안 릴라드는 23득점으로 활약하며 컵 대회이기는 하지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오클라호마시티는 MVP 후보 셰이 길저스-알렉산더를 주축으로, 전반적인 신장은 다소 작지만 완벽에 가까운 스몰 라인업 운영 능력을 앞세운 서부의 강팀이다.

하지만 밀워키는 아데토쿤보, 브룩 로페즈, 바비 포티스 등 빅맨들을 적극 활용해 높이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고 해결사 릴라드의 외곽 지원이 더해지면서 오클라호마시티를 압도할 수 있었다. 오클라호마시티가 올 시즌 들어 한 경기 83점 미만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닥 리버스 감독을 비롯해 아데토쿤보, 릴라드 등 주요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입을 모아 "우리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코 잊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밀워키는 우승 후보 중 하나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시즌 첫 10경기에서 2승 8패에 머물렀다. 온갖 비판이 뒤따랐다. 선수들은 자존심이 상했다. 밀워키는 이후 15경기에서 12승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밀워키의 반등이 시작된 시기는 NBA 컵 예선이 시작된 시기와 맞물렸다. 그 기세를 몰아 우승 컵까지 차지했다.

밀워키 벤치에는 다빈 햄 코치가 있다. 그는 지난 시즌 LA 레이커스의 사령탑을 맡아 초대 인-시즌 토너먼트 우승을 이끌었다. 밀워키는 올해 컵 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고 이는 지난해 레이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레이커스에서 밀워키로 이적한 타우린 프린스와 더불어 컵 경기 무패의 사나이가 됐다.

밀워키의 라커룸에는 우승을 대비해 구단이 준비해놓은 샴페인이 박스채로 구비돼 있었다. 그러나 밀워키 선수단은 샴페인 파티를 하지 않았다.

크리스 헤인즈 기자 SNS 캡처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빈 햄 코치의 제안 때문이었다. 레이커스는 지난 시즌 인-시즌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뒤 샴페인을 터뜨렸고, 이와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햄 코치는 리버스 감독에게 이제 남은 정규리그 일정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고 선수단 전체가 이를 받아들였다(대신 아데토쿤보는 열심히 춤을 췄다).

밀워키의 상승세는 컵 대회 우승으로 더욱 명확해졌다. 밀워키의 다음 상대는 동부컨퍼런스의 강호이자 리그 전체 승률 1위에 올라있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다. 컵 대회 우승은 모든 경쟁 팀들에게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와도 같다. 밀워키는 이제 더 이상 만만한 팀이 아니라고.

하지만 릴라드는 차분했다.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감격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굳이 다른 팀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앞으로도 우리 스스로에게 집중할 필요는 있다.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 하나의 팀으로서 올바른 플레이를 펼쳐나간다면 오늘처럼 좋은 경기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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